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승환은 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키움과 경기를 하기 전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먼저 징계를 받게 된 도박에 대해 사과를 하고 "이정후, 강백호 등 어린 선수들과 힘과 힘으로 맞붙고 싶다"는 복귀 심정을 내비쳤다.
그리고 오승환은 3-4, 삼성이 1점차로 뒤진 8회 초 마운드에 올랐다. 마무리로 나오지 않고 중간 불펜 투수로 나선 것이나 지고 있는 순간에 등판한 것은 오랫만에 국내 무대에 서는 대투수 오승환에 대한 허삼영 삼성 감독의 배려였을 것이다. 이 순간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자.
오승환은 키움의 7번타자이자 첫 타자인 박준태에게 146㎞ 직구를 던져 우익수 오른쪽으로 빠지는 2루타를 허용했다. 징계를 마치고 6년하고도 8개월여가 지난 2442일만에 국내 리그에서. 특히 라이온즈 파크에서 처음으로 마운드에 서서 던진 회심의 초구가 2루타가 됐다.
그리고 8번 타자 김주형은 보내기 번트. 1사 3루 실점 위기를 맞았다. 9번 김규민은 1볼 뒤 타격. 전진수비를 편 1루수 땅볼로 물러나 3루 주자는 움직이지 못했다. 1번타자 서건창과는 1볼1스트라이크에서 연속 볼 3개로 볼넷을 내 주었다. 그리고 2번타자 김하성은 초구에 배트를 휘둘렀고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히면서 그대로 이닝이 종료됐다. 오승환이 상대한 키움의 5명 타자 가운데 3명이 초구에 방망이가 나갔다. 워낙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인데다 초구에 직구를 많이 던지는 성향을 고려한 공격으로 보였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이승엽 해설위원은 오승환이 공을 던지는 동안 구위 자체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오승환 선수가 워낙 대투수이니 초구에 공략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정도의 멘트뿐이었다.
오승환은 키움의 첫 타자에게 2루타를 맞은 뒤 애써 당황스런 표정을 감추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때부터 그의 얼굴에는 땀이 흥건했다. 그리고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난 뒤에야 겨우 싱긋 웃음이 비쳤다. '돌부처' '끝판왕' 이라는 별명이 붙은 오승환도 그만큼 긴장했다는 뜻이리라.
오승환이 이날 던진 공은 모두 10개. 기록상으로는 8개가 직구였고 슬라이더와 투심패스트볼 1개였다. 최고 구속은 148㎞였다. 1안타 1볼넷 무실점. 전성기 시절과 다름없는 구속으로 1사 3루에서 무실점으로 막은 위기관리 능력도 돋보였다. 전형적인 투피치 투수에서 일본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를 거치면서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해 팔색조 투구를 한다는 평가가 있었으나 공 10개만으로는 이를 확인하기에는 어려웠다.
삼성에게 오승환의 합류는 분명 큰 플러스 요인이지만 정작 오승환 본인이 2442일이라는 공백, 그리고 실전에서만도 2년여에 가까운 공백을 딛고 국내 리그에 연착륙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렇지만 오승환의 첫 등판이 나름 성공적이었다는데 이의를 달고 싶지는 않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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