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쁘게 달려온 프로야구가 각 팀마다 100게임을 눈앞에 두면서 종반전으로 접어 들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시기다. 이겨야 하는 게임은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잡아야 한다. 때로는 과감하게 포기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또한 막판 스퍼드를 위해서는 주전들에게 적당한 휴식을 주면서 힘을 비축해야 한다. 즉 지금부터 주전들을 위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할 때이다.
이런 점에서 5게임차 내외에서 선두 싸움을 벌이고 있는 4강에게는 무엇보다 대체선발, 임시선발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들 4강마다 선발투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대체선발이나 임시선발의 역할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NC 송명기
신흥 에이스 구창모의 부상 결장과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하던 이재학의 부진으로 힘든 선두를 고수하고 있는 NC는 송명기 신민혁의 등장이 반갑기 그지없다. 송명기는 지난 27일 지난해 통합챔피언 두산을 맞아 5이닝동안 8개의 안타를 맞으면서도 볼넷을 1개만 내주는 깔끔한 피칭으로 시즌 2승째를 거두었다. 송명기 개인으로서는 올시즌 26게임째, 프로데뷔 2년만에 올린 첫 선발승이라는 감격뿐만 아니라 NC로서는 1.5게임차로 쫒기던 키움과의 간격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귀중한 1승이기도 했다.
또한 2018년 2차 5라운드 49순위로 입단해 올해 첫 1군 무대에 데뷔한 신민혁도 임시선발로 기대 이상의 몫을 해 주고 있다. 신민혁은 8월 13일 롯데전에 첫 선발로 나선 데뷔 무대에서 7이닝 6피안타 5탈삼진 2실점으로 깜짝 쾌투를 하면서 승리를 따낸 뒤 4게임 연속 선발로 나서 2승1패로 선발 로테이션이 무너진 팀에 활력소 구실을 했다. NC로서는 이들 두 임시선발들이 구창모가 복귀할 때까지 제대로 버텨주느냐가 바로 선두 지키기와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키움 김재웅
이는 호시탐탐 선두를 노리고 있는 키움도 마찬가지다. 키움도 에이스인 외국인선발 에릭 요키시가 빠진 자리를 김태훈 김재웅이 메꾸고 있다. 아직 이들에 대한 믿음에 확실치 못해 많은 이닝을 던지게 하지는 않고 2~3이닝을 맡기는 식이지만 이들의 초반 호투가 팀 승리의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김재웅은 8월 26일 KT전에서 3이닝 무실점으로 막아내 팀이 6-5로 승리하는데 힘을 보탰다, 김재웅은 8월 선발 한 차례를 비롯해 7월 10일부터 모두 16게임째 무실점 행진을 하고 있다.
LG 김윤식
3위 LG도 사정은 비슷하다. 토종 에이스 차우찬의 공백을 토종 에이스로 떠오른 임찬규와 플래툰 시스템으로 돌고 있는 정찬헌과 신인 이민호, 여기에 최근에 김윤식까지 가세하면서 8월에 25게임에서 16승8패1무(승률 0.667)로 10개 구단 가운데 최고 승률을 기록하며 성큼 정규시즌 우승까지 넘볼 정도가 됐다. 특히 8월 임시선발로 나선 김윤식은 지난 27일 수원 KT전에서 6이닝 2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프로데뷔 첫 승리를 하며 8월에 1승1패 평균자책점 5.76을 기록하고 있다.
두산 이영하
불펜진이 무너지면서 어렵게 시즌을 이끌어가고 있는 두산은 선발 이영하와 마무리 함덕주의 보직을 전격적으로 바꾸었다. 물론 본인들이 서로 원했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선발로 나서 17승4패(평균자책점 3.64)로 성큼 에이스로 발돋움한 이영하가 올해 3승8패(평균자책점 5.47)로 부진한 것도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영하는 2017년과 2018년 초반에 불펜으로 뛴 적이 있고 함덕주도 선발로 나선 경험이 있지만 시즌 막판에 보직 변경은 상당한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반면 제5선발 이용찬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뒤 나선 대체선발 최원준은 어느새 토종 에이스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단순히 4강을 넘어 선두 자리까지 노리는 이들 팀들로서는 막판 스퍼드를 하기 위해서 이제부터 기존 투수 로테이션을 조금씩 허물더라도 '맞춤형 선발'을 기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반드시 잡아야 할 게임에는 그 팀에 강한 투수를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하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에이스들이 부상에서 복귀하거나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이들을 대신해 버텨줄 이들 대체선발이나 임시선발들의 활약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