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있는 것은 시즌 초반에는 항상 베테랑보다 신예들의 활약이 더 두드러진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는 매우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신예들이 1군에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자기 몫 이상을 해 주는 데 비해 베테랑들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하여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풀타임을 소화해 보지 못한 신예들이 가장 큰 고비를 맞이하는 것은 상대팀 베테랑들이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또한, 여름 내내 뙤약볕 아래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는 과정은 신예들이 고교/대학 시절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점들이다. 이러한 변수가 맞물려 엔트리 변화가 일어나는 셈이다.
KBO 리그를 달구는 신예? 여기 김하성과 김호령도 있다.
결국, 신예들이 시즌 초반 냈던 성적을 유지하느냐의 여부는 이러한 내/외부적인 변수를 이겨냈을 때 가능한 셈이다. 역대 신인왕들도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생애 하나뿐인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구자욱(삼성), 양석환, 박지규, 임지섭(이상 LG)을 비롯하여 박세웅(KT) 등은 팀에서 꾸준히 기회를 부여받으며 시즌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외에도 최근 5경기에서 가장 ‘핫’했던 두 명의 신인자격 선수들의 활약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넥센의 김하성(20)과 KIA의 김호령(23)이 그 주인공이다.
야탑고 졸업 이후 2014시즌 신인지명 회의에서 넥센 히어로즈에 3라운드 전체 29번째 지명을 받은 김하성은 사실 고교 때부터 ‘불방망이 실력’을 선보였던 유망주였다. 팀 동료였던 박효준(뉴욕 양키스)과 함께 야탑고 타선을 이끌며 매 경기 장타력을 선보였고, 이를 바탕으로 2013년 청소년 대표팀으로 선정되어 그 기량을 인정받은 바 있다. 넥센이 강정호를 주저 없이 메이저리그에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임병욱, 윤석민과 더불어 김하성이라는 유망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김하성은 주전 내야수로 자리 잡은 이후 24일 현재까지 타율 0.324, 4홈런, 11타점을 마크하고 있다. 특히, 지난 22일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는 홈런 두 개를 몰아치는 등 혼자 4타점을 기록하며 ‘가장 임펙트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규정타석을 채운 신인자격 선수 중 타율과 홈런 부문에서는 단연 1위다.
군산상고-동국대 졸업 이후 2015 신인지명 회의에서 KIA의 지명을 받은 김호령은 사실 고교 때에도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유망주였다. 팀의 4번 타자로서 제 몫을 다 함은 물론, 그 해에 청소년 국가대표로도 선정된 바 있다. 당시 아쉽게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여 동국대행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동국대 시절에도 꾸준히 주전 출장을 보장받으며,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실력을 쌓은 바 있다. 그럼에도, 김호령을 1군 무대에 바로 올린 김기태 감독의 선택은 그야말로 파격적이었다. 어느 정도 퓨쳐스리그에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판단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호령은 두 경기에서 연속 안타 기록을 이어가며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특히, 지난 23일 경기에서는 리드 오프로 선발 출장하여 2안타를 몰아치며 김기태 감독의 믿음에 보답한 바 있다. 2경기 타율 0.429의 성적은 아직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고교/대학 시절 모습을 감안한다면 의외로 김호령 역시 꽤 오랜 기간 KIA 1군 무대를 지킬 수 있다.
최근 5경기에서 가장 ‘핫’했던 두 신예의 등장으로 프로야구 신인왕 레이스도 한층 더 흥미로운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신예들의 활약이 베테랑들의 경험과 조화되어 멋진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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