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쩐의 전쟁’이 완벽하게 끝난 것은 아니다. 원소속 구단 협상 기한이 끝남과 동시에 타 구단과 계약을 할 수 있는 절대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장원준과 같은 월척도 있고, 배영수를 비롯한 ‘준척급’ 선수들도 있다. 일단, FA 시장에 남은 선수가 11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감안해 보았을 때, 역대 최대 규모라 할 수 있는 지난해 총 거래 금액은 돌파될 것이 확실시된다.
‘태풍의 눈’으로 여겨진 FA 시장, ‘열대성 저기압’으로 약화되나?
그런데 여기 특이할 만한 사실이 있다. 원소속 구단을 제외한 나머지 9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첫날에 계약 타결 소식을 전해 온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향은 지난해와 분명 다르다. 정근우와 이용규는 원소속 구단에서 풀리자마자 한화와 계약을 마쳤고, 두산과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던 이종욱과 손시헌은 ‘옛 스승’이 있는 NC로 향했다. 역시 두산과 FA 계약을 맺지 못했던 최준석도 자신이 데뷔했던 롯데의 부름을 받고 이적을 선택했다. 이러한 과정이 속전속결로 이루어졌을 만큼, 지난해에는 상당히 ‘짧고 굵게’ FA 시장이 마무리됐다. 올해 역시 원소속 구단 우선 협상 기간 중 드러났던 ‘몸값 인플레’ 현상을 감안해 본다면, 생각보다 빨리 FA 시장이 파장될 수 있었다.
일단, 가장 먼저 계약 소식이 들려 올 것으로 예상됐던 장원준은 의외로 높아진 몸값에 9개 구단 모두 ‘영입을 꺼리는’ 눈치다. 물론 선발 10승이 보장된, 내구성 좋은 좌완 투수를 거부할 구단은 없다. 다만, 원소속 구단이었던 롯데가 그를 잡기 위해 ‘80억이 보장된 금액(옵션 8억 제외)’을 제시했다는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점이 변수가 됐다. 어떤 구단이건 간에 장원준을 영입하려는 구단은 이에 버금가는 금액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장원준은 다시 원소속 구단과 협상할 수 있는 기한까지 시장에 남아 있을 수 있다.
평생 삼성을 떠나지 않을 것 같았던 사나이, 배영수도 시장에 나왔다. 한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우완 투수였던 만큼, 적당한 시장 가격만 형성되면 꽤 매력적인 카드임에 분명하다. 다만, 배영수를 FA 시장에서 데려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부상’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은 윤성환과 안지만에게 역대 투수 FA 최대 금액을 지불했다. 부상 리스크와 함께 배영수에게도 그에 버금가는 금액을 제시해야 한다는 부담도 분명 뒤따른다. 배영수와 같이 FA 시장에 나온 권혁 역시 마찬가지다.
송은범을 비롯하여 이성열, 박경수, 나주환, 이재영, 김사율, 박기혁, 차일목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을 데려가기 위해서는 한화와 계약을 맺은 김경언(3년간 8억 5천만 원)의 계약 규모 이상을 제시해야 하나, 그 정도 금액을 투자할 만큼 효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결국, 불타올랐던 FA 시장 1라운드에 비해 2라운드는 ‘지리멸렬한 시간 싸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태풍의 눈’으로 여겨졌던 FA 2라운드는 ‘열대성 저기압’으로 세력이 약화되어 아무 소리 없이 바다 한가운데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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