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에서 강팀은 바로 좋은 성적을 올리는 팀이다. 좋은 팀이 반드시 강팀은 아니지만 강팀은 특별한 이의가 없는 한 좋은 팀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위로 올라간다'는 말이 있듯이 소위 베테랑들이 즐비한 팀은 자칫 팀웍이 모래알처럼 흩어지기가 일쑤고 신인급들이 많은 팀은 위기에서 대처하는 힘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반드시 그러하지는 않지만 보통 베테랑과 신인급들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을 때 강한 팀들이 많다.
12일 프로야구에서는 베테랑의 품격과 신인들의 담대함이 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들이 나왔다.
잠실경기 롯데와 LG전에서 2-2로 맞선 연장 10회말 1사 1, 3루에서 LG는 정근우의 우중간 끝내기 안타로 3연승을 이어갔다. 반대로 롯데는 7연승이 저지됐다. 이 상황에서 정근우는 의도적으로 밀어쳤다. 당겨서 칠 경우 자칫 내야 땅볼이 돼 더블플레이가 될수도 있다는 판단으로 공을 띄우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것이 전진 수비를 펴던 롯데 중견수와 우익수의 머리를 넘어가는 끝내기 안타가 됐다. 개인통산으로 16번째 끝내기 안타였다. 바로 베테랑이 결정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되는지를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베테랑의 품격'이다.

배명고를 졸업하고 인하대에 입학한 오선우도 지난해 2차 5라운드 50순위로 KIA에 지명될 정도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해 27게임에 나와 2루타, 3루타, 홈런을 각각 한개씩 날렸지만 안타는 모두 8개에 타율은 0.151에 그친 선수였다. 이런 오선우가 11일 KT전에 처음으로 선발 엔트리에 들어가 6회에 3점 홈런을 친 뒤 12일에는 허리 통증을 호소한 주포 최형우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대타로 등장해 2점 역전 결승홈런을 날렸다. 생애 첫 2게임 연속 홈런이다.
오선우는 "대타로 나가기 직전 선배 나지완이 불러 공을 낮게 보라고 조언을 귀담아 듣고 이에 따라 집중하고 있을 때 마침 실투가 들어왔고 자신감있게 휘두른 것이 홈런이 됐다"고 말했다. 바로 신인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이날 오선우는 그대로 보여 준 것이나 다름없다.
정근우가 보여준 베테랑의 품격과 오선우가 보여준 신인의 담대함은 바로 18연패를 당하고 있는 한화 타자들이 한번쯤 음미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선수들이 가뜩이나 연패를 벗어나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는데 결정적인 득점기회에서 신인들에게 작전을 건다면 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두산 선발로 나선 최원준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이용찬의 대타로 등장해 그야말로 자신감있는 피칭으로 무실점으로 쾌투했다. 그는 프로 3년생이지만 지난해 1승에 이어 올해 처음으로 선발승을 거둔 신인이나 다름없다. 신인다운 자신감이 바로 최원준의 가장 큰 재산이었다.
베테랑과 신인의 조화는 굳이 한화에게뿐만 아니라 모든 팀들이 갖추어야 할 강팀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일깨워준 사례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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