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소형준이 고졸 신인으로는 처음으로 월간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1일 수원 홈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선발로 나서 역투하고 있는 소형준의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009090915580511918e70538d2222111204228.jpg&nmt=19)
1982년에 출범한 프로야구에 고졸 신인이 월간 MVP에 선정된 것은 출범 이듬해인 1983년 롯데 유두열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당시 유두열은 실업야구 한국전력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데다 프로야구 출범한 해에 서울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선수로 선발되면서 프로 입단이 1년 유보되는 바람에 1983년 롯데 유니폼을 입어 순수 고졸신인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형편이다.
그리고 그 뒤 지금까지 39년의 프로야구에서 처음으로 고졸 신인 월간 MVP가 탄생한 것은 그만큼 KBO 리그가 두터운 선수층으로 신인이 두각을 나타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뜻과도 통한다. 특히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나 국내 무대 최고의 좌완 양현종 등도 고졸 신인때 받지 못한 월간 MVP를 수상했다는 것 자체가 앞으로 소형준에 거는 기대가 얼마만한지를 나타내주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소형준은 시즌 초반인 5월 8일 두산전, 15일 삼성전에 선발로 나서 연거푸 승리를 따내면서 일찌감치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두차례 구원으로 나섰다가 5월 21일 삼성전에 첫 선발로 나서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긴 LG 이민호가 등장하면서 고졸 대형 신인 쌍두마차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줄곧 올시즌 신인왕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기도 했으나 소형준이 이번 월간 MVP 수상으로 완전히 앞서 나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소형준에게도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평균자책점은 7.06으로 높았지만 5월에 3승1패로 잘 나가던 소형준은 6월에 평균자책점(6.29)이 낮아졌지만 4연패(1승)를 당하면서 한계에 부딪쳤다. 잘 던질때와 못 던질때의 편차가 너무 컸다. 5이닝 3실점이나 2실점으로 고졸 신인치고는 수준급 피칭을 보이고도 승리를 못 챙긴 반면 패할 때는 그냥 5~8실점까지 순식간에 내주는 식이었다. 6월 13일 삼성전 4⅔이닝 7실점을 했고 한화전에서는 2게임 연속으로 8실점(5월 21일 5⅓이닝), 6실점(6월 26일 2⅔이닝)으로 연패를 당하기도 했다.
이런 소형준에게 이강철 감독은 6월 26일 한화전에서 패한 뒤 보름, 그리고 7월 17일 NC전 이후 보름씩 거의 한달 동안 두 차례 휴식기간을 줬다. 이 기간이 소형준에게는 야구에 대한 눈을 한꺼풀 더 뜨게 한 시기였다.
이동안 소형준은 컷 패스트볼(커터)을 집중적으로 익혔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는 소형준이 커터까지 추가한 것은 슬라이더와 커브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때문이었다. 커터 그립을 잡는 법은 팀 동료인 외국인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윌리엄 쿠에바스에게 배웠다. 던지는 법은 류현진의 동영상을 집중적으로 보면서 어떤 느낌으로 던져야 하는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다.
첫 휴식을 하기 전으로 커터를 장착하기 이전과 그 이후의 소형준은 그야말로 천양지차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커터 이전 6.65였던 평균자책점은 커터를 배운 뒤 8게임에서 평균자책점은 2.17로 리그에서 1위였다. 당연히 8월도 5게임에서 28⅔이닝을 던지며 4연승, 탈삼진 24개. 5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은 1.57로 1위였다. 그리고 9월 3일 SK전에서도 5이닝 2실점으로 9승째(5패)를 따내며 5연승 행진 중이고 덩달아 KT도 공동 4위까지 뛰어 오르는 무서운 뒷심으로 사상 첫 가을야구에 한걸음 더 다가서고 있다.
소형준 앞에는 또 다른 기록이 남아 있다. 동산고를 졸압하고 한화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이 2006년 데뷔 첫해에 18승(6패)을 올린 이후 지금까지 14년동안 미답의 고지로 남아 있던 고졸 신인 10승 투수 기록이다. 9일 현재 KT는 정확하게 100게임을 치렀다. 남은 44게임에서 소형준은 앞으로 8게임 정도. 이제 1승만 더 보태면 그에게는 새로운 영광스러운 타이틀이 또 붙게 된다. 그리고 신인왕도 바로 눈앞에 있다.
이강철 감독은 "소형준은 지금 프로야구 투수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고 할 정도로 커맨드가 뛰어난 투수"라고 칭찬한다. 그렇지만 보름씩의 두차례 짧은 휴식기간만으로 새로운 구종을 익히기는 결코 쉽지 않다. 당연히 소형준도 커터를 아직 완벽하게 구사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금까지와의 다른 패턴의 구질을 구사함으로써 타자들이 공략하기가 한층 더 어려워 진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기에 소형준의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나 다름없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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