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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스토리] 류현진, ‘노숙자 설움’ 날린 토론토 PS 진출 ‘1등 공신’

2020-09-25 12:12

류현진의 역투를 조명한 토론토 구단 트위터 계정[토론토 블루제이스 구단 트위터 캡처]
류현진의 역투를 조명한 토론토 구단 트위터 계정[토론토 블루제이스 구단 트위터 캡처]

토론토 블루제이스 선수들에게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멋진 집이 있다. 세계 최초의 완전 자동 개폐식 돔구장인 로저스 센터가 그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곳에 갈 수 없었다. 미국이 아니라 캐나다에 있기 때문이었다.

코로나19라는 세균의 유입을 막기 위해 캐나다 정부가 이들의 입국을 거부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토론토 구단은 미국 내 다른 구단 홈구장을 사용하는 것을 고려했다. 그러나, 여의치 않았다. 결국, 토론토 구단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팀이 사용하고 있는 뉴욕주 버팔로 소재 구장을 ‘임시 홈구장’으로 쓰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것도 만만치 않았다. 조명과 라커룸 등 제반 시설이 메이저리그 기준에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구장 보수공사를 하는 동안 타 구단 구장을 홈으로 쓰는 ‘편법’을 써야 했다.

집 없이 떠돌아다니는 이른바 ‘유랑 생활’이 따로 없었다.


미국과 남미 출신 선수들은 그나마 나았다.

그러나 한국 등 미국 반대쪽에서 날아온 선수들에게는 고역이었다.

류현진이 그런 선수 중 한 명이었다.

LA 다저스 소속이었다면 좀 나았을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다저스를 떠나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올 초 토론토 스프링캠프가 있는 플로리다주로 날아간 류현진은 지금까지 ‘노숙자’ 생활을 해야 했다. 그것도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는 미국에서.

이처럼 경기 외적인 문제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을 류현진이 이런 어려움을 모두 극복하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토론토를 4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는 ‘1등 공신’이 됐다.

토론토는 사실 류현진을 영입하면서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젊은 투수들의 ‘롤모델’이 되어주기만 해도 본전은 뽑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류현진은 ‘롤모델’의 역할은 물론이고 30개 구단 중 최하위권으로 평가받던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는 기염을 토했다.

올 시즌 류현진은 5승(2패)을 챙겼다. 수비는 물론이고, 공격도 변변치 않은 팀에서 올린 성적치고는 수준급이다. 평균자책점도 2점대(2.69)를 찍었다. ‘죽음의 지구’라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이런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 시즌 다저스에서 기록한 2.32에 버금가는 성적이다.

이런 류현진의 노력이 있었기에 토론토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했다.

코로나19, ‘노숙자 생활’, 약체팀의 에이스 등 온갖 고난을 이겨내면서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류현진의 8000만 달러의 ‘몸값’이 결코 많지 않은 이유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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