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류중일 감독의 기대는 채 1회를 넘기지 못하고 허무하게 무너졌다. 어떻게 손을 쓸 틈도 없었다. 그것도 토종 에이스 차우찬을 내고도 올시즌 최다 실점패(18점)를 당했다. 그나마 두산의 같은 토종 에이스인 이영하에게 7득점한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거리였다.
사실 LG가 올시즌 두산과의 개막전에서 MBC 청룡시절이던 1989년 5-1로 승리한 이후 처음으로 이기면서 올해는 예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여기에 올해 LG는 달라졌다. 무섭게 치고 나간 선두 NC를 끈질기게 따라 붙는 저력을 보이며 2위로 올랐다. 이 동안 뒷문이 뭉개져 쓰러질듯 쓰러질 듯 하면서도 버틴 두산은 한화와 삼성에 잇달아 연패를 당하며 시즌 첫 4연패를 당한 뒤 간신히 연패를 끊은 상태였다.
당연히 다르리라고 기대했지만 LG는 그냥 그대로 허무하게 무너졌다. '곰 울렁증'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311승361패(17무승부)라는 지난해까지 두산과의 성적을 들먹일 것도 없이 지난 2년 동안은 속된 말로 'LG는 두산의 밥'이었다. 류중일 감독이 LG 감독으로 부임한 2018년에는 15연패를 당하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차우찬이 간신히 1승을 올렸다. 자칫 프로출범 첫해인 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가 OB 베어스(현 두산)에 당한 16전 전패의 전철을 되풀이 할 뻔 했다.
지난해에 조금 나아지긴했지만 절대 열세는 변하지 않았다. 6승10패. 그리고 이미 올시즌도 1승3패로 열세에 몰렸다. 무엇보다 LG로서는 '잠실 라이벌'인 두산에게 약한 것이 가장 마음이 아플수 밖에 없다. LG가 MBC 청룡을 인수한 뒤 올해가 30년이다. 이동안 LG는 1990년과 1994년 우승 이후 26년동안 우승이 없다. 이와 달리 두산은 30년동안 5번이나 우승했다. 더구나 2015년부터 최근 5년 동안 두산이 2연패를 비롯해 3차례 우승을 하는 동안 LG는 2016년과 지난해 4위를 한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LG가 우승뿐만 아니라 지금보다 한 계단 더 올라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두산이다. 두산을 넘지 못하는 한 LG에게 우승은 요원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과연 무엇이 LG에게 '베어 포비아'를 가져다 주었을까?
어느 선수의 말을 빌면 팀이 5연패 정도를 당하면 선수단 전체가 패닉에 빠진다고 한다. 리드를 하고 있어도 질 것 같고 우리 팀의 에이스가 아무리 잘 던지고 있어도 곧 난타를 당할 것 같은 압박감을 받는다고 한다. 이런 마음은 특정팀에 연패를 당하면 더욱 심해진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먼저 실점을 하게 되면 '역시, 오늘도 안되는 구나'라는 패배감이 먼저 들고 리드를 하고 있어도 곧 역전을 당할 것 같다는 불안감으로 마음만 급해져 엉뚱한 실책이 나오게 된다고 솔직하게 고백을 하기도 했다.
LG 류중일 감독도 "선수들이 잠실 라이벌전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같은 더그아웃을 쓰는 팀이라 더 잘 하려고 하다보니 경기가 안 풀릴 때가 있다. 부담을 내려놓고 다른 팀과 할 때처럼 편안하게 하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실력차이보다 심리적인 문제가 승패가 더 큰 부담을 준다는 것을 인정했다.
'베어 포비아' '곰 울렁증'을 넘어서기 위해 집단 심리 치료라도 받아야 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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