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PN은 지난 7월 25일부터 코로나19 사태로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경기의 현장 생중계가 불가능해지자 중계진이 야구장에 가지 않고 자기 집에서 원격으로 중계해왔다.
원격 중계는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각각 자기 집에 마련한 장비로 서로 TV화면을 보면서 경기 내용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TV 중계 사상 최초로 시도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처음에는 아나운서와 해설자만 나와 원격 생중계를 하다가 지금은 아나운서, 해설자, 경기 중인 선수가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가 됐다.
ESPN의 이 같은 시도에 처음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시간차 때문에 화면과 입 모양의 싱크가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ESPN은 방송을 거듭하면서 이 같은 기술적인 문제를 거의 완벽하게 해결했다. 시청자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의 싱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고무된 ESPN은 경기 중인 선수와도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마치 현장에서 중계를 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ESPN의 이 같은 원격 생중계 혁신의 바탕이 KBO 리그였다는 점이다.
ESPN은 메이저리그 개막이 기약 없이 연기되자 KBO 리그 중계를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미국내 야구팬들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생중계 방식이 문제였다.
당시 미국은 코로나19가 창궐해 직원들이 방송사에 나가는 것조차 힘들었다. 모두가 재택 근무를 해야 했다.
방송사 건물에는 최첨단 장비가 마련돼 있는 스튜디오가 있어 그곳에서 생중계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집에서의 원격 생중계였다.
방송사 스튜디오와 같은 장비들이 없기에 양질의 중계는 되지 못하지만, ESPN은 일단 그렇게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다소 어설펐다. 싱크도 맞지 않고, 화면의 질도 좋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이 같은 문제는 해결됐다.
ESPN은 메이저리그가 개막하자 KBO리그 생중계 방식대로 진행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원격 생중계가 현장 생중계에 못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각 구단들도 KBO에서 시작한 입간판 전시 아이디어를 본 따 홈구장에 팬들의 입간판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들은 KBO보다 진화한 방식의 입간판을 등장시켰다.
이들은 또, 마치 관중이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응원 소리 및 박수 소리를 경기 중 틀고 있다. ‘적막강산’ 같은 KBO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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