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2(토)

야구

'신고선수에서 MVP'까지, 서건창의 인생 역전 이야기

전문가도 몰라본 서건창의 진가, 넥센에서 꽃 피워

2014-11-18 22:54

▲2014한국프로야구MVP에선정된후소감을밝히는서건창.사진│넥센히어로즈
▲2014한국프로야구MVP에선정된후소감을밝히는서건창.사진│넥센히어로즈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지난 18일, 서울 양재동 The-K호텔 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는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최우수선수(이하 MVP)와 신인왕, 그리고 각 부문별 타이틀 홀더에 대한 시상식이 열렸다. 각 부문에서 랭킹 1위에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리그를 지배하는 성적을 거두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대부분 ‘정규 시즌 내내 기복 없이 꾸준한 성적을 거둔 이들’이 타이틀 홀더의 영광을 안음과 동시에 MVP와 신인왕에도 선정됐다. 이 중 ‘생애 단 한 번 차지할 수 있는 신인왕’의 영광은 NC 다이노스의 리드오프, 박민우에게 돌아갔다. 휘문고 시절부터 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을 바탕으로 ‘자질이 있어 보인다.’라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향후에도 10년 이상 NC의 타선을 책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유망주이기도 하다.

그리고 관심을 모았던 MVP는 타율, 최다안타, 최다득점 1위에 오른 넥센의 서건창(25)이 차지했다. 당초 홈런왕 박병호를 비롯하여 ‘유격수 40홈런’의 기록을 세운 강정호 등 팀 동료들과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서건창은 무려 77표를 얻으며 비교적 여유있게 리그 최우수 선수에 선정됐다. 내심 MVP 3연패를 노렸던 ‘홈런왕’ 박병호는 선전에도 불구하고 13표를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만큼 서건창의 2014시즌은 ‘준마’라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놀라움 그 자체였다.

전문가도 몰라본 서건창의 진가, 넥센에서 꽃 피워

이로써 서건창은 신인왕에 이어 MVP까지 석권하며, ‘리그에서 가장 빼어난 타자’임을 증명해 보였다. 그의 이러한 모습이 세삼 주목을 받는 것은 그가 아무에게도 주목을 받지 못했던 선수였기 때문이었다. 특히, 내일을 바라볼 수 없는 ‘신고 선수’에서부터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뭇 신인 선수들에게 큰 용기를 줄 법하다. 결국, 성공에 이를 수 있는 것도 ‘본인 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서건창도 고교 시절까지만 해도 꽤 주목받는 내야 유망주였다. 특히, 서울고 이형종(LG)의 ‘눈물의 역투’로 알려진 2007 대통령배 대회에서는 광주일고 동기생 정찬헌(LG), 윤여운(롯데)등과 함께 팀의 역전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서건창의 프로 입단은 꽤 순조로운 것처럼 보였다. 다만, 그 해 열린 신인지명 회의에서 그를 불러 주는 구단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은 꽤 충격이었다. 프로가 서건창의 잠재력을 알아보지 못했던 첫 번째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건창의 잠재 능력을 알아본 일부 스카우트는 “신고 선수로라도 서건창을 영입해 보자.”라고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서건창의 영입을 추진했던 모 팀은 스카우트 팀장의 거절로 자연스럽게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이 틈새를 타 LG가 그에게 기회를 주면서 ‘신고선수 서건창’의 인생은 시작됐다.

서건창은 불안정한 신분 속에서도 제 몫을 다 했다. 특히, 무엇이라도 더 배우려고 달려드는 자세에 지도자들도 ‘가르치는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모 코치 역시 당시를 떠올리면서 “만약에 당시 LG가 선수단 정리 작업에서 서건창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었다면, 지금의 내야 자리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라며 꽤 아쉬워했다. 그렇게 LG에서 퇴단한 그는 현역으로 군 복무에 임하면서 다시금 재기를 꿈꿔야 했다.

물론 재기라는 단어가 달콤한 것만은 아니었다. 이번에도 신고 선수 신분으로 출발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가 문을 두드렸던 넥센은 주전 2루 자리에 김민성이 내정되었을 만큼 사정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실력으로 당당히 1군 엔트리에 오름과 동시에 2루 자리를 차지했고, 2012년 그 해에 신인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몇 년 전, 신인지명 회의에서 자신을 외면한 구단에 대해 확실하게 실력으로 앙갚음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더욱 대단한 것은 서건창 특유의 ‘타격 폼’이 이치로의 전성기 시절을 연상하게 한다는 데에 있다. 일본을 떠나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이치로는 기존에 고수했던 자신의 타격 폼을 버리고 빠른 발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타격 형태를 선보인 바 있다. 몸의 중심을 최대한 뒤로 하고 있다가 타격에 임하면, 그의 타구가 대부분 ‘볼티모어 찹(홈 플레이트에서부터 크게 바운드되어 내야수들이 처리하기 곤란한 타구. 발 빠른 선수가 이러한 타구를 형성하면, 내야 안타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형태의 안타를 많이 생산해 내면서 이치로는 리그에서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타자’로 명성을 얻은 바 있다.

서건창 역시 이치로와 상황은 다르지만, 방망이를 최대한 몸쪽으로 밀착하다가 투수가 공을 던지면 재빨리 방망이를 휘두르는 독특한 타격폼을 취하고 있다. 다만, 이치로와 달리 서건창의 안타는 ‘볼티모어 찹’으로 만들어 내는 내야 안타의 비율보다 정타의 비율이 높다. 그리고 이러한 타격이 지속되는 한, 서건창은 당분간 리그에서 가장 많은 안타를 기록하는 이로 기억될 수 있다. 특히,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팀당 144경기가 열림을 감안해 보았을 때 2년 연속 200안타 기록을 세운다는 것도 크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전문가도 못 알아봤던’ 서건창의 진가는 어쩌면 아직 100% 드러내 보이지 않은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eugenephil@daum.net]

▶ 앱으로 만나는 마니아리포트 '골프N' [안드로이드] [아이폰]
부킹 정보를 한 눈에 ☞ 마니아리포트 부킹 게시판 바로가기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