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슈퍼스타즈 선수들’의 투혼은 결코 꼴찌가 아니었다. 금광옥, 양승관, 인호봉 등 당시 삼미를 이끌었던 주요 선수들은 ‘끝날 때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보여줬고, 이는 결국 나중에서야 뒤늦게 빛을 발했다. 당시 원년 멤버 중 다수가 KBO 심판 위원이나 프로/아마야구 코칭스태프, 혹은 프런트로 제2의 인생을 맞이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개막전에서는 당시 최강으로 불렸던 삼성을 상대로 에이스 인호봉이 완투승을 거두며 ‘도깨비 팀’으로 불렸던 시기가 있었다. 이제는 이러한 이야기가 ‘역사 속 한 페이지’로 남아 현재까지 이야기되는 셈이다.
‘사제 대결 완승’ KT 조범현 감독, 5월 반등 계기 마련하나?
그러나 패기로 똘똘 뭉쳤던 삼미도 ‘단 한 번의’ 계기로 인하여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1982년 4월 27일 춘천에서 열린 OB 베어스(두산 베어스 전신)와의 경기에서 8-0으로 앞서고 있다가 경기 막판, 11-12로 역전패당한 경기가 바로 그것이었다. 승리가 확실했던 이 경기를 잡지 못했던 여파는 상당히 컸다. 박현식 감독이 스스로 유니폼을 벗었고, 그로 인해 삼미가 기록했던 0.188의 승률(15승 65패)은 아직까지 깨어지지 않은 기록으로 남아있다. 만약에 당시 삼미가 승리했다면, 1982년 프로야구의 중위권 판도는 분명 달라졌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33년 후,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던 팀이 나타났다. 신생팀 KT 위즈가 그 주인공이다. KT는 개막전에서 경기 중반까지 승리를 눈앞에 뒀다가 역전을 허용하는 등 갖은 어려움 속에서 올 시즌을 시작했다. 이후 기존 ‘형님’들과의 전력 차이를 실감하면서 승리하는 모습보다 패하는 모습이 더 익숙해질 정도였다. 4월이 종료될 때까지 3할 미만의 승률을 기록한 팀은 KT가 유일했다. 이에 KT도 트레이드 시장에 적극 나서는 등 다각도로 전력 보강을 시도했지만, 그것이 곧바로 눈앞의 성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그러한 상황에서 맞은 한화와의 5월 첫 주중 3연전 경기는 KT에게 꽤 중요했다. 한화와의 경기에서 최소 1승만 기록해도 그 기세를 몰아 나머지 시즌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한화 김성근 감독은 충암고 사령탑 시절에 KT 조범현 감독과 사제 관계를 맺은 바 있었다. 스승과의 대결에서 승리할 경우, 조범현 감독 스스로도 자신감을 갖고 잔여 시즌을 소화할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어린이날 열린 경기에서는 KT가 또 다시 역전패하며 무너지는 듯싶었지만, 이어 열린 두 번의 경기에서는 잇달아 역전에 성공하며 아예 ‘위닝 시리즈’를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중심에 두 명의 포수(용덕한, 장성우)와 든든한 버팀목 장시환이 있었다는 점도 꽤 흥미로운 부분이다. 용덕한은 6일 경기서 승부를 뒤집는 만루 홈런을 기록한 바 있으며, 장성우는 7일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희생플라이를 기록했다. 그리고 두 경기에서 모두 등판한 장시환은 1승 1세이브를 기록했다.
KT의 승리가 의미 있는 것은 이번 위닝 시리즈를 바탕으로 충분히 반등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는 데에 둘 수 있다. 특히, 시즌 첫 사제간 맞대결에서 승리한 조범현 감독이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팀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 봐야 한다. 공교롭게도 이번 주말에는 KT가 최근 부진에 빠진 LG를 홈으로 불러들여 연승에 도전한다. 그 도전이 어떠한 결실을 맺을지 지켜보는 것도 자못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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