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격동의 2020년 코리안 메이저리거 결산]⓵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진정한 에이스로 자리 굳혀

2020-10-01 13:54

류현진
류현진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에게 2020년은 격동의 한 해였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 투수들은 새로운 팀에서 웃었지만,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와 최지만(탬파베이 레이스) 등 타자들은 슬럼프와 부상으로 신음했다. 특히 추신수는 텍사스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부상으로 끝내 아쉬움이 더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해 하루에도 수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미국에서 우리 선수들이 어떻게 활약했는지 돌아본다. (편집자 주)

LA 다저스를 떠나 토론토에 4년 8000만 달러에 계약한 류현진의 시즌 출발은 좋지 않았다.

직구 구속이 올라오지 않은 데다, 제구력이 흔들려 이닝당 투구 수가 많아지면서 초반 2경기에서 5회를 마치지 못하고 강판하는 수모를 당했다.

준비 부족으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류현진은 예의 날카로운 제구력과 현란한 볼 배합으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특히, 9월 3일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 경기는 '백미'였다.

이날 류현진은 5이닝 동안 5피안타, 2볼넷, 1실점으로 호투했다. 삼진은 8개나 빼앗았다. 투구 수는 99개였다.


앞선 2경기에서 호투했음에도 불구하고 타선 지원 불발로 승수를 쌓지 못했던 류현진은 3번 도전 끝에 승리를 일궈냈다.

류현진의 이날 승리는 타자들의 엉성한 주루와 수비수들의 결정적인 실책이 연속으로 나온 상황에서 달성한 것이어서 의미가 있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사실상 혼자 힘으로 승리를 챙겼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토론토는 공격에서도 어이없는 플레이로 류현진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마이애미에서 트레이드된 비야가 무리하게 2루를 훔치다 허무하게 잡힌 데 이어, 3루에서는 포수 견제구에 속수무책으로 아웃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한 미국 언론사 기자는 “류현진을 제외한 토론토 선수들은 마이애미에 지기 위해 온 것 같다”고 힐난하기도 했다.

천신만고 끝에 승리를 챙긴 류현진은 그러나 다음 등판에서는 흠씬 두들겨 맞았다. 9월 8일 뉴욕 양키스 타자들에게 5이닝 동안 홈런 3개를 포함해 6피안타와 2볼넷을 내주며 5실점(5자책)했다. 한 경기에서 홈런 3개를 허용한 것은 LA 다저스에서 뛰었던 지난해 8월 24일 양키스전 이후 처음이었다.

그러나 토론토가 2-6으로 뒤진 6회 말 대니 잰슨의 만루 홈런 등으로 무려 10점을 얻어 양키스를 12-7로 물리치는 바람에 류현진은 간신히 패전을 모면했다.

류현진은 9월 25일 시즌 마지막 등판이자 소속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상대는 지난 8일 홈런 3방을 맞고 5실점한 양키스였다. 다소 불안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이날 7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막으며 시즌 5승을 수확했다. 100개를 던져 5안타를 내줬지만 삼진 4개를 잡았다. 평균자책점(ERA)도 2.69로 끌어내렸다.

이날 류현진의 투구는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었다. 류현진은 그동안 양키스를 상대로 통산 4경기에서 15.1이닝 동안 15점을 내줬다. 양키스전 ERA는 8.80이었다.

그런 양키스를 만나 깨끗하게 앙갚음한 것이다. 또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호투하며 지난 2016년 이후 4년 만에 토론토를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어 토론토의 진정한 에이스로도 인정받았다.

류현진의 2020 정규시즌 최종 성적은 5승2패, ERA 2.69였다.

류현진은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는 아쉬운 투구 내용을 보였다.

10월 1일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와일드카드 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해 1⅔이닝 동안 홈런 2방 등 안타 8개를 맞고 7실점(3자책점)했다. 2회도 넘기지 못한 채 0-7에서 마운드를 로스 스트리플링에게 넘겼다.

이날 개인 통산 9번째로 포스트시즌 무대에 등판한 류현진은 최소 투구이닝에 최다 실점 기록을 새로 썼다.

1회부터 출발이 좋지 않았다. 1사 1, 3루에서 마누엘 마고에게 우전 안타를 내줘 1점을 내준 류현진은 2회엔 더 큰 위기를 맞았다. 케빈 키어마이어의 중전 안타에 이어 9번 마이크 주니노에 왼쪽 펜스를 넘어가는 투런 아치를 허용했다. 이어 1사 후 아로사레나의 우월 2루타, 한 다리 건너 디아스의 볼넷으로 이어진 2사 1, 2루에서 비셋의 결정적인 수비 실책이 나왔다. 류현진이 마고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지만, 비셋이 제대로 잡지 못해 타자와 주자를 모두 살려줬다. 만루에서 류현진은 렌프로에게 왼쪽 폴 안쪽에 떨어지는 그랜드 슬램을 맞고 결국 강판했다.

류현진의 가을 야구는 토론토의 완패로 조기에 끝나고 말았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