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KIA와 NC의 창원경기, LG와 삼성의 대구경기는 혼신을 다한 투수전에 이어 막판에 판세를 뒤흔든 호쾌한 타격전으로 야구의 묘미를 모두 보여주었다. 마치 잘 짜여진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마이크 라이트와 애런 브룩스, 두 외국인 선발 투수의 맞대결을 벌인 창원경기를 보자. 이들 두 외국인 투수는 6회까지 마치 자존심 싸움이라도 벌이는 것 처럼 막상막하, 난형난제의 투수전을 벌였다. NC의 라이트는 6회까지 단 1안타, 1볼넷, 5탈삼진으로 완벽하게 KIA 타선을 틀어 막았다. 이에 질세라 KIA의 부룩스도 삼진 5개를 곁들이며 1안타 무실점으로 NC 타선을 봉쇄했다.
이런 가운데 먼저 라이트가 흔들렸다. 7회들어 갑자기 난조에 빠지면서 프레스턴 터커에 우전안타, 최형우에 볼넷, 나지완에 중전안타를 맞아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유민상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맞고 마운드를 배재환에게 넘기고 말았다. 다행히 배재환이 더 이상 실점은 하지 않아 라이트는 6이닝 2실점으로 마무리됐다.
그러자 브룩스도 7회말에 흔들렸다. 선두 나성범에게 좌월 2루타를 맞은 뒤 2사까지 잘 잡았으나 박석민에게 거의 비슷한 코스로 2루타를 허용해 1실점하고 8회에 김태진에게 좌전안타, 권희동에게 볼넷을 내 준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8회 2사까지 1실점. '하이퀄리티스타트'였다.
흠잡을데가 없는 피칭을 한 라이트와 브룩스가 물러나고 불펜이 등장하면서 타격전이 불붙었다. KIA가 9회초 나주환의 3점홈런 등으로 4득점해 6-1로 달아나자 NC는 9회말 박석민의 3점홈런, 김태진의 동점 2점 홈런에 이어 좌전안타로 나간 권희동이 나성범이 1루수를 스치면서 우익선상을 향해 날아가는 끝내기 안타(3루타)에 혼신을 다한 홈 대시로 한편의 거대한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역시 팽팽하던 투수전은 후반에 들면서 무너졌다. 내친김에 6연승까지 내달리고 싶은 삼성보다 4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LG의 절실함이 더 강했다. LG는 8회초 2개의 사사구와 안타로 만든 1사 만루에서 대타 정근우의 내야땅볼로 2-2 동점을 만든 뒤 계속된 2사 만루에서 김현수가 만루홈런을 날려 캡틴으로 '해결사'역할을 했다.
7월의 첫 일요일 경기는 이렇게 KIA와 삼성의 역전패로 마무리 됐지만 하위권으로 여겨졌던 이들이 올시즌 어떻게 선두 NC와 LG에 우세를 보이면서 중위권까지 치고 올라 갈수 있었는지를 실증해 준 게임이나 다름없었다. 프로 12년차의 정찬헌과 3년차의 최채흥은 올시즌 선발요원으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들의 어깨에 LG와 삼성의 올시즌 성적이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KIA는 상위권 팀들 가운데 유일하게 NC에 3승2패로 앞서 있고 삼성도 LG에 5승4패로 앞서고 있다. 꼴찌 후보들이라는 예상을 깨고 상위권을 위협하는 KIA와 삼성. 이들에게 더 많은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과연 이들의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 질 수 있을까?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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