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6(금)

야구

[마니아스토리]이민호, 1회 실점과 투구수를 줄여야 최고 투수에 오를 수 있다.

총 25실점 가운데 1회에만 14실점, 3회 이전에 80%인 20실점 해

2020-08-27 08:46

"1회를 넘어라"

선발투수들은 1회가 가장 어렵다고들 한다. 아무래도 시작이다보니 몸이 덜 풀려 제구력이 채 잡히지 않은 탓도 있을테고 몇 차례 등판한 곳이라고 하더라도 그때마다 환경이 조금씩 다른 탓도 있을 것이다. 주심의 볼 판정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고 그냥 1회에 마운드에 서면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말을 하는 선발투수도 있다. 선발투수가 1회가 어렵다고 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심리적인 이유가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LG 이민호가 26일 대구 삼성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이민호는 1회에 35개의 볼을 던지며 9명 타자에게 5안타 5실점을 했으나 이후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팀의 역전승의 발판이 됐다.[연합뉴스]
LG 이민호가 26일 대구 삼성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이민호는 1회에 35개의 볼을 던지며 9명 타자에게 5안타 5실점을 했으나 이후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팀의 역전승의 발판이 됐다.[연합뉴스]
올시즌 1회가 가장 어려운 투수 가운데 하나로 LG의 고졸 루키 이민호가 꼽힌다.

잘 알려진대로 이민호는 대치중-휘문고를 거쳐 2020신인드래프트에서 LG에 1차 지명된 고졸 루키다. 뒤늦게 개막한 올시즌 프로야구에 2차례 불펜으로 등장해 무실점 투구를 한 뒤 곧바로 선발로 낙점돼 LG 선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모든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앞으로 우리나라 프로야구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우완 에이스로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입을 모을 정도로 이미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또한 다른 선발 투수들과는 달리 10일 간격으로 등판하면서 LG 류중일 감독의 특별 보호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런 이민호가 1회 징크스에 시달린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만큼 1회를 넘기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이민호는 26일 대구 삼성전서 선발로 나서 1회에 무려 5실점을 했다. 이민호는 이날 1-0으로 앞선 1회말 선두 김상수를 삼진 처리한 뒤 구자욱을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삼성의 새로운 외국인타자 다니엘 팔카를 루킹삼진으로 돌려 세워 산뜻하게 마무리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원석에게 3루수 글러브를 스치고 왼쪽으로 흐르는 2루타를 맞은 뒤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해 공이 가운데로 몰리거나 높으면서 박해민과 강민호에게 연속 안타 실점에 이어 김헌곤에게 3점홈런까지 맞아 5실점하고 말았다. 1회에 무려 9타자에 35개 공을 던지며 5안타 5실점을 한 것.


하지만 이민호는 1회를 넘기고 난뒤에는 마치 다른 투수처럼 변했다. 특히 2회에 구자욱의 직선타구에 오른팔을 맞는 아찔한 순간을 맞기도 했으나 투구 내용은 그야말로 위력적이었다. 구위와 제구가 완벽에 가까웠다. 4회까지 3이닝 연속 삼자 범퇴, 5회에는 선두 타자 김상수에게 몸맞는 볼을 내주었지만 5회까지 단 한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았다. 6이닝 7안타 5실점으로 4-5로 뒤진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팀이 로베르토 라모스의 역전 2점홈런에 이어 유강남의 백투백홈런으로 8-5로 승리하면서 패전은 기록하지 않았지만 8월 16일 NC전 5실점에 이어 2게임 연속으로 5실점하면서 평균자책점이 2점대(2.97)에서 3점대(3.39)로 올라갔다.

이민호의 올시즌 1회 실점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올시즌 두번째 선발로 나선 6월 2일 삼성전에서도 1회 2실점한 것을 비롯해 올해 선발 10게임 가운데 반인 5게임에서 1회에 실점을 했다. 이를 3회 이전으로 늘여보면 7게임이나 된다. 특히 선발 10게임 25실점(24자책점) 가운데 1회 실점이 무려 14점이며 2회와 3회에 각각 3실점을 해 3회 이전 실점이 20점에 이른다. 3회 이전 실점이 전체의 80%다. 그리고 4회에 2실점, 5회에 3실점했다.

이 바람에 이민호는 선발로 나선 10게임에서 LG는 7승2패1무를 했으나 정작 이민호는 4승2패에 그쳤다. 패수는 그대로 떠안은 반면 승리는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이다. 또 이민호는 63⅔이닝 277타자를 상대하면서 피안타 56개, 탈삼진 43개, 볼넷 26개, 몸맞는볼 9개를 기록하고 있다. 몸맞는 볼이 많은 것은 그만큼 타자 몸쪽을 과감하게 공략하는 승부욕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던진 이닝수에 견주어 사사구가 35개로 많은 편이다. 아직 홈런을 2개밖에 내주지 않을 정도로 타자들을 압도하는 구위와 제구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무사사구게임이 아직은 단 한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이 바람에 투구수가 이닝에 비해 많은 편이다. 지난 6월 30일 KT전에서는 5이닝을 던지면서 1실점을 하면서도 116개의 공을 던졌다. 선발 단 한 차례만 제외하고 9게임에서 모두 100개를 넘겼다.

현재 이민호는 8승5패 평균자책점 4.46의 소형준(KT)과 함께 신인왕 선두주자 가운데 한명으로 꼽힌다. 신인왕 싸움과는 별개로 이민호가 명실상부한 최고 투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1회 실점과 투구수를 줄이는데 좀 더 신경을 쏟아야 할 것 같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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