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니아스토리]인간 승리의 향내 풍기는 최원준,,,확실한 두산 토종 에이스 자리 꿰찼다

2020-08-19 09:08

'낭중지추'(囊中之錐). 주머니 속의 송곳으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드러난다는 뜻으로 자주 쓰이는 말이다. 올시즌 프로야구 대표적인 낭중지추라면 두산의 사이드암 최원준(27)을 꼽아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사이드암 투수인 최원준은 '대체선발'의 꼬리표를 떼고 이제 엄연한 두산의 토종 에이스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연합뉴스]
사이드암 투수인 최원준은 '대체선발'의 꼬리표를 떼고 이제 엄연한 두산의 토종 에이스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연합뉴스]
최원준은 18일 부산 롯데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4피안타(1홈런) 2실점으로 올시즌 첫 퀄리티스타트를 하며 시즌 7승째를 따냈다. 올시즌 30게임에 등판해 지금까지 무패행진이다. 승률 100%로 올시즌 KBO리그 최고 투수로 우뚝 선 구창모(NC)와 함께 승률 공동 1위에 올라있다. 선발로 나선 7차례 경기에서 6번을 승리했고 구원승이 1번이다. 평균자책점은 4.31이지만 선발 평균자책점은 3.28(35⅔이닝 13자책점)로 선발로 나섰을 때 성적이 더 좋다 .

사실 올해 최원준은 선발요원이 아니었다. 믿음직한 미들맨 정도였다. 그래서 그에게는 언제나 '대체선발'이란 꼬리표가 항상 따라붙었다. 시즌 초 두산의 제5선발인 이용찬이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을 당하면서 선발의 기회를 잡았기 때문에 붙여진 꼬리표였다. 그랬던 그가 수년동안 검증을 거치고 거쳐 KBO 리그에서 내노라하는 선발요원인 이영하와 유희관을 제치고 이제는 어엿한 두산 마운드의 축이자 에이스로 자리를 잡았다. 외국인투수인 라울 알칸타라와 함께 토종 에이스가 됐다.

최원준은 사연이 많은 선수다. 그렇기에 그에게서는 인간승리의 향내가 풍긴다.

최원준은 보통의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신일고를 졸업하고 동국대에 진학을 했다. 고교를 졸업하면서 프로에 지명을 받지 못한 탓이었다. 하지만 그는 대학시절 대학무대를 주름잡는 정상급투수였다. 17승2패. 2013년과 2014년 전국대학야구 춘계리그 2연패를 이끌며 최우수선수상(2014년)을 수상했다. 2014년 21세이하 세계야구선수권대회와 2015년 유니버시아드대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서는 국가대표로서의 경력도 쌓았다.

그러나 4학년때는 거의 공을 던지지 못했다. 오른쪽 팔꿈치 인대 문제로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소위 말하는 토미존 수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두산은 그를 2017년 1차 지명했다. 고교 졸업때 프로에 지명되지 못한 아픔을 한꺼번에 털어버렸지만 그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2016년 10월 구단 검진에서 갑상생암(갑상선암) 진단을 받아 오른쪽 갑상샘을 제거했다. 2017년 6월 완쾌판정을 받았지만 이해 12월 이번에는 반대쪽 갑상생암 판정을 받았다. 다시 왼쪽 갑상샘을 떼어냈다. 2년 사이에 세차례 수술을 받은 것이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그는 마침내 2018년 7월 25일 인천 SK전에서 미들맨으로 첫 프로데뷔전을 치렀다. 선발 유희관이 1이닝만에 물러나자 이현호에 이어 2번째 구원투수로 나서 3이닝 4피안타(2홈런) 3실점을 했다. 화려한 데뷔전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잘 던진 셈이었다.

이때까지 그의 이름은 최동현이었다. 그리고 최원준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개명을 한 것이다. 지긋지긋한 병마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맞고 싶은 열망때문이었다.
이때부터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8년 1군 등록일수는 불과 26일에 그쳤다. 단지 6게임에만 나섰다. 9⅓이닝 평균자책점 10.61. 승패는 없었다.

2019년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등판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4월 23일 1군에 등록돼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6월 5일 KIA전에 선발 이현호의 조기 강판으로 4회에 마운드에 올라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팀의 역전승에 기여했다. 프로 데뷔 후 최다 이닝 투구였다. 김태형 감독이 믿고 내보내는 불펜으로 자리매김했다. 34게임에서 1승2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65. 등판한 게임에 견주어서는 성적이 크게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평균자책점을 두고 보면 최고의 불펜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던 그가 올해 만개의 시기를 맞았다. 시즌 초반 간간히 불펜으로 나오다 올시즌 첫 선발등판한 6월 12일 한화전에서 5이닝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첫 승리를 따냈다. 또 6월 25일 SK전에서는 미들맨으로 4⅔이닝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올렸다. 그리고 7월 중순부터는 완전히 선발요원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동안 최원준은 KIA, LG, 삼성, 롯데를 상대로 승리를 올리면서 팀의 순위 싸움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사이드암으로 언더핸드쪽에 더 가까운 투수인 최원준은 패스트볼이 위력적이고 다양한 구종의 변화구도 구사한다. 패스트볼은 힘이 있어 타자들은 방망기가 밀리는 모습도 보인다. 변화구 제구가 다소 들쑥날쑥하지만 이제 프로 3년차로 더욱 다듬어야 할 부분이다.

[정자건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7@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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