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사실 12일 경기에서 이진영의 역전 투런 홈런 뒤에도 이병규가 있었다. 9회 말 반격이 시작되자마자 대타로 나선 이병규는 불리한 볼카운트를 극복하고 볼 넷을 얻어내며 출루에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만약에 범타로 물러났다면, 시즌 첫 ‘잠실 더비’의 승자는 두산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대타의 신, ‘히야마’를 연상하게 하는 이병규의 활약
올해 41세를 맞이한 이 노장 타자는 최근 들어 대타로 출장하는 일이 잦아졌다. 박용택, 이병규(등번호 7번), 정의윤에 김용의/문선재 등 후배들이 주전 외야수로 투입되는 현 상황을 되짚어 본다면,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1루와 지명타자 자리에 들어설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정성훈 등이 그 자리를 메워주고 있는 상황이다. ‘역대 최고령 타격 1위’를 차지했던 2년 전과는 분명 다른 위상에 놓여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는 어떤 위치에서건 최선을 다 하는, 베테랑다운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대타나 대수비를 가리지 않고 출장하며, 필요할 때마다 ‘한 방’을 터뜨려주는 모습에서 팬들은 희열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최근 이병규의 행보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존경받는 야구인이었던 히야마 신지로와 닮았다. 전성기 시절에는 한신 타이거즈의 4번 타자로 맹활약하며 약한 팀 전력을 추스르는 데 애를 썼고, 전성기가 지난 이후에는 ‘대타의 신’으로 추앙을 받으며 언제, 어디서나 베테랑다운 면모를 잃지 않은 바 있다. 야구 선수의 모범되는 모습을 보여줬던 히야마에게 한신 야구팬들은 끊임없는 성원을 보냈고, 그가 대타로 등장하는 순간마다 목소리를 높여 그를 응원했다. 이에 히야마는 현역 시절 마지막 타석(2013년 10월 13일, 센트럴리그 챔피언시리즈 2차전)에서 투런 홈런을 쏘아 올리며 자신을 응원해 준 팬들에 대해 화끈한 보답을 했다.
지금 이병규의 모습도 한창 ‘대타의 신’으로 활약했을 때의 히야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개인 통산 3할 타율과 2,000안타를 기록하는 등 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을 모두 누렸지만, 지금은 팀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고 그에 따라 베테랑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LG 팬들도 그가 등장할 때마다 ‘LG의 이병규’를 외치며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2015년 4월 13일 현재, 이병규는 1,697경기에 출장하여 2,026안타, 161홈런, 967타점을 기록중이다. 33타점만 더 추가하면, 대망의 1,000타점 고지를 밟게 되며, 계약 기간 내에 103경기에 더 출장한다면 ‘1,800경기 출장’이라는 대기록도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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