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울 알칸타라(두산)와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KT). 지난해 두자리 승수를 올리고도 재계약에 실패해 유니폼을 바꿔입는 알칸타라와 알칸타라를 내보내면서 영입한 데스파이네가 서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알칸타라는 지난해 좌완 라이언 피어밴드를 대체한 선수로 총액 65만달러에 KT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팀 승률(71승71패2무)와 똑같은 50% 승률(11승11패)를 기록했다. 두자릿수 승수를 올린 만큼 실력은 검증받았다. 하지만 재계약에 실패했다. 13승(10패), 평균자책점 3.62의 윌리엄 쿠에바스는 선택을 받았으나 알칸타라는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가 한국을 떠나야 할때 손을 내민 곳은 두산이었다. 연봉은 총액 기준으로 70만달러로 오히려 5만달러가 인상됐다.
알칸타라를 내 보낸 KT는 대신 데스파이네를 계약금 30만달러, 연봉 45만달러, 인센티브 15만달러 등 로 총액 90만달러로 영입했다. 데스파이네는 2014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메이저리그 생활을 시작해 볼티모어, 마이애미, LA(에인절스), 시카고(화이트삭스)까지 총 5개 팀을 거치며 통산 109게임에 출장해 13승26패, 평균자책점 5.11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기록이 2승5패 평균자책점 7.19에 불과한 알칸타라와 비교하면 당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만한 선수였다. 그래도 메이저리그보다는 트리플A에서 더 많이 뛰었던 데스파이네는 한국야구를 만만하게 보았는지 "20승을 하겠다"며 흰소리를 쳤다.
이렇게 시작한 2020 시즌의 알칸타라와 데스파이네의 행보는 완전히 다르다. 알칸타라는 지난해 KT 시절과 비교하면 평균자책점이 4.01에서 3.70으로 낮아진 것을 빼면 오히려 전반적인 지표로는 좋아진 것이 별로 없다. 경기당 투구수(95.3개-104.6개), 9이닝당 볼넷(1.41-1.77), 피출루율(0.313-0.354), 피장타율(0.410-0.434), OPS(0.723-0.759)에서 모두 늘어났다. 다만 9이닝당 삼진 비율이 5.21개에서 7.55개로 훌쩍 늘어났고 땅볼과 뜬공의 비율이 0.89에서 071로 낮아졌다. 이 덕분인지 지난해 27게임에서 병살타가 8개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9게임에서 벌써 6개나 된다.
24일 현재 알칸타라는 7승(1패)로 다승 1위로 올라섰다. 평균자책점 12위, 투구 이닝 4위(56이닝), 탈삼진 7위(47개) 등 일반적인 투수 지표로도 대부분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이런 알칸타라와는 달리 데스파이네는 아직까지 기대만큼은 해주지 못하고 있다. 10게임에 나와 3승4패. 평균자책점도 4.50이다. 묘한 것은 데스파이네와 알칸타라의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은 1.30-1.35로 알칸타라가 다소 낮지만 피출루율(0.333), 피장타율(0.393) 등은 모두 데스파이네가 우위다. 즉 알칸타라가 타자들을 더 많이 내보내고 장타도 많이 맞지만 실점은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
알칸타라가 타선에서 도움을 조금 더 많이 받고 있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때 특별히 데스파이네와 비교해 월등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성적으로는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알칸타라가 1년의 경험을 통해 KBO 리그에 적응을 잘하고 있고 상대타자들의 특성을 파악한 덕분이라는 말밖에는 더 다른 연유를 찾기가 어렵다.
겉으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지금쯤 KT로서는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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