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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노트] 김광현은 오승환이 아니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착각

2020-07-26 08:32

 25일 MLB 개막전에서 투구 도중 땀을 닦는 김광현.
25일 MLB 개막전에서 투구 도중 땀을 닦는 김광현.
농구계를 떠나 프로야구 선수로 변신한 뒤 다시 농구 선수로 돌아왔을 때 마이클 조던의 몸은 변해 있었다.

농구를 할 수 있는 몸이 아니었다. 야구를 하기 위한 몸이었다.

그런 몸으로 조던은 미국프로농구(NBA)에 컴백했으니 몸이 제대로 움직여줄 리 없었다.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소속팀인 시카고 불스의 탈락을 목도해야만 했다.

시즌이 끝난 후 조던은 개인 트레이너의 지도하에 농구할 수 있는 몸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혹독한 훈련이었다. 특히 상체의 근력을 키우기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에 주력했다.

다시 예전 몸으로 무장한 조던은 불스를 다시 한번 3연패로 이끌었다.

평생을 거의 선발로만 뛰었던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마무리 투수로 변신한 뒤 천신만고 끝에 첫 세이브를 올렸다.

선발 투수와 마무리 투수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준비하는 과정과 투구 패턴 등이 완전히 다르다.

선발은 5일마다 마운드에 등장하지만, 마무리는 팀이 리드하고 있을 때는 항상 몸을 물어야 한다. 팀이 역전당할 경우에는 등판도 하지 못하고 그냥 보따리를 싸야 한다.

선발은 점수를 좀 내줘도 되지만, 마무리의 실점은 경기 승패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부담감이 선발보다 크다.

선발 투수는 제구력이 다소 흔들리더라도 버틸 수 있다.

그러나 마무리 투수의 제구력은 생명줄과 같다.

그런 점에서, 마무리 투수로 변신한 김광현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문제는, 김광현은 그럴 시간이 턱도 없이 부족했다는 사실이다.

개막을 코 앞에 두고 그런 통보를 받았으니, 말은 안 해도 내심 당황했을 것이다.


김광현의 몸은 선발 투수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마무리 투수를 시키려면, 마무리를 할 수 있는 생체 리듬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또 마무리 투수가 가져야 할 정신 자세도 갖출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그럼에도 카디널스는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일방적으로 김광현을 마무리로 몰아버렸다.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 카디널스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KBO 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서 줄곧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김광현과 조던을 같은 잣대로 평가할 수는 없다. 또 한 경기 결과만을 보고 김광현의 마무리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도 없다.

다만, 김광현이 마무리 투수로 변신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그를 마무리로 키우고 싶다면, 마무리가 아닌 불펜 요원으로 기용한 다음 마무리로 내세워야 한다.

마무리 전담이었던 오승환도 처음에는 셋업맨으로 활약하다 마무리를 맡았다.

어떤 일이든 갑자기 해서는 안 된다.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

김광현이 첫 경기에서 너무 긴장한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좀 더 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CBS스포츠 기자가 “카디널스는 불펜 투수로 잔뼈가 굵은 지오바니 갈레고스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한 조언을 카디널스 지도부는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카디널스는 알아야 한다, 김광현의 천직은 마무리가 아니라 아직은 선발 투수라는 사실을.

* 장성훈 LA 특파원이 지난 24일 특파원 업무를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앞으로 마니아리포트 선임기자로 주요 미국 스포츠와 관련한 기사를 쓸 예정입니다.

[장성훈 선임기자/report@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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