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6(금)

야구

[마니아노트]'최원준과 같은 대체 선발 없나요'---대체선발에 따라 희비 엇갈려

NC 송명기, 키움 조영건, KT 김민수 등이 선발요원으로 활약해

2020-09-10 09:39

"최원준과 같은 대체선발 어디 없나요?"

대체선발로 나서 성큼 에이스로 발돋움한 두산 최원준
대체선발로 나서 성큼 에이스로 발돋움한 두산 최원준
코로나19로 뒤늦게 개막한 프로야구가 휴식시간을 가질 여유도 없이 숨가쁘게 달려와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살얼음판 순위 싸움이 불이 붙었다. 상위권은 상위권대로, 그리고 탈꼴지를 향한 SK와 한화의 몸무림도 안스럽기 그지 없다. 이런 가운데 각 구단들마다 대체선발들의 활약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5선발 체제로 선발 로테이션을 구성하고 있는 KBO 리그에서 대체선발은 선발투수의 부진이나 부상으로 공백이 생겼을때, 또는 선발투수가 몸에 특별한 이상은 없지만 피로가 겹쳐 휴식을 주어야 할때 주로 나서게 된다. 이외에도 팀에 전반적인 자극을 주어야 할 필요가 있거나 가을야구가 사실상 무산된 팀들은 리빌딩을 하는 차원에서 가능성있는 투수들에게 경험을 쌓기 위한 차원에서도 활용한다.

그렇다고 해서 대체선발의 실력이 선발투수들에 견주어 아주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퓨처스리그에서 경험을 쌓은 선수들을 콜업하는가 하면 때로는 짧은 이닝이지만 불펜으로 많은 경험을 쌓은 투수들 가운데서 발탁하기도 한다.

보통 대체선발들은 1~2게임 반짝하다가도 선발요원이 복귀하면 다시 불펜으로 내려가기가 일쑤다. 여기에 초반에 실점을 하고 위기를 맞으면 가차없이 교체되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정규 선발투수들이 초반에 실점을 하더라도 5회정도까지는 밀어부치는 경우와는 대조적이다. 이는 바로 대체선발들이 아직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체선발에서 정규선발로 오르기까지에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올해 대체선발로 나서 성큼 에이스급으로까지 성장한 대표적인 투수는 단연 최원준(두산)이 돋보인다. 제5선발인 이용찬이 부상으로 조기 시즌아웃되면서 대체선발로 나선 최원준은 지금까지 9연승 행진을 하며 이제는 외국인투수 라울 알칸타라와 함께 토종 에이스로 자를 굳힌 사실은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대체선발이 최원준처럼 성공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올해도 예년과 다름없이 각 구단들마다 대체선발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했지만 대체선발에서 선발로테이션에 들어간 투수는 손에 꼽을 정도가 이를 증명한다.

올해 대체선발로 나와 선발요원으로 나름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투수로는 NC의 신민혁과 송명기, 키움의 조영건, KT의 김민수 등이 꼽힌다.


NC 신민혁
NC 신민혁
신민혁과 송명기는 토종 에이스인 구창모와 지난해까지 에이스 자리를 지켰던 이재학을 대신했다. 2018년도 2차지명 5라운드 49순위로 NC에 입단한 신민혁은 구창모가 휴식차 1군에서 제외된 뒤 7월 28일 처음으로 1군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두차례 구원으로 나선 뒤 8월 13일 롯데전에 7이닝동안 6피안타 무사사구 2실점으로 호투하면서 프로 데뷔 첫 선발 등판에 첫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후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제구력이 좋은 신인으로 평가를 받으면서 이후 4게임에 선발로 나서 2승2패를 했다. 다만 선발 4게임에서 20⅓이닝 18자책점으로 평균자책점이 7.97에 이를 정도로 높아 현재 2군에 내려가 있는 이재학이 콜업되면 선발 자리를 계속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NC 송명기
NC 송명기
신민혁이 구창모의 대체선발이라면 송명기는 이재학의 대체선발이었다. 5월 16일 임창민을 대신한 불펜으로 1군에 모습을 드러낸 송명기는 이후 줄곧 불펜으로만 나서다 8월 15일 LG전에서 선발 이재학이 2⅓이닝 8실점으로 일찌감치 물러나면서 두번째 투수로 등판해 11타자 연속 범타로 처리하며 4⅔이닝 2안타(1홈런) 1실점으로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선발투수 자질로 인정을 받았다. 이후 이재학의 대체선발로 지난달 21일 첫 선발로 나선 뒤부터 안정적인 투구로 4게임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3.15로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에 따라 송명기는 신민혁과 달리 구창모와 이재학이 완전한 몸으로 되돌아와도 제5선발로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키움 조영건
키움 조영건
외국인선수인 제이크 브리검이 부상으로 빠져 대체선발로 나선 조영건은 선발에서 구원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선발로 복귀한 케이스다. 조영건은 브리검 대체 선발로 등판한 6월 3일 한화전에서 5이닝 4피안타(1홈런) 2실점으로 감격적인 프로데뷔 첫 승리를 따낸 뒤 이후 4게임 연속 조기 강판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즉 6월 9일 삼성전 3이닝 2실점, 14일 NC전 2⅔이닝 3실점, 20일 SK전 3⅔이닝 2실점, 그리고 26일 KIA전 3이닝 6실점이었다. 물론 당시 조영건의 구위나 게임운영, 그리고 내야수들의 실책까지 겹쳐 복합적인 요인이 있었지만 사실 대체선발인 탓에 빨리 교체된 느낌도 있다. 이는 최근 손혁 감독이 투수 운용을 하면서 선발투수 경험이 일천한 투수들을 기용할 경우 벌떼식 불펜을 기용하는 형태에서도 이를 찾아 볼 수 있다.

이후 조영건은 1군에서 말소된 뒤 7월말 다시 1군에 올라 온 뒤 불펜요원으로 활약하다 합격점을 받아 9월 2일 NC전에 선발로 나섰고 5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 그리고 9일 SK전에서 5⅓이닝 3실점을 했으나 활발한 타선의 지원을 받아 2연승을 했다. 하지만 조영건도 현재 2군에서 재활중인 제3선발인 최원태와 제4선발인 이승호가 곧 1군으로 콜업될 예정이라 이들이 돌아오면 다시 불펜으로 나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KT 김민수
KT 김민수
KT의 김민수는 2015년에 입단해 산전수전을 다 겪은 투수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지난해에는 8승까지 챙겼으나 여전히 선발요원으로 낙점을 받지는 못하고 있었다. 올해 5월 24일 잠실 LG전에서 LG의 로베르토 라모스에게 9회말 끝내기 만루홈런을 맞기도 했다.

이런 김민수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6월 2일 고관절 통증으로 5주간의 재활이 필요하다고 진단이 난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의 대체선발 자리였다. 이전까지 김민수는 구원으로만 9게임에 나서 평균자책점이 두자리수 자책점(14.14)를 기록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김민수는 자신에게 찾아온 대체 선발을 놓치지 않았다. 6월 5일 첫 선발로 나선 롯데전에서는 3⅓이닝 3실점을 했지만 선발 2번째 6월 11일 KIA전서는 5이닝 6피안타 3실점으로 첫 승리를 따냈다. 이후 꾸준하게 선발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민수는 최근 4연패로 주춤한 모습이지만 지금까지 당초 제5선발 김민을 불펜으로 밀어내고 선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과연 이들이 재활중인 선발요원들이 돌아오더라도 시즌 마지막까지 선발 자리를 고수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올시즌의 흥미거리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