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5(목)

야구

[마니아노트]'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키움 손혁 감독 사퇴를 보며

2020-10-09 12:00

손혁 감독이 갑자기 경질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성적 부진으로 인한 자진 사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말을 믿지 않는다. 정규시즌을 12게임 남겨놓고 3위다. 가을야구를 할 수 있는 확률이 90%가 넘는다. 그런데 성적부진을 이유로 자진해서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야구를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이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키움 손혁 감독이 8일 12게임을 남기고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갑자기 현장에서 물러났다.
키움 손혁 감독이 8일 12게임을 남기고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갑자기 현장에서 물러났다.
모든 언론에서 이구동성으로 손혁 감독의 자진 사퇴를 못 믿겠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손혁 감독과 구단 고위층과 알력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야구인들 사이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야구인으로서 참담하다" "감독을 자를 사람이 감독을 해야 한다" "지난해 2위를 한 장정석 감독을 석연히 못한 이유로 재계약을 안 한 것 처럼 역시 키움답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온통 부정적인 말들뿐으로 충격과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지금은 어느 누구도 정확한 이유를 말해주지 않고 있다. 정황상 추측일 뿐이다. 구단은 '자진사퇴'만 앵무새처럼 읖조리고 있고 손혁 감독도 이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변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들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강퇴'라면 단장은 왜 시즌 12게임을 남겨두고 '강제퇴진'을 시켜야 했는지를 알고 있을 것이고 말 그대로 '자진 사퇴'라면 스스로가 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좀 심하게 말한다면 최고위층의 개인적 의견이거나 아니면 또 다른 연유가 있든간에 구단은 손혁을 사퇴시켜야 할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손 감독은 '무책임의 본보기'라고도 할 수 있는 자신의 지도자 이력에 큰 흠집이 될 수도 있는 자진사퇴라는 허물을 감수하면서 물러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키움이 지난해 준우승한 장정석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고 손혁 감독과 계약을 한 것은 구단 최고위층과의 친분관계 덕분이라는 소문이 떠돌았었다. 올해도 이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바로 구단의 최고위층이 야구계와 너무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인물인데다 돈키호테식 행동으로 여러차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기 때문이다. 굳이 예를 든다면 구단 고위층은 이미 손 감독 후임 감독을 점찍어 놓고 있는데 혹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이라도 하게되면 여론의 부담으로 손 감독을 사퇴시킬 수 없기 때문에 미리 강퇴를 시킨 것 일수도 있다는 뜻이다.

키움은 선수 연봉을 비롯해 운영비의 상당부분을 '네이밍 마케팅'을 통해 조달하고 있는 구단이다. 이런 구단이 2억원이라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진사퇴라면 지불하지 않아도 될 연봉 2억원을 지불한다고 한다. 그만큼 구단에서 뒤가 구린데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와는 반대로 손혁 감독의 개인적인 문제때문 일수도 있다. 비록 개인적인 문제로 사퇴를 하지만 구단 최고위층과의 친분으로 연봉만큼은 그대로 보전해 주겠다는 구단의 지극한 배려(?)를 받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단지 이 모든 것들은 아직 추측일 뿐이다.


다만 이번 손혁 감독의 사퇴로 '네이밍 스폰서'인 키움은 상당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변한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이제 시즌이 끝난 뒤에 키움이 새로운 감독으로 누구를 영입하고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다음의 문제다.

물러난 손혁 감독을 대신해 김창현 퀄리티컨트롤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승격해 남은 12게임을 치르게 됐다.
물러난 손혁 감독을 대신해 김창현 퀄리티컨트롤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승격해 남은 12게임을 치르게 됐다.
바로 지금은 김창현 감독대행이 맡은 키움의 행보가 더 눈길을 끈다. 김창현 감독대행은 대전고를 거쳐 경희대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2013년 전력분석원으로 키움에 입사했다. 선수단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데이터 분석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아 올시즌에 퀄리티컨트롤 코치에 선임됐다. 즉 다시 말하면 전력분석은 잘하지만 프로선수 경험도 없고 현장 코치를 해 본적도 없다는 이야기다. 짧은 생활이지만 선수생활을 한 허삼영 삼성 감독의 이력과 상당부분 닮았다. 선수단 이해도가 높고 데이터 분석능력이 탁월하다는 코멘트까지 판에 박은 듯이 똑같다.

첫 감독 대행을 맡은 김창현 감독대행은 선두 NC를 눌러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첫 단추를 무난히 잘 잠궜다. 이제 앞으로 시즌이 끝날 때까지 11게임이 남았다. 3위 키움과 6위 KIA와는 5.5게임, 7위 롯데와는 6게임차다. 11게임밖에 남지 않은 키움에 비해 KIA와 롯데는 19게임씩을 남겨 놓았다. 얼마든지 역전이 가능한 숫자다. 키움이 남은 11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선수 경험이나 제대로 된 코치 경험도 없는 인물이라도 무난히 프로 감독을 할 수 있다고 해도 할말이 없다.

그만큼 앞으로 키움과 맞붙게 될 팀들의 감독은 부담이 더 클수밖에 없다. 패하게 되면 기라성 같은 감독들은 망신살이 뻗친다. 전력분석을 잘하면 선수단도 잘 이끌수 있고 감독 자격으로 충분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주게 된다. 구단 고위층들이 야구 감독의 역할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 이순철 해설의원의 말이 그대로 증명이 된다고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겨야 본전이다. 당연히 이겨야 할 게임을 이겼는데 공치사를 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추석 연휴 기간동안 우리나라를 온통 뜨겁게 달구었던 '가황' 나훈아의 '테스형'이란 노래가 생각난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프로야구 감독은 아무나 하나.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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