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2(토)

야구

야구 선수 전체를 욕되게 할 수 있는 선수협의 '위험한 발언대'

비활동기간 훈련 금지 강조 이유는 김성근 감독 때문이다?

2014-12-17 01:17

▲비활동기간휴식강조의이유를김성근한화감독탓으로돌린선수협의발언은문제의본질을한참모른다는사실을자인한셈이다.사진│한화이글스
▲비활동기간휴식강조의이유를김성근한화감독탓으로돌린선수협의발언은문제의본질을한참모른다는사실을자인한셈이다.사진│한화이글스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국내에서 대학에 입학하거나 사회에 진출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흔한 것이 바로 ‘공부’를 통하는 방법이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에 입학한 이후 졸업을 맞이하면, 취업 전선에 뛰어들 수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고교 졸업 이후 곧바로 기업별 공개 채용을 통하여 취업의 문을 두드릴 수도 있다. 혹자는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창업을 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고등학교를 특수목적 학교로 진학하여 그 방면으로 뿌리를 내리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과정을 일컬어 ‘사회화/재(再)사회화’라고 한다.

그렇게 사회화의 과정을 거친 이들 중에는 ‘운동’의 방법을 취하는 이들도 있다. 공부 대신 운동을 선택하여 고교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도 있고, 대학 진학 이후 프로 입성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공부나 운동’을 통하여 사회화의 과정을 거친 이들은 모두 ‘대한민국의 구성원’들인 셈이다.

야구선수들을 욕되게 하는 선수협의 ‘위험한 발언대’

그러나 야구를 포함하여 운동선수들은 다소 특이한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대학야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그 이유는 소위 ‘공부를 통하여 대학에 합격한 이들’ 중 일부가 ‘너희는 공부도 안 하고 대학에 입학하지 않았느냐!’라는 소리를 듣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스포츠 특기생 선발이라는 정당한 방법으로 대학에 입학한 선수들도 이러한 소리만 들으면 다소 스트레스를 받을 법하다. 하지만, 이는 소위 ‘글 좀 읽었다는’ 이들이 자신의 입학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들이 ‘1점이라도 더 받기 위해 수능을 준비한 시간’만큼 학생 선수들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운동에 전념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동’이라는 가치를 공부의 가치보다 열등하게 생각하는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학생 야구 선수들에게는 그라운드가 교실이요, 주말을 가리지 않고 연습에 임하는 것이 공부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주말리그 시행 유무를 떠나 오전 수업을 반드시 듣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각 학교별로 마련하고 있어 ‘운동하는 학생야구 육성’이라는 측면도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형진 안양시 야구협회장 역시 “야구 선수들이 배운 것이 없어 머리가 나쁘다는 말은 근본적으로 모든 야구인들을 무시하는 처사다.”라며 일침을 놓기도 했다. 특히, 여러 가지 작전이 오가는 야구의 경우, 기본적으로 ‘두뇌’가 좋아야 사인을 빨리 외울 수 있고, 야구에 대한 이해를 빨리 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 자체만으로 훌륭한 공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프로야구 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의 행보는 이러한 견해를 뒤집는 것 같아 안타깝기까지 하다. 자유계약 선수(이하 FA)에 대한 견해에서부터 시작하여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발언과 행동, 그리고 집단 이기주의에 빠질 뻔한 KBO와 구단들에 대한 성명서 발표 등은 충분히 팬들의 지지를 받을 만했다. 다만, ‘비활동기간 협동훈련 금지’와 관련하여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행동들은 팬들로부터 ‘너희가 프로 맞느냐?’라는 직격탄으로 이어지고 있어 싸늘함까지 느껴지고 있다.

먼저, 발단이 됐던 것은 모 언론 매체에서 제기한 ‘넥센 히어로즈의 협동훈련 의혹’이었다. 보도가 나가자마자 선수협은 사실 관계 파악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강도 높은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는 넥센과 선수협 박충식 사무총장과의 전화 통화로 인한 ‘오해 막기’로 인하여 일단락됐지만, 이번에 선수협이 향한 곳은 엉뚱하게도 한화 이글스와 김성근 감독이었다. 자신들이 ‘비활동기간 휴식여건 보장’을 외친 것이 결국 김성근 감독 때문이라고 발언한 것이 사건의 시작이었다. 말 그대로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자인한 셈이었다.


일단, 선수협이 가장 크게 간과하고 있는 점은 해당 규정의 적정성과 정당성 유무였다. 프로야구는 말 그대로 ‘아마답지 못한 점을 과감하게 버리고, 야구를 직업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고도의 전문성(프로다움)을 지닌 플레이’를 선보이는 데에 의의가 있다. 그렇다면, 비활동기간이라는 조항 자체는 프로라는 특성을 감안해 보았을 때 크게 의미가 없는 셈이다. 훈련을 하건, 휴식을 하건 간에 그에 대한 결과를 내고 책임만 지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구단 차원에서 훈련을 하느냐 마느냐의 여부 역시 자율에 맡기는 것이 가장 프로다운 방법이다. 선수협이 간과하고 있는 또 다른 문제 중 하나가 바로 ‘훈련’과 ‘휴식’ 사이에서 기본권 문제를 앞세워 지나치게 휴식이라는 측면만 부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팬들의 반응도 이러한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진짜 프로라면, 그라운드에서 팬들이 실망하지 않게끔 전문성(프로다움)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훈련하기 싫은가? 그럼 야구는 왜 하는 것인가? 은퇴하면 마음먹기에 따라서 평생 쉴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지난 16일, 본지에서는 이미 선수협을 향하여 ‘선수협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보장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바 있다. 이에 대한 답변을 자신 있게 할 수 없다면, 선수협은 더 이상 선수협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다수의 선량한 선수’들을 욕되게 하는 위치로 격하될 수밖에 없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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