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회 말 타석에 나선 박찬호는 희생번트를 대고 1루로 달려가고 있었다.
애너하임 투수 팀 벨처는 공을 잡은 뒤 뛰어오는 박찬호를 다소 강하게 태그아웃했다.
이 과정에서 박찬호가 벨처에게 뭐라고 하자 벨처도 즉각 대응했다. 이에 박찬호가 벨처의 목 부분을 민 뒤 돌려차기를 했다.
후에 박찬호는 당시 벨처가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해서 자존심이 상했다고 밝혔다.
2016년 10월 5일 토론토 블루제이스 홈구장인 로저스센터에서 블루제이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포스트시즌 첫 경기가 열렸다.
오리올스 2번 타자 좌익수로 나선 김현수는 7회 말 수비에서 블루제이스의 대타 멜빈 업튼 주니어의 타구를 잡았다. 이때 김현수의 얼굴 바로 옆으로 알루미늄 캔이 떨어졌다.
순간 김현수는 놀란 기색을 보이며 관중석을 바라봤고, 중견수 아담 존스가 달려와 캔을 던진 관중과 언쟁을 벌였다.
존스는 경기가 끝난 후 “관중이 김현수와 나를 향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며 분개했다.
2017년 10월 28일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LA 다저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월드시리즈 3차전이 열렸다.
이날 승리의 주역 율리에스키 구리엘은 2회 말 선두타자로 나와 다저스의 선발 투수 다르빗슈 유의 4구째 몸쪽 높게 들어온 투심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좌측 펜스를 넘겼다.
홈런을 치고 덕아웃에 들어온 구리엘은 마운드에 있는 다르빗슈를 향해 양손 검지로 두 눈을 양옆으로 찢는 행동을 했다. ‘치니토’라는 중국인을 뜻하는 말까지 내뱉었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눌려 숨지는 사건이 터진 후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메이저리그에서의 인종차별 사례도 연일 폭로되고 있다.
특히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인 펜웨이파크는 악명 높은 인종차별의 본거지인 것으로 밝혀졌다.
전 올스타 출신 토리 헌터는 “펜웨이파크에서 N(흑인을 비하하는 비속어)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100번은 들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헌터는 구단과 계약할 때 보스턴으로의 트레이드를 거부하는 조항을 삽입했다고 덧붙였다.
역시 올스타 출신인 오리올스의 존스는 2017년 펜웨이파크에서 한 관중이 인종차별적 발언과 함께 자신에게 땅콩을 던졌다고 폭로했다.
레드삭스 3루수로 올스타에 선정된 바 있는 케빈 유킬리스는 펜웨이파크에서 한 관중이 홈 팀 소속 흑인 선수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것을 목격한 후 그 관중과 언쟁을 벌였다고 말했다.
이 밖에 메이저리그에서는 흑인과 아시아 출신 선수들을 향한 인종차별적 발언과 행동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도 메이저리그 데뷔 초반 관중들이 던진 얼음과 동전에 맞고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김현수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한 블루제이스에 새 둥지를 튼 류현진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특히 블루제이스 홈구장에서는 김현수와 유사한 불상사가 과거에도 일어난 바 있다.
잘할 때는 박수를 보내지만, 부진할 경우 홈팬들은 가차 없이 야유한다. 이 과정에서 인종차별적인 발언이 나올 수 있다.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앞으로 야구장 안팎에서의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행동이 다소 자제되겠지만, 뿌리 깊은 미국 내 인종차별주의가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류현진을 비롯한 코리안 메이저리거들도 제2, 제3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장성훈 특파원/report@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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