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선발 체제로 선발 로테이션을 구성하고 있는 KBO 리그에서 대체선발은 선발투수의 부진이나 부상으로 공백이 생겼을때, 또는 선발투수가 몸에 특별한 이상은 없지만 피로가 겹쳐 휴식을 주어야 할때 주로 나서게 된다. 이외에도 팀에 전반적인 자극을 주어야 할 필요가 있거나 가을야구가 사실상 무산된 팀들은 리빌딩을 하는 차원에서 가능성있는 투수들에게 경험을 쌓기 위한 차원에서도 활용한다.
그렇다고 해서 대체선발의 실력이 선발투수들에 견주어 아주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퓨처스리그에서 경험을 쌓은 선수들을 콜업하는가 하면 때로는 짧은 이닝이지만 불펜으로 많은 경험을 쌓은 투수들 가운데서 발탁하기도 한다.
보통 대체선발들은 1~2게임 반짝하다가도 선발요원이 복귀하면 다시 불펜으로 내려가기가 일쑤다. 여기에 초반에 실점을 하고 위기를 맞으면 가차없이 교체되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정규 선발투수들이 초반에 실점을 하더라도 5회정도까지는 밀어부치는 경우와는 대조적이다. 이는 바로 대체선발들이 아직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체선발에서 정규선발로 오르기까지에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올해 대체선발로 나서 성큼 에이스급으로까지 성장한 대표적인 투수는 단연 최원준(두산)이 돋보인다. 제5선발인 이용찬이 부상으로 조기 시즌아웃되면서 대체선발로 나선 최원준은 지금까지 9연승 행진을 하며 이제는 외국인투수 라울 알칸타라와 함께 토종 에이스로 자를 굳힌 사실은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대체선발이 최원준처럼 성공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올해도 예년과 다름없이 각 구단들마다 대체선발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했지만 대체선발에서 선발로테이션에 들어간 투수는 손에 꼽을 정도가 이를 증명한다.
올해 대체선발로 나와 선발요원으로 나름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투수로는 NC의 신민혁과 송명기, 키움의 조영건, KT의 김민수 등이 꼽힌다.



이후 조영건은 1군에서 말소된 뒤 7월말 다시 1군에 올라 온 뒤 불펜요원으로 활약하다 합격점을 받아 9월 2일 NC전에 선발로 나섰고 5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 그리고 9일 SK전에서 5⅓이닝 3실점을 했으나 활발한 타선의 지원을 받아 2연승을 했다. 하지만 조영건도 현재 2군에서 재활중인 제3선발인 최원태와 제4선발인 이승호가 곧 1군으로 콜업될 예정이라 이들이 돌아오면 다시 불펜으로 나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김민수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6월 2일 고관절 통증으로 5주간의 재활이 필요하다고 진단이 난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의 대체선발 자리였다. 이전까지 김민수는 구원으로만 9게임에 나서 평균자책점이 두자리수 자책점(14.14)를 기록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김민수는 자신에게 찾아온 대체 선발을 놓치지 않았다. 6월 5일 첫 선발로 나선 롯데전에서는 3⅓이닝 3실점을 했지만 선발 2번째 6월 11일 KIA전서는 5이닝 6피안타 3실점으로 첫 승리를 따냈다. 이후 꾸준하게 선발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민수는 최근 4연패로 주춤한 모습이지만 지금까지 당초 제5선발 김민을 불펜으로 밀어내고 선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과연 이들이 재활중인 선발요원들이 돌아오더라도 시즌 마지막까지 선발 자리를 고수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올시즌의 흥미거리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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