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는 지난 2일 우측 팔꿈치 통증으로 재활중이던 외국인 투수 닉 킹엄을 웨이버 공시한 뒤 보름만인 16일 대체 외국인 선수로 타일러 화이트와 연봉 13만달러 옵션 3만 달러 등 총 16만 달러에 영입한다고 발표했다. SK는 올시즌 침체된 타선을 강화하기 위해 투수보다는 야수를 물색하던 중 수년 전부터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던 화이트와 계약을 하게 되었다면서 화이트가 최정, 제이미 로맥, 한동민과 함께 중심타선의 무게감을 더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올시즌에 3명의 외국인 선수들이 대체 선수로 선을 보이게 됐다. 가장 먼저 한화가 제라드 호잉과 결별하고 브랜든 반스를 영입했고 키움은 올해 계약했던 테일러 모터 대신 에디슨 러셀을 데려왔다. 이들 가운데 반스는 이미 지난 2일 입국해 16일 2주간의 자가 격리를 마치고 퓨처스리그에서 첫 선을 보였고 다음주에는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또 러셀도 지난 8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구단에서 마련한 양평의 한 팬션에서 시차 적응을 하며 오는 22일 자가격리가 끝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SK가 이번에 외국인 투수를 내보내고 투수 대신 타자를 영입한 것은 어쩌면 현재 SK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다. 지금 SK는 분위기가 최악이다. 염경엽 감독이 경기도중 쓰러진 것은 예외도 치더라도 2군 선수들이 음주, 폭행이 뒤늦게 밝혀져 KBO 상벌위원회에 회부되어 있는 중이다. 여기에 성적까지 바닥이다. 시즌 초반만 해도 일시적인 부진으로 여겼지만 이제는 중위권 반등도 결코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런 대내외적으로 SK를 둘러싸고 있는 악재를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성적 반등밖에는 없다.
시즌 초반이라면 당연히 투수를 내 보낸 대신 투수를 영입했겠지만 남은 기간을 감안하면 새로운 투수가 들어오더라도 10게임 내외 등판밖에 하지 못한다. 등판하는 매 게임마다 승리를 한다는 보장도 없다. 차라리 이럴바에는 매 게임 나설 수있는 타자가 적격일 수도 있다. 더구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 게임에 외국인 선수 출장은 최대 2명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올해부터 3명이 모두 출전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이에 따라 투수에 리카르도 핀토, 타자에 제이미 로맥과 타일러 화이트 등 사상 최초로 3명의 외국인 선수가 뛰는 모습도 볼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시즌 도중 외국인선수를 교체하면서 투수 대신 타자를 뽑아 성공한 전력도 있다. 바로 2008년 LG가 삼성에서 2년 연속 두자리 승수를 올린 제이미 브라운으 영입했지만 브라운이 8게임에서 1승5패 평균자책점 7.93으로 부진하자 퇴출시키고 대신 로베르토 페타지니를 영입해 대성공을 거두었다. 당시 팬들은 투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LG가 타자를 영입했다고 비난을 퍼부었지만 페타지니는 LG에서 1년 반동안 33개의 홈런에 타율 0.338, 135타점으로 최고의 활약을 보였다. 또 2015년 KT에 합류한 댄블랙도 대체 선수로 들어와 성공한 케이스로 꼽히고 있다.
SK가 이번에 영입한 화이트는 2013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33라운드로 입단한 뒤 2016년 빅리그에 데뷔해 4년 동안 256게임에 나서 179안타, 103타점, 26홈런, 타율 0.236을 기록했다. 2018년에는 66게임에서 12개 홈런을 날리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류현진과 LA 다저스에서 같이 한 인연도 있다. 트리플 A에서는 통산 282게임에 출전해 335안타, 230타점, 59홈런, 타율 0.311을 기록해 마이너 레벨에서는 더 이상 증명할 게 없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실적이나 인지도를 감안하면 몸값 16만달러는 뒤늦은 합류라는 핸디캡이 있기는 하지만 상당히 낮은 편이다.
SK는 시즌이 개막하고 1주일밖에 되지 않은 5월 12일 LG전에서 3⅔이닝에 8실점을 하고 킹엄이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했지만 거의 두달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러다가 페넌트레이스가 반환점에 가까워 지면서 화이트를 영입했고 실제로 화이트가 게임에 출장하는 8월 중순이 되면 시즌이 거의 중반 막바지에 이르는 시기가 된다.
전체적으로 늦었다. 그리고 화이트가 팀에 합류할 때까지 앞으로 한달 가까운 시간을 버텨야 한다. 당연히 올시즌 반등을 위한 포석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렇다면 당연히 내년을 대비한다는 결론이 나오지만 그렇다면 당연히 투수쪽으로 방향을 틀는 것이 바람직하다. 화이트가 기대만큼 KBO 리그에 적응을 한다면 이번에는 국내에서 4년차를 보내고 있는 로맥이 국내리그와 결별할 가능성도 있다.
과연 SK가 투수 대신 타자를 영입한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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