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령 고교/대학 졸업(혹은 대학 중퇴) 이후 미국땅을 밟게 되더라도 마이너리그 트리플 A까지 승격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도 상당 부문 길어졌다. 올 시즌까지 포함하여 템파베이의 이학주가 7년째, 시애틀의 최지만이 6년째 마이너리그를 전전하고 있다. 이 정도 기간이면, 제아무리 뛰어난 루키라도 한국 프로야구를 경험한 이후 포스팅이나 FA를 통하여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훨씬 나은 셈이다.
‘최고의 거포’ 박병호, 메이저리그 성공 가능성에 대한 ‘두 가지 목소리’
결국, 한국 무대에서 어느 정도 검증이 끝난 20대 중/후반의 베테랑들은 적어도 ‘메이저리그의 맛’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철저하게 비즈니스 논리로 움직이는 메이저리그에서 ‘투자 대비 효율성’이라는 측면을 절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강정호를 선택한 피츠버그는 마켓 규모가 작은 만큼, 총액 1천만 달러 이상의 투자 금액도 상당히 큰 편이다. 주전 보장 유무를 떠나 이 정도 금액을 투자한 선수를 쓰지 않는 것도 상당 부문 넌센스인 셈이다.
그렇다면, 차기 해외 진출 스타는 누가 될까. 많은 이들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이는 아무래도 박병호(29)가 될 수밖에 없다. 오랜만에 한국 프로야구에서 50홈런 시대를 다시 연 주인공이자 3년 연속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한 이가 더 높은 무대를 바라보는 것도 사실 무리는 아닌 셈이다. 박병호 스스로도 직/간접적으로 해외 진출에 대한 솔직한 견해를 밝힌 바 있으며, 이장석 대표 역시 좋은 방향으로 그를 도울 것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따라서 박병호가 올 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강정호의 뒤를 이어 다시 한 번 더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직행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강정호 다음으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수 있는 국내 선수로 박병호를 꼽으며 관심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박병호가 좋은 선수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는 이가 별로 없을 것이다. 다만, 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경우 성공하느냐 못 하느냐에 대한 논의는 앞선 명제와는 또 다른 성격을 지닌다. 좋은 선수가 무조건 높은 무대에 간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성공한다고 보는 입장에서 가장 먼저 언급하는 것이 바로 ‘파워’다. 지금의 파워 수준도 충분히 메이저리그 급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병호의 타격을 본 국내 외국인 타자들 중 다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할 것이다.’라며 감탄을 아끼지 않은 바 있다. ‘립서비스’ 여부를 떠나 메이저리그를 직접적으로 경험한 이들의 평가라는 점을 가볍게 봐서는 곤란하다.
다만, 메이저리그에서의 성공이 어렵다고 보는 이들은 ‘도전’을 선택했던 선배들의 사례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한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최고의 활약을 기대했던 최희섭이나 FA 자격을 갖춘 후 해외 진출을 모색했던 이승엽 모두 메이저리그와 큰 인연을 맺지는 못했다. 물론 단기 이벤트였던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는 나름대로 임펙트있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것이 메이저리그에서의 꾸준한 활약을 보장해 주는 지표는 아니었다. 타격에 남다른 재능을 갖췄던 앞선 ‘파워 히터’들도 메이저리그 도전 자체가 쉽지 않았던 만큼, 박병호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는 꽤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이는 박병호가 ‘2015시즌도 앞선 세 시즌만큼 완벽한 활약을 펼친다.’라는 전제 조건이 세워졌을 때에만 논의될 수 있는 이야기다. 다만, 박병호의 경우 기량적인 문제보다 ‘선수 본인이 얼마나 편하게 야구만 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성패 유무가 결정날 가능성이 크다. 여유가 없었던 지난날에는 1군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 자체가 한날의 ‘꿈’이었고, 붙박이 4번 타자로 자리를 배정받은 이후에는 ‘알아서 잘하는’ 선수로 거듭났던 이가 바로 박병호이기 때문이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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