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2(토)

야구

100여년 전 진풍경으로 남았던 '2구 삼진', 한국에서 부활?

'스피드 업 규정', 경기 시간 단축하려다 야구 본질 훼손 가능성 커

2015-03-10 00:28

▲한화와의시범경기주말2연전에서2구삼진을당한LG이진영.사진│LG트윈스
▲한화와의시범경기주말2연전에서2구삼진을당한LG이진영.사진│LG트윈스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야구가 다시 국제무대에서 살아남고, 전 세계적인 스포츠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행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 일단, 야구를 하는 국가의 ‘절대 숫자’가 많아져야 한다는 점이 그 하나다. 이는 야구 선진 3국(대한민국, 미국, 일본 등)이 선구자 역할을 하면서 점차 늘릴 수 있다. 후원에 대한 문제는 그 다음 단계에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생각해야 할 부분이 바로 ‘경기 시간’과 관련된 문제다. 각 팀이 9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야구의 소요 시간은 대략 3시간 정도로, 올림픽을 기준으로 야구보다 더 긴 시간을 소화하는 종목은 드문 편이다. 42.195km라는 긴 코스를 소화해야 하는 마라톤도 2시간 10분 정도만 기다리면 메달리스트의 윤곽이 드러난다.

따라서 야구 경기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도 ‘야구 올림픽 재진입’의 필요조건이다. 굳이 국제무대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다음날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야구 선수들과 팬들의 입장을 고려해 보아도 ‘스피드 업’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이에 한국 야구 위원회(이하 KBO)에서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올해 역시 스피드 업 규정을 제정하여 이번 시범경기에서부터 적극 활용하고 있다.

‘스피드 업’의 대전제가 ‘2구 삼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다 보니, 이번 시범경기 2연전에서는 다소 황당한 장면이 여러 차례 포착되곤 했다. 문제가 됐던 것은 ‘아무 이유 없이 타석을 벗어나면, 스트라이크를 선언하기로 한’ 규정에 있었다. 이 규정으로 인하여 ‘습관적으로’ 타석에서 벗어났던 이진영(LG)과 오윤, 김경언(이상 한화), 그리고 김민우(KIA)가 스트라이크 하나를 페널티로 받으며 삼진으로 물러났다. 투수가 볼을 던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트라이크 두 개’로 삼진 아웃을 당한 것이다. 말 그대로 ‘2구 삼진’인 셈이다.

이에 본 조항을 두고 10개 구단 감독들은 대부분 규정의 보완을 요청하고 있다. 타자들에게 스트라이크 하나의 페널티는 상당히 가혹할 뿐만 아니라, 자칫 잘못했다가는 선수 한 명의 타격 메커니즘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야구 고유의 문제’ 때문이었다. 경기 시간을 단축하려고 만든 규정이 오히려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은 셈이다. 다만, ‘스피드 업 규정 적용’으로 인한 예상 문제점이 조기에 발견되었다는 점, 이로 인하여 정규 시즌 이전까지 해당 규정을 보완할 수 있다는 ‘여지’가 생겼다는 사실은 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타자들이 타석에서 불필요한 시간을 소모한다고 해서 ‘스트라이크 하나’의 페널티를 주었던 예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투수가 실제로 스트라이크를 3개 던져야 삼진 아웃이 성립된다는, 매우 자연적인 현상까지 막을 필요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지나치게 상대팀에 대한 조롱의 제스처를 취하거나 심판의 판정에 불필요한 항의를 함으로써 경기 시간을 지연시킨 경우에는 ‘퇴장’을 명할 수는 있다. 그렇게 해서 해당 선수에 대한 ‘사후징계’만 결정되면 ‘법대로 처리한다.’라는 지극히 미국적인 방법이 적용되는 셈이다. 물론 ‘2구 삼진’의 예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1910년대 당시, 클리블랜드의 레이 채프먼은 전설의 우완 투수, ‘월터 존슨’에게 스트라이크 두 개를 허용한 이후 바로 타석에서 내려와 버렸는데, 이는 존슨의 공이 너무 빨라 도저히 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에 심판에게 ‘나머지 볼 카운트는 알아서 해 달라.’라는 말만 남긴 채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스스로 ‘2구 삼진’의 희생양(?)으로 남게 됐다. 그것이 약 100여 년 전에야 볼 수 있었던 메이저리그의 진풍경이기도 했다. 이후 야구판에서 투 스트라이크만에 삼진이 된 예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 찾아보기 힘들다는 ‘2구 삼진’의 진풍경이 이틀 사이에 무려 세 번이나 나왔다. 100여년 전 채프먼은 투 스트라이크 이후 스스로 타석을 벗어나 더그아웃으로 돌아왔지만, 국내 타자들은 무의식적으로 타석에서 발을 뺀 이후 바로 심판에게 적발되어 원치 않게 아웃을 당해야 했다. 이 장면을 놓고 현장에서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또한, 이러한 ‘스피드 업 규정’의 허점은 심판이 타자들을 제대로 관찰하지 않을 경우 ‘페널티 부과’에 대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그러한 사례도 발생한 바 있다. 따라서 ‘조금 더 많은 실수를 해도 좋은’ 시범 경기가 모두 끝나기 전에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 관련 규정과 시행령을 어느 정도 수정하는 것도 필요한 셈이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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