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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노트]변칙이 결코 정상을 이길 수 없다

2020-05-08 08:21

삼성이 투,타가 엇박자를 이루면서 개막 3연패에 빠지면서 총체적인 혼란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은 연습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는 삼성 선수들.[연합뉴스]
삼성이 투,타가 엇박자를 이루면서 개막 3연패에 빠지면서 총체적인 혼란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은 연습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는 삼성 선수들.[연합뉴스]
삼성이 개막 3연패에 빠졌다. 올시즌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하위권 후보라고 했으나 내심으론 돌풍을 몰라도 바람 정도는 일으킬 수 있다고 믿었다. 연습경기에서 3승3패를 거둘때만 해도 충분히 가능성은 있어 보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투수력과 타력이 너무나 언밸런스다. 2차전 밴 라이블리 6이닝 6안타 4실점(6탈삼진), 3차전 뷰 캐넌 6이닝 6안타 5실점(2탈삼진)으로 기대를 걸었던 외인투수들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고정 없는' 타순 실험도 이어졌다. 2차전에서 홈런을 친 김동엽을 리드오프로 내세웠다. 김동엽이 선두타자로 나선 것은 프로 데뷔 후 처음이다. 2연패한 탓에 나름대로 반전을 노린, 파격적인 선수 운용이었다. 하지만 잠든 타선은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타선만 변화를 준 것이 아니었다. 지명타자인 김동엽과 주전 우익수인 구자욱이 테이블 세터로 나섰다. 덩달아 최영진이 좌익수를 맡았다. 심지어 3차전서 2-8로 승부가 기운 9회말에는 전날 선발투수였던 라이블리를 깜짝 대타로 기용했다. 이미 승부도 기운 탓에 안타라도 치면 좋고 아니면 우리 타자들에게 큰 자극이 되리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백약이 무효였다.

개막 3연전에서 날린 안타는 2차전 홈런 3발을 포함해 모두 13안타, 득점은 5점에 그쳤다. 반면 투수는 24안타를 허용하며 16실점을 했다. 심지어 3게임에서 단 한번도 선취득점도 못했고 한차례 리드를 잡아 본적도 없었다.

삼성은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허삼영 감독을 깜짝 선임했다. 말 그대로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허 감독은 1991년 삼성에 입단해 5년 동안 현역으로 활동했지만 1군 통산 성적은 4경기, 2⅓이닝, 평균자책점 15.43으로 보잘 것 없었다. 그는 입단할 때만 해도 주목 받는 고졸 신인이었지만 허리 부상으로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후 삼성 프런트로 입사해 훈련지원 요원을 거쳐 거의 20년 이상 전력분석 업무를 담당하며 삼성의 전력분석팀장과 운영팀장을 겸임하기도 했다. 허 감독은 무엇보다 20년 동안의 전력분석 노하우로 삼성 선수 개개인의 기량 및 성향을 잘 파악하고 소통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 신임 감독으로 낙점을 받은 배경이었다.

이런 허 감독이 지난 스프링캠프, 자체 청백전, 연습경기를 통해서 완성도를 높혀야 할 타순과 수비위치를 정작 정규시즌이 들어와서 하고 있다. '고정없는 타순', '수비 위치 변화'를 시도해야 할 만큼 마음이 급한 탓이고 그동안 쌓아놓은 자료를 믿지 못한 탓이다.

어차피 올시즌 삼성은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위권으로 예상했다. 1승이 급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하위권 팀을 맡은 신임 감독에게 구단은 팀의 리빌딩을 원한다. 팬들은 이기면 좋겠지만 '패해도 수긍할 수 있는 경기'를 원한다.

변칙이 결코 정상을 이길 수는 없다. 삼성의 개막 3연전 패배가 정상을 찾아 가는 과정이라고 믿고 싶다. 허삼영 감독은 급할 수록 돌아가라는 옛 속담을 한번쯤 되새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자신을 믿고 선수들을 믿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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