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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스토리] 날개 다친 곤충 살려주고 홈런 선물 받은 클린트 프레이저...‘불살생계(不殺生戒) 실천

2020-09-21 05:00

다친 곤충을 집어들고 있는 클린트 프레이저.[MLB닷컴 제공]
다친 곤충을 집어들고 있는 클린트 프레이저.[MLB닷컴 제공]
뉴욕 양키스의 외야수 클린트 프레이저(25)가 불교의 ‘불살생계(不殺生戒 살아있는 생명에게 해를 입히거나 목숨을 빼앗는 행위를 경계하는 계)’를 실천하고 홈런을 쳤다.

MLB닷컴은 20일(이하 한국시간) 프레이저가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날개를 다친 곤충을 살려주고 홈런을 포함해 3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8-0 승리를 이끌었다고 보도했다.

4회 초 1루에 나간 프레이저는 보스턴 투수가 견제구를 던지자 1루 베이스로 돌아간 후 뒷주머니에서 외야 수비 카드를 꺼내 뭔가를 집어 들기 위해 허리를 구부렸다.

그가 집어든 것은 날개 다친 곤충이었다. 프레이저는 이 곤충을 내야 밖 안전한 파울 지역에 옮겨 놓았다.

이후 프레이저는 후속 타자들의 안타로 홈을 밟았고, 다음 이닝인 5회 초에서는 장쾌한 홈런을 치는 등 이날 4타수 3안타, 3타점을 올리며 활약했다. 이날의 맹타 덕분으로 프레이저의 시즌 타율은 3할대(0.306)에 진입했다.

프레이저는 경기 후 “1루로 돌아갈 때마다 곤충을 밟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그 곤충은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나는 1루 코치 레지 윌리츠에게 곤충을 밟지 말라고 했다. 선행을 하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동물들을 끔찍이 아끼는 미국인들은 집에 들어온 야생 동물도 죽이지 않고 잡아서 풀어준다.

만일 잡아 죽이는 장면이 목격이라도 되면 감옥행을 각오해야 한다. 동물 보호 단체들의 거센 항의는 기본이다.

야구장에서 본의 아니게 동물을 죽여 곤욕을 치른 선수들도 있다.

2001년 3월 26일 ‘레전드’ 투수 랜디 존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시범 경기 7회에 시속 95마일(153km)짜리 강속구를 뿌렸다. 순간 난데 없이 비둘기가 날아들어 존슨의 투구에 맞고 말았다. 비둘기는 깃털을 흩날리며 즉사했다. 존슨가 190억 분의 확률로 비둘기를 맞힌 것이다. 존슨의 투구는 스트라이크도, 볼도 아닌 무효로 처리됐고, 이 사건 이후 존슨은 연속 2루타를 맞고 2점을 내줬다.

데이브 윈필드는 양키스에서의 2년째 해였던 1983년 8월 5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이닝 사이 외야에서 몸을 푼 후 덕아웃으로 공을 던졌다. 그런데, 24미터 떨어진 곳에 앉아있던 갈매기가 그 공에 정통으로 맞고 말았다. 윈필드는 낄낄거리면서 장난삼아 모자를 벗어 애도를 표시했으나 다음 날 동물학대죄로 토론토 경찰에 출두하는 곤욕을 치렀다. 500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긴 했으나 동물 보호 단체들의 거센 항의로 죽은 비둘기에 대한 부검이 실시됐다. 부검 결과, 해당 비둘기는 윈필드의 공에 맞기 전 이미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경찰은 윈필드가 동물을 학대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며 그의 혐의를 취하했다.

전 LG 트윈스의 류제국은 지난 2003년 4월 말 플로리다 세인트루시 재키로빈슨볼파크에서 훈련 도중 독수리의 일종인 물수리에게 야구공을 던져 숨지게 한 혐의로 100시간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당시 이 시간은 CNN이 보도할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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