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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노트] 야구팬들은 아직 강정호를 용서할 준비가 안됐다

2020-06-23 17:25

23일 취재진 앞에 선 강정호.[연합뉴스 자료사진]
23일 취재진 앞에 선 강정호.[연합뉴스 자료사진]
2016년 12월 2일 새벽, 한 검정 BMW차량이 삼성역 인근 횡단보도의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그대로 달아났다.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혈중 알코올 농도 0.084% 상태의 강정호. 그는 사고 이후 도망간 것도 모자라 동승한 지인이 운전을 했다고 거짓진술을 했다. 조사 과정에서 두 차례나 더 음주운전을 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결국 강정호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랬던 강정호가 한국 야구의 문을 다시 두드린다. 하지만 여전히 야구팬들의 여론은 싸늘하다.

물론 강정호 입장에서는 억울할지도 모를 일이다. 징계는 받았다. 1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하지만 비교적 가벼운 징계다. 현행 규정대로라면 강정호는 3년 이상의 징계를 받아야 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는 2018년 만들어진 규약을 2016년의 강정호에게 적용하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한 듯하다. 음주운전에 대한 여론과는 조금 먼 KBO의 판단이 아쉽다. 키움 히어로즈 구단에서 자체 징계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키움은 일단은 멀리서 추이를 지켜보는 입장이다.

또한 강정호가 사과를 안 한 것도 아니다. 23일 자가격리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과문도 준비했다. 강정호는 "한국 무대에서 뛴다는 것이 이기적인 생각일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야구에서 뛰며 변화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며 기부와 봉사의 뜻을 밝혔다. 4년째 금주 중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민심이다. KBO 상벌위원회 징계엔 야구팬들 실망감을 실질적으로 달래주는 항목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의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니다. 동일한 범죄를 3번이나 저지른 전과자다. ‘솜방망이’ 징계라는 여론에는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보장해달라는 야구팬들의 절박함이 담겨 있다.


음주운전 사건 이후 강정호가 보여준 행보도 야구팬들이 강정호의 사과를 진정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다. 사건 당시 야구로 보답한다는 변명, 법원 처분에 대한 항소, 늦어진 사과. 이 모든 행동에서 야구팬들은 강정호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팬이 떠나면 안티가 된다’는 말도 있다. 굳이 음주운전으로 잊어진 유명인 사례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강정호가 팬들의 실망감을 외면하는 순간, 예전 강정호의 플레이를 아끼고 격려했던 이들은 반동적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팬들의 ‘믿음’을 채워주지 못하는 프로 선수는 선수가 아니다. 음주운전으로 세 번이나 적발돼 ‘삼진아웃’을 당한 강정호의 경기를 보며 누가 다시 감동을 느끼고 기쁨을 얻을 수 있을까. 강정호는 머리 굴려가며 한국 프로야구에 복귀를 추진하기보다는 솔직한 심정을 팬들에게 털어놓고, 다른 모습으로 팬들과 마주해야 할 때다.

사과가 늦은 만큼 강정호는 더더욱 기다려야 한다.

아직 야구팬들은 강정호를 용서할 준비가 안됐다.

[이강원 마니아리포트 기자/lee.kangwon@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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