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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노트] 어린이날 프로야구 무관중 개막전, 프로원년생 부모와 어린이를 특별 초청하자

2020-04-27 14:10

지난 해 5월 5일 열린 두산베어스 선수단의 어린이날 행사 중 하나인 어린이 줄다리기.[연합뉴스]
지난 해 5월 5일 열린 두산베어스 선수단의 어린이날 행사 중 하나인 어린이 줄다리기.[연합뉴스]
올 시즌 프로야구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역대 최초로 무관중 개막을 앞두고 있다. 당초 지난 달 28일에 예정되었던 개막일은 오는 5월 5일로 잡혔다.

공교롭게도 5월 5일은 어린이날이다. 프로야구는 1982년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젊은이에게 정열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안고 출범했다. 어린이날만 되면 야구장이 만원 관중을 이뤘던 것은 프로야구 성공을 알리는 신호였다. 프로야구 구단 마케팅 담당자 사이에서는 "어린이날 만원 관중을 못채우면 옷을 벗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실제로 구단들은 어린이를 시구자로 초청하는 등 어린이를 위한 행사를 열어 꿈과 희망을 불어넣는 동시에 흥행 몰이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KBO는 연기를 거듭하며 어렵게 잡은 어린이날 개막전을 코로나19로 인해 선수단과 운영진및 방송관계자들만이 참가한 가운데 무관중 경기를 갖기로 결정했다. 모처럼 맞은 어린이날 특수를 그냥 흘려버려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KBO의 결정 배경에는 정부의 방침이 있다. KBO의 프로야구 개막 확정일 발표가 있기 하루 전인 지난 20일 일부 완화를 시켰지만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5월 5일까지로 연장했다. 정부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 KBO는 내부적으로 5월 1일을 잠정 개막일로 잡고 있었고 중계권을 확보한 모 방송국도 2020프로야구가 5월1일 개막이 확정되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사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KBO 이사회에서는 미뤄진 개막일을 정할때마다 사회적 시선을 고려하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왔다. 이는 국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프로스포츠 단체로서 개막 일정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사회적 책임을 느끼는 마땅한 자세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보면 강한 사회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KBO가 희망을 줄 수 있다는 말도 된다.


27일 0시 기준으로 국내에서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인 사람 10738명 가운데 8764명이 완치 판정을 받았다. 또한 코로나19 확진자도 지난 23일부터 계속 10명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장 출신으로 현재 KBO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의 일원으로 활동중인 전병율 차의과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야구는 실외 종목이고 계단식으로 조성된 야구장 객석과 경기 중 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관중의 관전 자세 등을 고려할 때 침방울을 통한 코로나19 비말 전파 가능성은 작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프로야구 각 구단이 특별한 의미가 담긴 '어린이날 개막전'에 소수의 어린이 팬을 초청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만 하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운동 방침을 적용한다면 경기장 좌석수의 10% 인원을 수용하는 게 가능하다. 외신들이 국내 프로야구를 코로나19를 극복한 모범적인 프로 스포츠리그로 꼽는 현재 상황에서 KBO가 용단을 내릴 경우 이는 국내를 넘어 전 세계로까지 코로나19 극복의 희망을 전할 수 있다. 올해는 지난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38주년을 맞아 프로야구 원년생 부모들과 아이들을 '38' 숫자에 맞춰 380여명 정도를 특별 초청한다면 '희망을 준다'는 프로야구의 의미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야구가 주는 사회적 울림은 크다. 지난 2001년 미국 메이저리그 마이크 피아자는 9·11 테러 직후 재개된 경기에서 뉴욕 메츠의 승리를 이끄는 역전 투런 홈런을 때려 당시 실의에 빠진 뉴욕 시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5년 메르스가 기승을 부릴 당시 이를 잘 대처한 한림대 동탄 성심병원 의료진 30명을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초청하는 등 메르스 극복 메시지를 담은 뜻깊은 행사를 연 바있다.

KBO는 지금까지 내실있는 행정을 바탕으로 코로나19에 잘 대응해서 리그 개막의 발판을 만들었다. 위기를 기회를 낳는다. 프로야구가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만큼 KBO가 대외적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태권 마니아리포트 기자/report@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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