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 점에 있어서 LG 트윈스는 10개 구단 중 가장 힘겨운 싸움을 펼치고 있다. 타 구단이 ‘외국인 선수의 활약’을 경쟁우위로 내세우는 것에 비해 LG는 시즌 초반부터 외국인 선수에 대해 큰 재미를 못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예상치 못했던 신예들의 활약으로 어느 정도 성적을 내어 주고 있지만, 타 구단에 비해서는 다소 아쉬운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나마 소사가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제 몫을 해 두고 있을 뿐이다.
‘ML 1선발 출신’, 루카스의 모습은 허상이었을까.
일단, 타선과 수비에서 제 몫을 다 해 주어야 할 외국인 타자 잭 한나한(35)이 개막 전에 전선을 이탈했다. 종아리 통증으로 현재까지 재활에 전념하고 있는 한나한은 아직 퓨쳐스리그 경기에도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다행히 재활 과정은 순조롭다는 소식이 전달됐다. 빠르면 4월 말~5월 초에 1군에서 한나한의 모습을 보기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양상문 감독도 바로 이 사이에 팀이 5할 승률 언저리에서 머물기를 바라는 눈치다. 한나한이 가세한다면, 공격과 수비에서 선수들의 활용 폭을 조금 더 넓게 가져갈 수 있다.
한나한의 경우 이렇게 재활 과정만 순조롭다면, 무난히 한 시즌을 소화할 수 있도록 배려할 수 있다. 그러나 ‘류제국과 우규민이 돌아올 때까지 5할 승률 언저리에서 머물러야 한다.’라는 양상문 감독의 ‘플랜 B’는 사실 한나한의 복귀와 함께 이 선수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어야 했다. 제1선발로 회심차게 영입했던 루카스 하렐(30)이 그 주인공이었다. 한때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1선발로 투입되며, 2012시즌에 11승 11패,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했을 만큼 국내 무대 활약 역시 기대해 볼 만했다. 그도 그럴 것이 루카스가 1선발로 자리를 잡아 주어야 두 명의 토종 선발 투수가 돌아왔을 때에도 안정된 마운드 운영이 가능한 셈이었다.
그러나 루카스의 초반 페이스가 조금 심상치 않다. 지난 3월 31일 롯데전에서 시즌 첫 패전을 기록하더니, 5일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도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5실점하며 조기 강판당하여야 했다. 그리고 11일 경기에서는 올 시즌 들어 가장 긴 6이닝을 책임졌으나, 역시 5실점하며 패전의 멍에를 썼다. 초반 3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8.79를 기록중이며, 14와 2/3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볼넷을 무려 14개를 허용했다. 이닝 당 1명을 볼넷으로 내보낸 셈인데, 이는 LG 선발 투수들 가운데 가장 좋지 않은 기록이다. 1선발로 기대를 모았던 선수가 지금은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가장 좋지 않은 부분은 기복이 심하다는 점이다. 마운드에서 가장 좋았을 때와 그렇지 못했을 때의 차이가 너무 크다. 공 8개로 한 이닝을 종료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한순간 무너지며 대량 실점을 하는 경우도 있다. 구위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메이저리그 1선발 출신 다운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지적에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된 셈이다. 실제로 루카스는 메이저리그 시절에도 주자 있을 때 출루를 허용하는 빈도가 더 높았다(주자 있을 때 0.400, 주자 없을 때 0.326).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인데다 양상문 감독 본인도 ‘구위 자체는 올라오고 있다.’라는 평가를 내린 만큼, 현 시점에서 루카스의 성공 유무에 대한 확답을 하기란 너무 이르다. 다만, 메이저리그에서도 시즌 10승을 거둔 투수가 제 몫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스스로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적어도 분명한 것은 현재까지의 루카스는 ‘메이저리그 1선발’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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