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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이 미국에 남아야 할 세 가지 이유

2020-04-23 04:58

 김광현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팀 훈련에서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광현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팀 훈련에서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LA=장성훈 특파원] 천신만고 끝에 메이저리그 입성에 성공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좌완투수 김광현이 귀국 문제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창궐로 메이저리그가 언제 개막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약 없이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혈혈단신 미국에 남아있기가 괴로울 것이다.
특히 류현진이나 추신수처럼 가족과 함께 있는 것도 아니어서, 한국에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할 것이다. 그가 겪고 있는 정신적 고통은 당해보지 않는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다.
그래서 구단도 처음에는 그의 귀국을 허락하는 쪽으로 고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분위기가 갑자기 변했다. 존 모젤리악 구단 사장이 여행 제한이 풀리면 귀국시켜주겠다는 뜻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김광현이 한국에 가지 말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여행 제한을 풀 정도면 메이저리그는 이미 재개돼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김광현은 굳이 귀국할 필요도 없다. 한국에 있는 가족이 미국에 오면 된다.
구단 사장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치자.
현재 미국은 자국민을 대상으로 세계 전 지역에 여행 금지를 내린 상태다. 해외로 나가면 다시 들어올 생각을 하지 말라는 엄포다. 해외여행 좋아하는 자국민에 의한 COVID-19의 유입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행 제한은 엄밀히 따져 미국 시민권자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다.
김광현이 미국 시민권자인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그는 미국의 여행 제한 방침을 따를 필요가 없다.
실제로 미국은 지금도 한국인의 입국을 막지 않고 있다. 출입국 시 의료검사를 강화하고 2주간 자가격리를 시키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김광현은 지금으로서는 원한다면 언제든지 한국이든 미국이든 출입할 수 있다.
만약 한국발 미국 입국이 금지된다면 김광현은 당연히 귀국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입국 금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다.
미국은 지금도 하루에 수천 명이 COVID-19로 사망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는 그동안 닫았던 미국 경제 활동 재개를 외치고 있다.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은 의료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5월1일이 되기도 전에 경제 활동을 재개하겠다고 보조를 맞추고 있다. COVID-19의 위세가 다소 수그러들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편 주지사들이 분위기를 띄우자 트럼프는 기다렸다는 듯이 합법적인 이민을 당분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해외 이민자보다 자국민에게 일자리를 줘야 한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이민자들로부터 COVID-19의 유입을 막아보겠다는 함의가 더 크다.
트럼프는 지금 국내보다 해외발 입국자들의 COVID-19 유입에 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는 합법 이민 금지에 이어 해외로부터의 COVID-19 유입을 방지할 또 다른 조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한 매체에 따르면, 국토안전부가 중국발과 유럽발에 이어 다른 나라에도 미국 여행을 제한하는 방안을 별도로 검토하고 있다. 미국 여행 제한을 확대해 외국인의 COVID-19 유입을 전면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의 국경 폐쇄다.
여기에 한국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모젤리악 사장은 이 같은 미국 행정부의 행보를 눈치채고 김광현의 귀국을 말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 관계 관점에서 미국이 설사 한국발 입국 금지는 하지 않더라도 김광현은 귀국하면 한국에서 2주간, 미국에 다시 와서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카디널스의 제5선발로 생각하고 있는 구단이나 김광현 본인으로서는 엄청난 시간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미국에 남아있으면 무리 없이 시즌 개막을 준비할 수 있다.
카디널스는 과거 오승환이 한국에서 열린 WBC 예선전에 출전한 후 미국에 돌아와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모습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카디널스는 김광현에게까지 그런 모험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선발투수를 노리고 있는 김광현 역시 한국에 왔다 갔다 하다 컨디션 난조로 제5선발을 경쟁자인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카디널스 지역 매체들은 메이저리그 일정 축소가 김광현보다 마르티네스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것이 김광현이 미국에 남아야 하는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는 건강 문제다.
한국으로 귀국 시 공항 사정과 오랜 비행기 여행으로 김광현이 COVID-19에 노출될 수 있다. 카디널스 구단도 이 점을 매우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한국이 미국에 비해 상황이 현저히 좋아지긴 했으나 안심하기엔 이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본인만 조심한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다시 돌아올 때의 위험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다. 만에 하나 김광현이 COVID-19에 감염된다면 본인은 물론이고 800만 달러를 투자한 구단도 낭패다.
멘탈의 나약함을 보여줘서는 안 된다는 게 세 번째 이유다.
모든 게 낯선 미국에서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이를 대놓고 표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내색은 하지 않고 있을 뿐이지 구단은 마운드에서 숱한 어려움을 겪을 투수가 정신적인 나약함을 보이는 선수를 좋게 안 본다.
미국 스포츠 구단은 겉으로는 인간적인 것 같아도 철저하게 비즈니스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필요할 때는 간이라도 빼줄 듯하지만, 한 번 눈 밖에 나면 철저하게 외면한다.
이 어려운 시기에 강한 멘탈을 보여주는 것이 메이저리그에서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점을 김광현은 잊어서는 안 된다.

* 장성훈 미국 특파원은 미주 한국일보와 일간스포츠, 스포츠투데이에서 기자, 체육부장 등을 역임했다. MLB, NBA, LPGA, PGA 등 미국프로스포츠와 문화 등을 오랜동안 취재했다.

[장성훈 특파원/report@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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