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날인 5월5일 뒤늦게 개막해 무관중으로 벌어진 KBO 리그 정규시즌 5월에 하이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은 선수는 국내파로는 NC 다이노스의 좌완 영건 구창모, 해외파로는 LG 트윈스의 로베르토 라모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구창모는 그 어느 누구도 '포스트 류현진'이라는데 대해 의문을 달지 않고 있다. 2015년 NC 유니폼을 입을때부터 가능성만큼은 큰 '미완의 대기'였다. 2016년 1군에 데뷔해 4승1패(평균자책점 4.19), 2017년 7승10패(평균자책점 5.32), 2018년 5승11패(평균자책점 5.35)에 이어 지난해 처음으로 10승(7패) 고지를 밟았다. 두자릿수 승수에 평균자책점 3.20으로 팀에서 이재학과 공동 최다승 투수가 되며 커리어 하이시즌을 보냈다. 이 덕분에 '미완의 대기'에서 '앞으로 큰 일을 낼 투수'라는 정도로 평가가 한 계단 올랐섰다.
구창모는 이 말이 무색하게 올해들어 압도적인 기량을 보이고 있다. 불과 5시즌만에 이처럼 발전하고 성장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5게임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이어가며 4승이다. 그것도 모두 3차례가 무실점이며 단 두차례에 1실점만 했을 뿐이다. 지난 20일 두산전에서만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때도 구창모는 8이닝동안 탈삼진 7개를 곁들이며 2안타 1실점밖에 하지 않았다. 31일 삼성전에서는 KBO 리그 좌완 쌍두마차로 어깨를 나란히 했던 최채흥에게 일방적인 완승을 거두어 같은 좌완투수라도 완전히 격이 다름을 보여 주었다.
다승(4승), 평균자책점(0.51), 승률(1.00), 탈삼진(38개), 이닝(35이닝), WHIP(0.60) 등 선발투수가 갖춰야 할 모든 분야에서 1위다. 아직 개막을 하지 못한 메이저리그 대신 KBO 리그를 중계하는 ESPN에서도 구창모의 올시즌 활약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특히 왼손투수가 잘 던지지 않는 스플리트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모습에 인상적이라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대만에서는 언제가 국제대회에서 맞붙을 구창모에 대해 벌써부터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LG 류중일 감독은 시즌이 시작하기 전 라모스의 타구가 내야에만 맴도는 것을 보고 외야에 가서 잡혀도 좋으니 펑펑 타구를 멀리까지 날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 바람은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현실이 됐다. 5게임째만인 10일 NC전에서 멀티홈런으로 신고를 시작하더니 24일 KT전에서는 생애 첫 끝내기 만루홈런도 날렸다. 이 여세를 몰아 3게임 연속홈런까지 터뜨린 그를 두고 어느 새 '괴물타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모두가 알토란같은 홈런들을 양산하면서 LG 2위 상승세의 일등공신이다.
이들이 5월을 '넘사벽'으로 보냈지만 앞으로도 이 활약을 이어 갈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1점대 방어율로 모두가 사이영상 제1후보로 꼽았던 LA 다저스 시절 류현진이 8월18일 애틀랜타전 5.2이닝 4실점, 8월 24일 뉴욕 양키스전 4와 ⅓이닝동안 미국에 진출한 이후 처음으로 만루홈런을 허용하는 등 홈런 3개를 포함해 7실점, 그리고 30일 애리조나전 4.2이닝 7실점으로 1점대 평균자책점이 순식간에 2.35까지 치솟은 적이 있다. 그 어느 누구도 류현진의 이런 부진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현실은 예상처럼 그렇게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
구창모나 라모스는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되고 계속된 경기로 피로가 누적되다 보면 지금까지 쌓았던 공든 탑들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있다. 상대 팀들은 지금보다 더 철저하게, 현미경을 들이대면서 구창모의 투구패턴을 연구하고 라모스의 약점을 추궁하게 될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자신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또 진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과연 이들이 올시즌이 끝날때까지 환한 웃음을 볼 수 있을지 사뭇 기대가 된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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