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소형준이 12일 한화전에서 승리해 신인으로 14년만에 데뷔 첫해 두자리승수의 맥을 이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009140920010939518e70538d2222111204228.jpg&nmt=19)
소형준은 2006년 류현진(한화)이후 14년만에 신인으로 두자리 승수를 올리는 쾌거를 이루었다. 특히 외국인투수들이 득세를 한 가운데 토종투수로 유일하게 10승 투수대열에 들어선데다 고졸 루키라는 점에서 더욱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다. 8월에 4승무패 평균자책점 1.57를 기록하며 고졸 루키로 사실상 사상 첫 월간 MVP에 오른데 이어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올시즌 신인왕도 예약을 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소형준이 토종 선수로 가장 먼저 10승에 올랐지만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 빠른 볼의 최대 구속이 150㎞를 훌쩍 넘기고 커브를 비롯해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지만 확실한 위닝샷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외국인투수인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윌리엄 쿠에바스에게 커터의 그립 잡는 법을 배우고 류현진의 영상을 보면서 위력을 배가시켰다고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빠른 볼에 비해 변화구의 위력이 약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소형준은 KBO리그에서 드물게 등장한 우완 정통파다. 앞으로 KBO 리그의 대표 투수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투수로 자라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고 또한 중요하다.
KBO리그에서 고졸 루키로 두자리 승수를 올린 투수는 소형준까지 포함해 1992년 염종석(롯데)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모두 9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 9명 가운데 태반이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고 시들고 말았다.
'엉덩이에 먼저 뿔이 난 격'으로 한순간에 슈퍼스타가 되는 바람에 제대로 자기자신을 관리하지 못한 탓이 대부분이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KBO 리그 고졸 루키로 첫 두자리 승수의 주인공이 된 염종석이다. 염종석은 이해 15게임째만에 10승을 올렸다. 그리고 선발과 마무리를 겸임했다. 요즘의 시스템으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당시에는 모든 구단들이 선발과 마무리를 확실하게 구분해 운용하지 않았다. 이 바람에 염종석은 무려 35게임에 등장해 17승9패6세이브를 올렸다. 평균자책점은 2.33으로 수준급이었다. 그리고 염종석은 이해 4위를 한 팀을 승승장구시키며 한국시리즈까지 제패시키는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하지만 염종석의 전성기는 이듬해인 이듬해인 1993년 33게임에서 10승10패7세이브(평균자책점 3.41)을 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염종석은 2008년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을때까지 14시즌 동안 단 한번도 10승 투수는 하지 못했다. 그냥 그런 중간급 투수에 그쳤고 마지막 은퇴를 앞둔 2008년에는 21게임에 나와 단 1승도 하지 못한 채 1패 3홀드만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말았다.
이뿐만이 아니라 2000년 천안북일고를 졸업한 뒤 한화로 입단해 10승 투수가 된 조규수는 이듬해 7승을 올린 뒤 내리막을 걷기 시작해 2010년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뒤 단 2게임만 던지고 사라지고 말았고 2004년 청원고를 졸업하고 현대유니콘스에 입단해 10승을 올렸던 오주원(현대)은 이후 2014년 5승을 올린 것이 최다승이고 지금은 키움의 불펜투수로 활동하고 있다.
물론 이들과 달리 현재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이나 한화의 레전드가 된 정민철(1992년)이 있기는 하지만 현역생활을 이어가는 3명을 제외한 나머지 6명 가운데 김수경(현대·1998년)만이 현재 NC에서 불펜투수코치로 활약하고 있을 뿐 나머지 5명은 프로야구계를 떠나고 말았다.
최근 힘겹게 5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 롯데의 허문회 감독은 경남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4승11패(평균자책점 5.47)에서 올해선발 19게임에 등판해 7승4패(평균자책점 4.73)으로 가능성을 보인 서준원을 불펜으로 돌리겠다고 선언했다. 즉 앞으로 롯데에서 기둥투수로 자라날 서준원을 당장 급하다고 해서 무리를 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LG 류중일 감독도 올해 고졸 신인으로 선발의 한축을 맡고 있는 이민호를 10일 간격으로 등판시키며 철저한 관리를 하고 있다. 바로 앞으로 팀에서뿐만 아니라 KBO 리그를 대표해야 할 미완의 대기들을 제대로 관리함으로써 투수 생명을 최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배려라고 보여진다. 올시즌 토종 바람을 일으키며 9연승을 한 구창모(NC)도 잠시 휴식을 위해 엔트리에서 제외된 뒤 부상 부위가 발견되면서 아직까지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프로데뷔 첫해에 성큼 토종 에이스로 발돋움한 소형준은 18게임에서 100이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앞으로 남은 게임을 감안한다면 최소 7~8게임은 더 등판이 가능하다. 지금 추세라면 130이닝은 훌쩍 넘길 수 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은 신인에게 무리가 올 수 있는 부분이다.
이제 KBO 리그도 부상 재활 프로그램이 구단마다 철저하게 지켜지는 등 자원 관리에 많은 신경을 쏟고 있지만 무엇보다 코칭스태프의 세심한 보살핌이 절실한 시기가 바로 시즌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순위 다툼이 치열한 지금이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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