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다이노스와의 부산 홈경기에서 4-6으로 뒤진 9회 말, 타석에 들어선 전준우는 자신이 친 잘 맞은 공이 외야로 넘어가는 줄 알고 ‘동점 투런포’가 되는 것을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채 ‘타구를 확인하지도 않고’ 1루로 천천히 걸어가며 홈런 세레머니를 준비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준우의 기대와는 달리, 타구는 바람에 막혀 담장을 넘기지 못했고, 이를 틈타 NC 좌익수 박정준이 낙후 지점을 정확히 포착에서 플라이볼을 잡아냈다. 이에 전준우는 머쓱해 질 수밖에 없었고, 이 소식은 태평양 너머까지 전달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이어졌다. 당시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에서는 전준우의 ‘홈런 착각 세리머니’ 장면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면서 ‘타구가 진짜 넘어갔는지 확인을 하라.’라고 충고한 바 있다.
정범모를 통해서 본 ‘기억에 남는 포수들의 본 헤드 플레이’
그런데 지난 21일 경기에서도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의 메인 뉴스를 장식할 만한,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전준우의 세레머니 장면은 타격 후 스스로 느꼈던 ‘손맛’을 통하여 홈런임을 확신하다 보니 발생했던 일종의 해프닝이었지만, 이번에는 경기 도중 나타난, 엄연한 ‘본 헤드 플레이’였다는 점이 2년 전과는 다르다. 상황은 이러했다. 5회 말 2사 후 이진영을 맞이한 한화의 유먼-정범모 배터리는 풀카운트에서 바깥쪽 승부를 선택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볼은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벗어나 ‘볼’ 판정을 받았다. 주심의 스트라이크 콜이 없었기에, 당연히 루상에 있는 주자들이 한 베이스를 더 밟을 수 있었다.
바로 이때 ‘믿기지 못할 장면’이 펼쳐졌다. 스스로 스트라이크라 생각했던 정범모는 삼진으로 착각하여 공을 곧바로 1루에 던졌고(공수교대 상황임을 인지), 밀어내기라는 정상적인 인-플레이 상황에서 정범모의 ‘착각’을 눈치챈 2루 주자 정성훈도 그대로 홈을 밟았다. 볼넷 하나로 주자 두 명이 홈을 밟게 된 셈이었다. 득점을 한 팀도, 어이없게 실점을 한 팀도 모두 ‘어안이 벙벙’ 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장면을 두고 많은 이들은 ‘포수가 심판을 지배하는 경기였다.’라며 순간의 실수로 경기 흐름을 내어 준 정범모의 플레이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장면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금은 KT로 이적한 포수 용덕한은 지난 2011년, 한화전에서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을 파울로 판단, 인-플레이 상황에서 심판에게 어필을 시도했다. 그 사이에 2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왔고, 낫아웃으로 출루했던 오선진이 3루까지 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용덕한과 김경문 당시 두산 감독이 ‘파울이냐, 아니냐?’를 놓고 어필을 계속했지만, 심판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결국 후속 타자 강동우에게 역전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다 잡은 승기’를 놓친 바 있다.
이보다 앞선 1997년에도 포수의 실수가 빌미가 되어 승패가 바뀐 경기가 있었다. 당시 삼성과 상대했던 쌍방울은 9회 2사까지 1-4로 뒤지고 있었다. 그리고 타석에 들어선 장재중은 원바운드 볼을 헛스윙하며 그대로 삼진 처리됐다. 여기까지는 별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당시 삼성 포수 김영진이 착각한 것이 있었다. 원바운드 볼을 타자가 헛스윙했을 경우, 타자가 1루로 살아나갈 수 있는 자격(낫아웃 상태)이 주어진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김영진은 경기가 그대로 끝났다고 판단, 공을 1루가 아닌 관중석에 던져 버리고 말았다. 바로 이 장면을 놓치지 않은 김성근 당시 감독이 주심에게 어필을 했고, 주심 역시 김 감독의 항의를 인정하여 경기를 속개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삼성이 쌍방울에 4-6으로 역전패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사실 프로라면 실수를 ‘0’으로 만드는 것이 맞다. 그러나 야구 역시 사람이 하는 것이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불완전한 플레이도 나올 수 있다. 바로 이러한 과정을 이겨내고 프로다운 모습을 다시 보여줄 때 실수는 자연스럽게 잊히는 셈이다.
[eugenephil@daum.net]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