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6(금)

야구

[마니아노트]'권불5년인가'---두산의 철옹성이 위험하다

이영하-함덕주의 보직이동에서 내부 위기 감지한 듯 ---최근에는 페르난데스까지 슬럼프 기미 보여

2020-09-24 09:48

5년 철옹성의 두산이 흔들리고 있다.

심각하게 경기를 지켜보는 두산 김태형 감독(뒷쪽 한가운데)을 비롯한 코칭스탭들. 두산은 최근 5위 자리까지 위태로운 지경에 빠져 5년 철옹성이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심각하게 경기를 지켜보는 두산 김태형 감독(뒷쪽 한가운데)을 비롯한 코칭스탭들. 두산은 최근 5위 자리까지 위태로운 지경에 빠져 5년 철옹성이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올시즌에도 자타가 공인하는 우승후보인 두산이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에 턱걸이를 한 채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마지막 5강 티켓 한장에 호시탐탐 눈독을 들이면서도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KIA와 롯데를 끌어 들여 스스로 진흙탕 싸움을 자초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두산의 올시즌 이런 행보는 어떤 전문가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9월초까지만 해도 두산의 이런 분위기는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었다. 잠시 4위로 밀려난 적은 있지만 추격하는 팀들이 제풀에 넘어지기도 하고 5위와의 게임차도 나름 넉넉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 모습은 9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두산은 9월 17일과 18일 수원 KT와의 2연전에서 유희관과 최원준을 선발로 내고도 연패를 당하고 뒤이어 19일에는 잠실 라이벌 LG에 패해 3연패에 빠지면서 순식간에 6위까지 곤두박질하면서 비상이 걸리기 시작했다. 두산이 시즌을 시작해 10게임을 넘긴 뒤 6위가 된 것은 2017년 5월 10일 이후 3년 4개월만이었다. 정말 두산으로서는 보기 드문 일이었고 나름 자존심이 상할만 했다.

두산은 20일 LG에 9회말 박세혁의 끝내기 안타로 2-5의 열세를 뒤집으며 5위로 한계단 올라섰으나 이제는 어느새 공동 3위인 LG, KT와 4게임차로 벌어졌다. 반면 6위 KIA는 반게임차, 7위 롯데는 2.5게임차로 턱밑까지 쫒아왔다. 이제 30게임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4게임차는 쉽게 뒤집을 수 있는 게임차는 아니다. 지난해 막판 두산이 SK에 9게임차를 뒤집고 승률 동률을 만든 뒤 상대전적에서 앞서 리그 우승을 한 적은 있지만 또다시 그런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다린다는 거은 지나친 기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8월말부터 선발에서 마무리로 보직 이동을 한 이영하. 이영하는 지난해 17승으로 다승 2위를 한 두산의 토종 에이스였다.[연합뉴스]
지난 8월말부터 선발에서 마무리로 보직 이동을 한 이영하. 이영하는 지난해 17승으로 다승 2위를 한 두산의 토종 에이스였다.[연합뉴스]
두산이 내부적으로 위기를 감지하기 시작한 것은 8월의 마지막 주말에 '선발 요원인 이영하와 절대 마무리 함덕주의 보직 이동'을 하면서 싹트기 시작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2018년 10승 투수로 올라선 뒤 지난해 17승으로 다승 2위에 오른 이영하와 함덕주가 똑같이 기대밖으로 부진한데다 본인들이 강력하게 원한다는 말은 덧붙였지만 이런 결정을 내린 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즌 막바지에 순위 싸움이 절정한 시기에 팀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토종 제1선발과 제1마무리를 바꿀때는 코칭스태프의 강력한 의지라고 보는 것이 더 타탕하다. 그만큼 주변 여건이 여의치 않아 김태형 감독 나름의 승부수라고 보는 편이 타탕하다.

무엇보다 시즌 초중반 두산이 뒷문이 무너져 힘든 게임을 했던 점을 감안하면 함덕주의 보직 이동은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선발로 돌아선 함덕주는 6일 SK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겨 성공한 듯 보였지만 이후 2게임에서 모두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당했다. 패배는 당하지 않았지만 13일 키움전(6-6 무승부)에서 4⅓이닝 3실점, 19일 LG전(6-9패배)에서 4이닝 5실점으로 물러났다. 또 이영하도 8월 29일 LG전부터 마무리로 나선 뒤 지금까지 9게임에서 2승(1패)을 챙기고 11이닝 1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이 0.818이지만 아직 1세이브도 올리지 못했다.

두산의 확실한 마무리였던 함덕주는 이영하와 보직을 맞바꾸면서 선발로 돌아섰지만 최근 2게임에서 연속으로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당하고 말았다.[연합뉴스 자료사진]
두산의 확실한 마무리였던 함덕주는 이영하와 보직을 맞바꾸면서 선발로 돌아섰지만 최근 2게임에서 연속으로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당하고 말았다.[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단순하게 외관적으로 드러난 이 기록만을 두고 이영하와 함덕주의 보직 이동이 결정적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타격 1위를 달리고 있는 페르난데스가 최근 10게임에서 43타수 9안타(타율 0.209) 2홈런 3타점으로 갑작스레 슬럼프 기미를 보이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10안타 내외로 치고 득점도 5~6점씩을 올리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이 터져주지 않는 약점은 이는 승리하는 팀이나 패배하는 모든 팀들이 겪고 있는 공통분모나 다름없다.

굳이 따지자면 이용찬의 대체선발로 나서 승승장구하던 최원준이 지난 12일 키움전에서 첫 패배를 당했고 제1선발 알칸타라가 지난 20일 LG전에서 5이닝 5실점으로 6월 4일 KT전 이후 18게임째만에 처음으로 5이닝만 던지고 물러나는 등 투수진의 난조를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여기에 플렉센, 유희관, 함덕주도 승리가 뜸하다는 것도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두산은 이번 주에 삼성과의 2연전에 이어 키움과의 주말 3연전(일요일 잠실 더블헤더)을 앞두고 있다. 하위팀인 삼성과의 2연전에서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자칫 두산은 2014년 이후 6년만에 가을야구의 방관자가 될 수도 있다.

그만큼 두산은 지금 절박한 시간이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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