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체력적인 문제가 그 중 하나일 수 있다.
KBO 리그의 경우, 각 팀은 정규리그에서 144경기를 치르게 되어 있다. 3월 말부터 시작해서 9월 말까지다. 우천으로 인해 10월까지 연장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의 백미인 한국시리즈는 11월 초순까지 열리기도 한다. 장장 7~8개월이 소요된다.
올 시즌은 예정보다 한 달 이상 늦은 5월 5일에 개막했기 때문에 일정이 더 빡빡하다.
그만큼 체력 소모도 많아지게 된다. 체력 소모가 많아지면 부상자도 속출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감독의 융통성 있는 선수 기용이다. 적절하게 휴식을 줘야 한다는 말이다.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의 에디슨 러셀이 KBO에 오자마자 펄펄 날고 있다. 타격과 수비에서 급이 다른 플레이를 펼치면서 소속팀(키움 히어로즈)에 활력을 불어놓고 있다.
키움은 시너지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그의 합류로 기존 선수들이 자극을 받고 있다. 덕분에 키움은 러셀의 합류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감독 입장에서야 흐믓할 수밖에 없다. 매일 승리를 안겨주는 선수가 이쁘게만 보인다. 그리고, 계속 그 선수를 기용해서 승수를 더 챙기고 싶을 것이다.
게다가 러셀은 올해 겨우 26세에 불과하다. 며칠을 밤새워도 끄떡하지 않을 젊은 선수다. 그렇기에 손 감독은 그를 더욱 많이 기용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손 감독은 알아야 한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고 싶으면, 러셀에게 충분한 휴식을 줘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러셀은 지난해 9월 30일을 끝으로 공식적인 경기에 출전한 적이 없다.
한국에 오기 전까지 거의 10개월을 놀았다. 시카고 컵스에서 방출돼 갈 곳도 없었는 데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사태까지 터졌기 때문이다. 한국에 와서도 14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그런데도, 그는 KBO 리그에 빠른 속도로 적응하고 있다. 매 경기 맹타를 날리고 있다. 경기에 임하는 태도도 진지하다. 1루를 향해 전력을 다해 뛰는 모습은 우리 선수들이 배울 만 하다.
다만, 러셀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그가 오버페이스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KBO 리그에서 잘해야 다시 메이저리그에 복귀할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앞만 보고 달리다가는 제풀에 지칠 수 있다. 정작 포스트시즌에서는 체력이 소진돼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런 걸 잡아주는 지혜가 손 감독에게 필요하다. 러셀이 괜찮다며 막무가내로 뛰려고 해도 제어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시리즈에서 러셀을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다.
어차피 러셀의 KBO 리그 생활은 ‘아르바이트’에 지나지 않는다. 그가 내년 시즌에도 KBO에서 뛸 것이라는 상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메이저리그가 아니더라도 그는 마이너리그 계약을 통해 메이저리그 복귀를 노릴 것이다.
그걸 알고 있다면, 손 감독은 더욱 러셀에 대한 체력 관리에 신경을 더 써야 한다.
지명타자로도 기용하고 있지 않느냐고 항변하고 싶겠지만, 그러다가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 있다. 쉬게 하려면 확실히 선발에서 빼는 결단이 필요하다. 체력이 많이 소진되는 요즘과 같은 무더운 여름에는 더욱 그렇다.
[장성훈 선임기자/report@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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