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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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노트]'확실한 믿을맨인 너마저도'--필승 카드 부진이 부른 살얼음판 상위권 순위 싸움

루친스키-원종현, 요키시-조상우가 비틀거린 NC와 키움 연패 늪에 빠져

2020-09-07 09:21

'확실한 믿을맨인 너 마저도…'

2위와 4위는 뜀박질을 하는데 1위와 3위는 뒷걸음질이다. 2위 LG와 공동 4위인 KT가 연승 행진을 하며 '룰루랄라~'를 하는 동안 1위 NC와 3위 키움은 나란히 3연패로 코가 빠졌다. 1위~3위가 1.5게임차, 그리고 공동 4위가 4게임차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에 어떡하든 5강 자리를 비집고 들어 오고 싶어하는 KIA가 공동 4위에 2.5게임차로 따라붙고 있다. 그야말로 살얼음판 순위나 다름없다.

NC 원종현
NC 원종현
이처럼 상위권 판도가 급변하게 된 원인은 한때 0.5게임차로 선두 다툼을 벌이던 NC와 키움이 3연패를 당한 탓이 컸다.

먼저 무난하게 페넌트레이스 1위가 예상됐던 NC는 8월부터 그 조짐을 보이기 시작해 9월이 되어도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7월말까지만 해도 NC는 2위 키움을 6게임차로 따돌리며 2~5위 싸움을 강 건너 불보듯 즐기며 느긋한 선두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휴식을 준 에이스 구창모가 왼팔 전완부 염증이 발견돼 상당 기간 공백이 예상되었지만 전혀 걱정하는 빛은 없었다.

하지만 구창모의 공백은 의외로 빠르게 찾아왔다. 8월들어 11승12패1무로 5할 승률에 밑돌면서 16승8패1무(승률 0.667)의 LG와 17승9패(승률 0.654)의 키움이 어느듯 턱밑까지 쫒아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NC는 조금의 여유는 있었다. 구창모와 함께 선발 삼각편대를 이룬 두 외국인투수 드류 루친스키와 마이크 라이트가 건재했기 때문이었다. 이 기대대로 라이트가 1일 키움전에서 9승째를 올리는 6이닝 4피안타 2실점의 쾌투를 하면서 NC는 한숨을 돌렸지만 이번에는 8월의 상승세를 탄 LG가 기다리고 있었다.

NC의 결정적인 타격은 3일 잠실 LG전이었다. 이날 NC는 시준 초반 5선발로 낙점했다가 불펜으로 활용한 김영규를 98일만에 선발로 내세워 LG의 외국인투수 타일러 윌슨 카드에 맞섰다. 김영규는 5회까지 6피안타 5탈삼진 3실점으로 나름 호투하고 4-3으로 리드한 상태에서 물러났으나 필승조인 문경찬이 8회말 박용택에게 역전 3점 홈런을 맞고 말았다. NC의 연패가 시작되고 LG의 연승이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그 다음날 NC는 필승카드인 루친스키가 나서고 반대로 LG는 약간은 쉬어가는 모양새를 보이며 김윤식을 선바로 내세웠다. 사실상 루친스키와 정면승부를 피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깔린 선발투수 운용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뒤틀어졌다. 루친스키가 먼저 3실점했으나 곧바로 만회하며 5-3으로 역전을 시켰으나 이번에는 확실한 마무리인 원종현이 8회말 김현수에게 2타점 동점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결국 연장 12회까지 두 팀은 헛팀만 쓴채 무승부로 마감하고 말았다.


무엇보다 16안타와 13안타를 치면서 2게임 연속 이기고 있다가 1무1패로 마감한 그 여파는 NC가 고스란히 뒤집어썼다. 바로 대구 삼성과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원정경기에서 5회에 5실점한데다 타격마저 순식간에 식으면서 5안타에 머물며 삼성에게 5-3으로 패하고 만 것. 그나마 양의지의 9회초 3점 홈런이 없었다면 영패의 수모까지 당할 뻔 했다. 더블헤더 2차전은 태풍으로 인한 폭우가 쏟아져 취소됐다. 취소된 게임이 어느 팀에 유리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3연승의 삼성보다는 3연패의 NC가 한숨을 돌렸다고 하는 편이 나을 듯 하다.

비록 NC의 연패는 필승 공식인 루친스키가 등판하고 문경찬, 원종현 등 필승 마무리들을 모두 투입하고도 승리를 못 챙긴 탓이지만 여전히 박민우, 이명기, 나성범, 양의지, 애런 알테어 등 언제든지 3할타자에 홈런포까지 가동할 수 있는 타자들이 즐비해 위기라고 표현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5월 13일 1위에 오른 뒤 아직까지 단 한 순간도 빼앗기지 않았던 선두 자리를 내 준다면 자칫 선수들이 허탈감에 빠져 순식간에 순위가 떨어질 위험도 있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는 야구가 흐름에 승패가 좌우될 정도로 민감한 경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키움 조상우
키움 조상우
한때 NC에 반게임차를 유지하며 5월 12일 이후 선두 탈환까지 바라봤던 키움도 확실한 에이스인 에릭 요키시와 필승 마무리인 조상우가 비틀거리면서 3연패에 빠져 3위로 미끌어졌다. 지난달 23일 캐치볼을 하다 어깨 통증을 느껴 엔트리에서 빠져 휴식을 취하는 바람에 8월 20일 LG전 이후 17일만인 6일 KT전에 선발로 나선 요키시는 4-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3회초 4실점(3자책점)하면서 단 2이닝만에 강판당하고 말았다. 역시 이때 KT도 요키시와 정면대결을 피하려는 듯 지금까지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는 하준호를 약 10년만에 선발로 내세웠다.

선발이 서로 초반에 실점을 하면서 불펜 대결을 벌인 키움은 6-6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세이브 1위(25세이브) 조상우가 2사 1, 2루에서 유한준에게 중전안타를 맞아 결승점을 내주고 말았다. 지난 4일 한화의 김민우에 맞서 한현희를 내보내고도 의외로 타선이 침묵하면서 1-7로 대패했던 키움은 5일 KT 윌리엄 쿠에바스에게 9회 2사까지 무득점으로 그쳤고 이날도 요키시-조상우 카드로 승리에 열망을 보였으나 이마저 뒤틀러져 버린 것이다.

연승과 연패는 언젠가는 끊어지기 마련이다. 두번째 7연승을 하고 있는 LG나 역시 마찬가지로 두번째 6연승을 하고 있는 KT의 연승 행진도 끝나게 될 터이고 이번을 포함해 올해 4번의 3연패는 당했지만 4연패는 하지 않는 NC나 두차례 4연패를 당한 적이 있는 키움도 연패의 길이가 길어질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필승카드의 부진이 NC와 키움의 선두 싸움으로 기우는 듯 하던 상위권 판도를 완전히 헝클어 놓는 바람에 올시즌 막판까지 5강의 순위 싸움은 더욱 흥미를 끌게 됐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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