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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천재"...예리한 커터·체인지업으로 양키스 타선 농락

2020-09-25 12:30

양키스 상대로 역투하는 MLB 토론토 류현진. [AP=연합뉴스]
양키스 상대로 역투하는 MLB 토론토 류현진. [AP=연합뉴스]
그는 ‘천재’였다.

상황에 따라 타자들을 요리할 줄 아는 투수였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류현진은 2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버펄로의 세일런 필드에서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한 정규리그 마지막 등판에서 7이닝 무실점의 눈부신 역투로 팀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류현진은 최고의 역투를 뽐냈다.

지난 8일 5이닝 3피홈런 5실점을 포함해 전날까지 양키스와의 세 번의 대결에서 홈런 7방을 허용하며 2패, 평균자책점 8.80으로 철저히 밀렸다가 이날 한 번에 빚을 갚았다.

승리의 비결은 양키스 타자들의 의중을 역으로 이용하는 영리한 볼 배합이었다.

세일런 필드 외야에 강하게 부는 바람을 고려하면 류현진은 빠른 볼, 체인지업만으로는 양키스 핵타선을 잠재울 수 없었다.

그래서 택한 공이 컷 패스트볼(커터)이었다. MLB닷컴이 운영하는 게임 데이는 커터를 슬라이더로 분류했다.

야구 통계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류현진은 100개의 공 중 커터(31개)와 전가의 보도 체인지업(29개) 두 구종으로만 60개를 채웠다.

포심 패스트볼(18개), 싱커성 투심 패스트볼(10개), 커브(12개)는 양념이었다.

팔색조는 구속과 제구가 뒷받침될 때에야 화려함이 빛난다.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더욱더 낮게 던진 류현진의 팔색조는 그래서 아주 위력적이었다.

오른손 타자 몸쪽으로 예리하게 휘어져 들어가는 커터와 바깥쪽에 쑥 꺼지듯 가라앉는 체인지업의 앙상블은 눈부실 정도였다.

류현진은 삼진 4개를 제외한 아웃카운트 17개 중 7개를 땅볼로 채웠다. 뜬공은 9개, 직선타가 1개였다.

체인지업을 알고도 속을 만큼 양키스 타선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특히, 2-0으로 앞선 6회초는 이날의 백미였다.

류현진과 무사 1, 2루에서 등장한 4번 타자 장칼로 스탠턴의 대결은 이날 승패를 압축한 장면이다.

류현진과 잰슨 배터리는 변화구가 아닌 속구로 스탠턴의 의표를 찔렀다. 시속 141㎞짜리 빅리그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속구였지만, 정확하게 스트라이크 존에 꽂혔다.

두 번째 공도 마찬가지였다. 체인지업도, 커터도 아닌 시속 146㎞짜리 속구가 다시 스트라이크 존을 관통하자 스탠턴이 쫓겼다.

유리한 고지에서 류현진은 곧바로 결정구를 던졌다. 몸쪽으로 면도날처럼 꺾이는 커터였다.

스탠턴의 방망이는 자연스럽게 헛바람을 갈랐고, 그걸로 이날 승패는 사실상 결정 났다.

MLB 게임 데이는 속구로 분류했지만, 휘어져 도망가는 궤적상 속구보다는 커터에 가까웠다.

류현진은 여느 MLB 투수처럼 그날의 게임 플랜을 세우고 등판하며 경기 중 안 풀릴 때엔 경기 운영 계획을 능숙 능란하게 바꿔 카멜레온처럼 변한다.

류현진의 ‘천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양키스 타선도 설욕을 작정하고 나선 류현진을 이번에는 꺾을 수 없었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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