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2(토)

야구

[응답하라 1990]야구 개척자 수상 박찬호, 떠오르는 다저스 시절 '도우미'

토드 질, 에릭 캐로스, 게리 셰필드 등 '특별한 인연' 가득

2015-01-04 00:35

▲올스타전에서은퇴식을치른박찬호.메이저리그는그에게'개척자상수상'을발표했다.사진│KIA타이거즈
▲올스타전에서은퇴식을치른박찬호.메이저리그는그에게'개척자상수상'을발표했다.사진│KIA타이거즈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지난 1일, 새해맞이와 함께 메이저리그로부터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온 바 있다. 물론 그 소식이 ‘강정호가 피츠버그와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었다.’라는 것이었다면 좋겠지만, 이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하다. 이와는 별도로 전달된 ‘기분 좋은 뉴스’는 박찬호가 과거 LA 다저스에서 한솥밥을 먹은 ‘히데오 노모’와 함께 ‘야구 개척자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둘은 국내 야구팬들이 ‘메이저리그’에 대해 생소하게 생각했을 때에 미국 프로야구가 무엇인지를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동양인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깨어 버렸던 주인공이기도 했다. 또한, 두 사람의 성공으로 적지 않은 후배들이 용기를 갖고 태평양을 건널 수 있었다.

따라서 두 야구 영웅이 메이저리그에서 선정한 ‘야구 개척자상’을 받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명예의 전당 역시 선수 시절 큰 족적을 남기지 못해도 커미셔너(총재)나 단장, 구단주, 감독 가운데 메이저리그에서 큰 업적을 남긴 이들을 ‘선구자(pioneer)’ 자격으로 입회시키기도 한다. 두 이는 이보다 조금 못하지만, 이번 수상으로 메이저리그에서 거둔 업적을 공적으로 인정받게 된 셈이다.

‘응답하라 1990년대’, LA 다저스 박찬호의 도우미는?

두 이의 등장으로 많은 야구팬들은 20여 년 전 LA 다저스 시절을 떠올릴 법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다저스는 로스앤젤레스 시내에 ‘황색 돌풍’을 일으키며 흥행과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기 때문이었다. 한양대를 중퇴하고 태평양을 건넌 박찬호도 사실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최초의 동양인 선수라는 점에서 당시 메이저리그 최고의 흥행 카드 중 하나였다. 물론 이후 바로 마이너리그를 경험해야 했지만, 이는 추후 15승 투수로 거듭나기 위한 일종의 워밍업과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박찬호였지만, 승리 투수는 선수 한 명이 잘한다고 될 일은 아니었다. 타격에 의한 점수가 많이 나는 팀이 승리로 이어지는 것이 야구였고, 박찬호 역시 호투를 뒷받침해 줄 타자들의 지원이 절실했다. 그런 점에 있어서 LA 다저스 시절 자주 거론됐던 ‘박찬호 도우미’에 대한 추억도 다시 떠올리게 된다.

‘박찬호 도우미’의 선두 주자는 단연 게리 셰필드였다. 트레이드를 통하여 1998년부터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던 셰필드는 유독 박찬호가 등판하는 경기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선보이며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친근한 존재’로 알려졌다. 특히, 2001년 박찬호가 등판한 홈 첫 경기에서는 유일한 득점을 홈런으로 뽑아내며, 친구의 승리(1-0 승)를 지켜주기도 했다. 또한, 박찬호가 FA로 팀을 떠나자 셰필드 역시 트레이드를 통하여 애틀랜타로 이적하는 등 팀을 떠났던 시기도 일치했다. 재미있는 것은 셰필드가 박찬호 경기 때마다 힘을 냈던 ‘간접적인 이유’가 있었다는 점이다. 셰필드가 자택에서 자선기금 모금 파티를 열었는데, 모든 동료들에게 초청장을 돌렸지만, 정작 선발 투수 가운데 참석한 인원은 박찬호뿐이었다. 이에 감동한 셰필드가 유독 박찬호의 경기 때 집중력을 발휘했다는 후문도 있다.

셰필드에 앞서 3루수 토드 질 역시 괜찮은 활약을 선보였다. 물론 다저스에서 활약했던 시간은 1997년부터 98년 중반까지 1년 반밖에 되지 않았지만, 넓은 다저스타디움에서 31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나름대로 4번 타자다운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다만, 수비에서는 큰 문제를 드러내며, 투수들이 핫 코너로 타구가 빠질 경우 항상 긴장하기 마련이었다. 이후 여러 팀을 전전하다가 2004년에 은퇴를 선언했는데, 정작 은퇴 이후에는 영화배우 겸 감독이라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며 또 다른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다저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을 뻔했던 에릭 캐로스 역시 매년 30홈런-100타점을 보장할 만큼 안정적인 활약을 선보였던 이였다. 시카고 컵스로 트레이드될 때까지 쭉 다저스에서만 활약했던 캐로스는 야구 실력과는 별도로 UCLA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던 수재이기도 했다. 언변 또한 뛰어나 현역 시절 내내 언론 인터뷰를 즐겼고, 은퇴 이후에도 폭스 스포츠 등지에서 해설 위원으로 활약하는 등 ‘인텔리’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 외에도 한때나마 ‘박찬호 도우미’로 활약했던 라울 몬데시를 포함하여 몬데시 이후 다저스의 외야를 지켰던 숀 그린, 어린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이후 필요할 때마다 적시타를 기록했던 3루수 애드리안 벨트레 등도 1990년대 당시 ‘박찬호 도우미’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이다. 이들 대부분 은퇴를 선언, 현재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다른 영역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다만, 1990년대 당시 10대에 불과했던 벨트레는 현재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추신수와 한솥밥을 먹으며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다. 그 벨트레가 올해로 서른여섯의 노장이 됐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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