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도 얼마든지 야구 인생을 이어갈 수 있음에도 KBO리그 복귀를 선언했으나 대부분의 한국 야구팬들은 물론이고 언론들조차 그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기자가 귀국하는 강정호에게 “한국에서 야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일곱 차례 똑같은 질문을 했지만 강정호는 묵묵부답이었다.
기독교에 따르면, 예수는 “일곱 번뿐 아니라 일흔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했다.
그 기자가 기독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그 기자는 강정호를 용서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서일 것이다.
여기서 강정호에 대한 용서 여부를 논하고 싶지는 않다.
강정호의 야구 인생이 이렇게까지 꼬이게 된 배경에 피츠버그 파이리츠 구단의 실책이 있었음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1차적 책임은 당연히 강정호 본인에게 있다. 음주운전을, 그것도 세 번씩이나 한 사실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피츠버그 구단이 강정호에 대한 미련을 거두지 않고 미국에 데려오려 한 것이 그에게는 되레 독약이 됐다.
피츠버그는 두 가지 실수를 했다.
첫째, 피츠버그는 강정호가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지 못했을 때 그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때 피츠버그가 강정호를 포기했다면, 강정호는 일정 기간 징계를 받은 후 KBO 복귀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피츠버그는 강정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2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했다.
차라리 KBO로부터 2년간 징계를 받는 것이 더 나을 뻔 했다는 말이다.
둘째, 피츠버그는 강정호를 마이너리그에 보내지 않았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타자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정상급 선수 역시 아니다.
그런 선수가 2년간의 공백을 극복하고 곧바로 메이저리그에서 뛴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그것은 스프링캠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강정호는 장타력은 과시했지만, 경기력 회복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마이너리그에 보내 경기력을 회복한 다음 메이저리그에 복귀시켜도 될 일이었다.
그럼에도 피츠버그는 무엇이 그리도 급했는지 강정호를 메이저리그, 그것도 주전 3루수로 낙점했다.
결국 강정호는 홈런은 10개를 쳐냈으나 삼진과 저조한 타율을 보이며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보통, 주전 선수가 극심한 부진에 빠지면 잠시 마이너리그로 보낸 뒤 다시 부른다.
피츠버그도 당시 부진한 강정호를 마이너리그에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구단은 아예 강정호는 방출해버렸다. 강정호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접은 것이다.
그렇게 쉽게 방출할 거면 뭐하러 2년이나 기다려주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물론, 계약 조건에 강정호를 마이너리그에 보낼 수 없는 조항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강정호가 경기력을 회복하게 할 수도 있었다.
이 모든 게 강정호도 그렇고, 피츠버그도 그렇고, 자승자박이다.
그때 피츠버그가 강정호를 포기했더라면, 그리고 강정호가 그때 KBO에 복귀했다면, 강정호는 지금과 같은 거센 반대에 부딪히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 야구팬들은 지금, 자기 원대로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더 이상 하고 싶은 일을 미국에서 하기 힘들어지자 KBO에 복귀하겠다는 강정호의 ‘이기심’에 더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장성훈 특파원/report@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