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팀들이 부진한 것도 아니다. KT를 제외한 6개 팀이 모두 8~9승씩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5할 승률 언저리에서 치열한 순위 싸움을 펼치고 있는 여섯 팀은 나름의 사정을 안고 5월부터 승부를 걸고자 하는 팀고 있고, 신예들에게 조금 더 기회를 주면서 베테랑들의 선전을 이끌어내는 팀도 있다. 어느 쪽이 되든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팀들의 최종 목표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있는 셈이다.
'동병상련' 한화, 넥센, LG '외국인 타자 뭐하시나?'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상위 3팀 중 두산을 제외한 나머지 두 팀의 외국인 타자 역할이 나쁘지 않다는 데에 있다. 삼성은 지난해 통합 우승의 주역이었던 나바로가 타율 0.175에 머물러 있지만, 7개의 대포를 쏘아 올리는 동안 0.333의 나쁘지 않은 출루율을 선보이고 있어 언제든지 제 몫을 다 할 수 있는 선수로 볼 수 있다. SK의 브라운 역시 마찬가지. 타율 0.189를 기록하는 동안 4개의 홈런과 0.353의 출루율을 선보이고 있다. 경험만 더 쌓으면, 준수한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외국인 타자들이 그라운드에 나서는 장면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구단도 있다. 한화와 넥센, 그리고 LG가 그 대상이다. 이들 세 구단 외국인 타자들의 공통점은 부진이나 부상, 혹은 기량의 문제로 100% 정상 가동되지 않는다는 점도 있지만, 또 다른 '불명예스러운' 기록도 같이 지니고 있다. 바로 홈런 숫자가 셋이 합쳐 '0'이라는 점이다. 두산 역시 외국인 타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루츠는 적어도 1군 엔트리 탈락 직전인 지난 5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그 날 기록한 유일한 안타를 홈런으로 기록한 바 있다(20일 현재 루츠 기록, 타율 0.136, 1홈런, 3타점). 아직까지 외국인 타자들이 '대포'를 기록하지 못한 팀은 이들 세 팀밖에 없다.
한화의 외국인 타자 모건은 시즌 초반, 기량적인 문제와 함께 김성근 감독의 선수 기용 방식에 따라 1, 2군을 전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그의 최근 1군 경기 기록은 지난 10일 롯데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찾을 수 있는데, 당시 경기에서 무안타를 기록한 직후 그는 지금까지 1군에 모습을 드러내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 때까지 타율은 0.273로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그러나 허리 부상의 장기화로 언제 다시 1군으로 콜업될지 모른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 3월 28일 경기에서 4안타를 몰아 친 이후 다소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다. 복귀 여부의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부상이 될 전망이다.
넥센은 지난 시즌 직후 외국인 타자로 '유틸리티 플레이어' 로티노 대신 목동구장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였던 스나이더를 선택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에서부터 부활의 조짐을 보였던 그에게 큰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스나이더는 12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타율 0.195를 기록하며 극도의 부진에 빠져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기간 동안 장타는 2루타 단 하나 뿐이라는 사실이다. 호쾌한 장타를 기대했던 넥센 입장에서는 다소 속이 탈 만한 성적이다. 5월까지 지금의 모습이 계속 유지된다면, 넥센 입장에서는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그런데 LG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한화나 넥센의 사정조차 부러워할 만하다. 이들은 최소한 외국인 타자를 1군에 올려봤고, 그 기량을 점검해 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LG가 회심차게 영입했던 한나한은 팬들 사이에서 '사이버 선수'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그만큼 시범경기는 고사하고 2군에서도 모습을 드러내 보이지 않고 있다. 부상이 가장 큰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지만, 그 부상의 정도가 생각보다 클 경우 LG 역시 '특단의 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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