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2(토)

야구

[응답하라 1990]특정인에 의지했던 해외 선수 스카우트의 추억

재일교포-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한때 '갑-을 관계' 뒤바뀐 경우도 있어

2014-12-25 22:24

▲최근LG에합류한내야수잭한나한.많은구단이타국의선수를데려오기위해노심초사하지만,80-90년대까지만해도특정인에게의지하는경우가많았다.사진│LG트윈스
▲최근LG에합류한내야수잭한나한.많은구단이타국의선수를데려오기위해노심초사하지만,80-90년대까지만해도특정인에게의지하는경우가많았다.사진│LG트윈스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LG 트윈스와 계약을 맺은 외국인 타자 잭 한나한(34)이 신시내티 시절, 추신수(텍사스)와 한솥밥을 먹었던 사연이 화재가 된 바 있다. 이 때문일까? 한나한은 LG와 계약을 마치면서 “추(신수)의 나라에서 뛰게 되어 기쁘다.”라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이에 LG는 계약 과정에서 추신수의 조언을 구하는 등 ‘좋은 외국인 내야수’를 얻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외국인 선수를 구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에 대한 조언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이번 사례에서 잘 보여 준 셈이다.

굳이 이번 사례가 아니더라도 좋은 선수를 뽑기 위한 노력은 스카우트 전반에 걸쳐서 일어난다. 과거, LG 트윈스에서 운영팀장을 역임했던 김진철 부장 역시 2010 신인 지명 회의를 앞두고 말 그대로 ‘아마추어’였던 필자에게도 조언을 구한 바 있었다. “신인 지명 회의를 앞두고 누구를 뽑으면 좋을지 참고삼아 이야기해 달라.”라는 부탁과 함께였다. 당시 김 부장은 “물론 결정은 내가 한다. 그러나 내 생각이 맞는지 틀린 지를 알아보기 위해 여러 사람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리고 들어 보면, ‘아,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에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된다.”라며 스카우트의 노하우를 잠시 공개하기도 했다.

특정인에 대한 의존도가 심했던 80~90년대 스카우트

이렇듯, 지금은 프로구단별로 선수 스카우트에 대한 원칙과 노하우가 나름대로 안정되어 있지만, 80~90년대 까지만 해도 유독 특정인에게 의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이는 정보가 부족하고, 선진 야구 습득 능력이 부족했던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매우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지금이야 선수 스카우트에 대한 ‘조언’을 받는 선에서 공과 사를 구분하지만, 당시에는 일부 유력 인사가 특정 선수의 특정 구단 입단을 주선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인사는 ‘일본인을 혼낼 수 있는 유일한 한국인’이라는 장훈 선생이었다.

장훈 선생은 한국 프로야구의 태동과 함께 많은 재일교포 선수들을 고국에서 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최선을 다했다. 청보 핀토스에 입단하여 LG에서 선수 생활을 마친 김신부를 비롯하여 많은 재일교포 선수들이 장훈 선생에게 많은 부분을 일임했는데, 이는 소개를 해 주는 장훈 선생이 그들보다 국내 사정을 훨씬 잘 알 뿐만 아니라, 일본 야구계에서도 거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프로야구 초기에는 재일교포 선수 스카우트가 개인적 친분 관계에 따라 좌우되기도 했다. 이에 프로 세계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구단들은 정확한 정보가 없어 선수 평가나 적정 계약금, 연봉 지급 등에서 큰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재일교포 선수들도 한국 프로야구는 황금시장과 같은 곳이었다. 일본에서의 수입에 비하면 2배 수준이었고, 자택 등 각종 복지 시절을 제공하는 데에도 인색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재일교포 스카우트 중 삼성과 OB의 ‘그룹 자존심 싸움’으로도 연결됐던 김일융 스카우트는 꽤 유명했다. 그리고 거액이 오간 스카우트전의 최종 승자가 삼성으로 결정되자 OB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차기 시즌을 준비해야 했다.

이후 재일교포 선수들에 대한 스카우트는 한국 프로야구의 성장과 함께 잠시 멎는 듯했다. 그러다 외국인 선수의 도입으로 프로야구는 또 한 번의 변혁을 맞이하는데, 이 당시에도 각 구단은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비싼 수업료’를 지불해야 했다. 특히, 메이저리그에서 단 하루라도 로스터에 올라 있던 선수들은 ‘전직 메이저리거’라는 이름으로 적지 않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 프로야구를 ‘우습게 알았던’ 외국인 선수들은 어떠한 형태로든지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리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경력이 아니라, 팀에 융화가 잘 되는 외국인 선수’들이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를 알기 전까지 한국 프로야구 시장은 말 그대로 외국인들에게 ‘갑과 을이 뒤바뀐’ 공간이었던 셈이었다. 그것이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은 한국 프로야구의 ‘옛날 이야기’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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