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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노트] 손혁과 김성근, 그리고 조 토레...메이저리그 구단의 감독에 대한 '비정함' KBO보다 더 해

2020-10-10 05:00

손혁 전 감독
손혁 전 감독
2011년 8월 18일, 프로야구 KBO 리그 SK 와이번스는 팀을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시켜 이 중 3차례나 우승을 차지한 김성근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성적 부진 때문이 아니었다.

SK는 김 감독이 “시즌 후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는 ‘폭탄선언’을 하자 “지금과 같은 상태로 잔여 시즌을 운영하다가는 파행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며 “선수단을 안정시켜 일을 빠르게 수습하기 위해 이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그리고는 이만수 2군 감독을 감독대행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과 아시아시리즈를 포함한 2011년 SK의 일정이 모두 끝날 때까지는 감독직을 수행하겠다고 했지만, 구단은 김 감독을 조기에 경질하고 말았다.

김 감독은 SK를 강팀의 반열에 올려놓은 사실상의 ‘일등 공신’이었다.

2007년 SK의 제3대 사령탑으로 부임하자마자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2008년과 2010년에도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해 ’야신‘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3년 계약의 마지막 해인 2011년 에이스 김광현과 포수 박경완 등 핵심 선수들이 줄줄이 전력에서 이탈했음에도 3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재계약 여부를 둘러싸고 김 감독과 SK 구단이 마찰을 일으키면서 신경전을 벌인 끝에 서로 ’루비콘강‘을 건너고 말았다.

김 감독이 경질되자 일부 SK 팬들이 경기장에 난입해 마운드에 불을 지르는 소동이 일어났다. 이들은 유니폼과 응원 도구들을 불태우며 분노를 표출했다.

당시 SK는 52승 41패(승률 0.559)를 기록하고 있었다. 지난 8일 키움 히어로즈의 손혁 감독이 전격 사퇴했다.

말이 사퇴지 정황상 경질이었다.


올 시즌 12경기를 남겨둔 키움의 성적은 73승1무58패로 0.557의 승률로 3위를 달리고 있었다.

손 감독과 구단 최고위층 간 갈등이 이 같은 사태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구단이 선수 운영에 지나치게 간섭하자 손 감독이 참지 못하고 사퇴 카드를 꺼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손혁 감독 경질 소식에 야구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팬들도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일부 감독 출신 야구인은 “갑질도 횡포도 아니고 뭔 짓인가”라고 개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 언론 매체들도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키움 구단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키움은 지난해 시즌 후 계약이 만료된 장정석 감독과 석연찮은 이유로 재계약하지 않아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장 감독은 그해 키움을 정규시즌 3위와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올려놓았다.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워싱턴 내셔널 감독 시절 2016년과 2017년 연속으로 팀을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에 올려놓았으나 재계약에 실패했다. 재계약과 관련해 베이커 감독과 구단이 갈등을 빚은 탓이었다.

어디서든 감독 경질 뒤에는 항상 이런 말 저런 말들이 나오게 되어 있다, 특히 성적이 좋은 감독이 갑자기 사퇴하거나 경질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뉴욕 양키스의 조지 스타인브레너 전 구단주는 17년간 17번 감독을 교체한 적이 있다. 양키스를 4차례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은 바 있는 조 토레 감독은 2006년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 1승 3패로 져 탈락하자 기자회견을 자청해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와 통화했는데, 그는 내가 내년에도 감독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파리목숨’과도 같은 감독의 ‘웃픈’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런 비정함 속에서도 토레 처럼 감독 하겠다는 사람들은 널려 있다. '멘탈갑'이 따로 없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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