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이민호의 공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빠른 볼은 평소와 다름없이 140㎞ 중반까지 찍었다. 변화구가 일부 한가운데로 몰리기는 했지만 제구력도 큰 문제는 없어보였다. 이날 이민호가 못 던졌다기 보다는 롯데 타자들의 노림수가 이민호의 투구 패턴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여기에 1회초 2사 1루에서 이대호의 오른쪽 타구를 우익수인 이형종이 노바운드로 잡으려고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한 것이 뒤로 빠지면서 실점을 허용한 것이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이 된다. '슈퍼'라는 수식어가 붙고는 있지만 아직은 신인인데다 그리고 조그마한 실수에도 흔들릴 수 있는 아직 경험이 일천한 덜 다듬어진 투수라는 점에서, 그리고 처음으로 등판해 익숙하지 않은 사직구장 등 여러가지 요인들이 겹친 탓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이민호는 사실 1회를 비롯해 초반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오히려 1회를 넘어서면 2회부터는 위력을 발휘했다. 이날까지 총 36실점 가운데 1회 실점이 20점으로 56%에 이르고 있다. 앞으로도 작은 투구수로 1회를 어떻게 제대로 넘기느냐가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자라날 수 있느냐의 갈림길이 될 수도 있다.
현재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류현진이나 KBO 리그의 대표적 좌투수인 양현종 등 모든 대투수들도 한회에 대량실점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민호도 지금 KBO 리그를 대표하는 대투수로 가기 위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 성장통을 이겨내는 힘은 바로 자기 자신을 더욱 강하게 단련하는 수밖에 없다. 이제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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