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고 있는 에릭 요키시(키움)와 국내 최고 좌완 양현종(KIA)이 27일 운명적으로 마주쳤다. KIA는 26일 최형우의 역전 만루홈런을 앞세워 4강으로 올라섰다. 지난 17일 공동 4위였던 키움이 8연승을 하며 성큼 2위까지 도약한데 견주어 KIA는 줄곧 5위에 머물다 이날 키움을 잡고 4위가 됐다. 반면 키움은 '돌아온 4번타자' 박병호를 앞세워 내친김에 9연승까지 넘보았으나 KIA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키움과 KIA 사이에 두산이 끼여 있기는 하지만 불과 2.5게임차다. KIA가 내친김에 연승을 하게 되면 올시즌 처음으로 3강에 까지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 반대로 올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는 키움으로서는 4게임차인 NC를 따라 잡고 2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결코 놓칠 수 없는 게임이다.
KIA와 키움의 올시즌 5차전인 이날 선발로 나서는 양현종과 요키시는 어느 누가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올시즌 성적만 두고 보면 요키시에 무게 중심이 조금 더 가지만 양현종도 국내 최고 좌완투수라는 자부심에 상처를 낸 지난 21일 삼성전 8실점한 부진을 만회해야 한다. 요키시가 지난해 KBO 리그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처음으로 맞붙는다. 바로 자존심의 대결까지 같이 걸려 있는 셈이다.
요키시는 올해 9경기에서 6승 2패 평균자책점 1.63으로 평균자책점 1위, 다승 2위에 올라있다. 올해 9게임에서 8번이나 퀄리티스타트를 했다. 5연승 뒤 연패를 당하기는 했지만 21일 SK전 7이닝 1실점으로 6승째를 챙기면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지난해 30게임에서 13승9패, 평균자책점 3.13과 견주면 그야말로 엄청난 변신이다. 역대 KIA와의 경기에서는 1승1패로 호각세다. 올시즌에도 5월 6일 선발로 나서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승패가 없었다.
이와 달리 양현종은 지난해에 견주어 다소 힘이 떨어진 것 처럼 보인다. 9게임에 5승 3패. 평균자책점도 4.88이나 된다. 2007년 입단한 뒤 역대 3번째로 높은 평균자책점이다. 여기에 키움과의 시즌 개막전(5월5일)에서는 3이닝 4피안타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아픔도 있는데다 가장 최근 등판인 21일 삼성전에서 4이닝 10피안타(2피홈런) 8실점(7자책)으로 개인 통산 최다실점 타이를 기록하는 등 둘쑥날쑥한 투구내용도 마음에 걸린다.
요키시나 양현종의 주무기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잘 알려져 있다고 해서 잘 친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 바로 야구다. 따라서 결국은 누가 상대팀의 중심 타선을 잘 잡아내느냐의 싸움이다.
키움은 서건창, 김하성, 이정후, 박병호 등 1~4번까지가 거의 리그 최상의 타자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극심한 침체에 허덕이던 박병호는 홈런포가 살아나 경계 제1순위로 꼽힌다. 여기에 전날 9회말 백투백 홈런을 날린 허정협과 김혜성도 언제든지 한방을 날릴 수 있는 타자다. 조금만 방심하면 언제 어디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팀이 키움이다.
이에 견주어 KIA는 최형우를 중심으로 나지환과 나주완 유민상으로 이어지는 타선 집중력이 좋아지고 있다. 팀내 홈런 1위인 프레스턴 터커(11호)를 비롯해 김호령 김선빈도 경계 대상이다. 무엇보다 올해 KIA는 확실한 5강 후보에 들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꾸준한 성적을 내며 4위까지 올라오면서 기대치가 커진 만큼 그 기세도 어느때보다 무섭다.
국내 최고급의 투수들이 맞붙는 KIA와 키움전, 여기에다 제1선발 맞대결인 요키시와 양현종은 팽팽한 투수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어느 투수가 더 긴 이닝을 버티느냐에 승패가 달려 있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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