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2(토)

야구

감독 선임과 자진 사임. KIA는 과연 ‘상도’를 지켰을까?

KIA, 선동열 감독 자진 사임 발표를 준PO 4차전 경기 중에 시행

2014-10-26 19:03

▲재신임6일만에스스로물러난선동열전감독.이과정에서KIA구단은상도를어겼다는비난에서자유로울수없게됐다.사진│KIA타이거즈
▲재신임6일만에스스로물러난선동열전감독.이과정에서KIA구단은상도를어겼다는비난에서자유로울수없게됐다.사진│KIA타이거즈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KIA 타이거즈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꽤 많은 호평을 받았던, 이른바 ‘개념 구단’으로 인정을 받았던 전례를 지니고 있었다. KIA 챔피언스 필드를 건립하는 과정에서 지방 자치 단체와 스폰서, 투자자들과의 관계를 원만히 풀어내면서 ‘신규 구장 건립 모델’을 제시한 것만 봐도 그러하다. 이에 신규 구장을 놓고 꽤 오랜 기간 평행선을 달려오던 NC 다이노스와 통합 창원시도 KIA-광주시의 선례를 따라 신규구장 건립에 대한 문제를 매듭지은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남 함평에 ‘첼린저스 필드’를 세워 퓨쳐스리그 유망주들을 육성하는 데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인프라가 세워진 만큼, KIA 선수들은 ‘야구만 잘하면’될 일이었다.

신인지명 회의에서도 타 구단의 상식을 뛰어 넘은 지명으로 꽤 많은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유창식(한화), 임찬규, 윤지웅(이상 LG)등에 집중되어 있던 2011시즌 신인지명 회의에서 KIA는 가장 마지막 지명 순번이면서도 당시 최고의 구속을 자랑하던 한승혁을 지명하면서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한승혁은 동기 김진영(전 시카고 컵스)과 함께 해외 진출이 유력했던 후보군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지명권 한 장을 날려 버릴 수 있던 상황이었지만, KIA는 속구 투수 유망주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하며 그 해 드래프트의 승자로 남을 수 있었다.

감독 선임과 자진 사임. KIA는 과연 ‘상도’를 지켰을까.

3년 전 사령탑 교체 과정에서도 다소 잡음이 있었음에도 불구, 나름대로 KIA가 칭찬을 받았던 것도 ‘지역 팬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는 명분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실상 여기서부터 KIA 구단의 오판이 시작된 셈이었다. 당시 KIA는 조범현 감독과의 계약 기간이 1년 남았음에도 불구, 지역 여론에 밀려 부득이하게 감독을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사령탑 교체를 두고 말이 많았던 것도 조 감독이 부상 선수들을 이끌고도 가을잔치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당시까지만 해도 ‘KIA의 사정을 잘 아는 선동열 감독이 돌아올 경우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여론이 대세를 이뤘던 시기였다. 감독 교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해도 계약 기간을 채워주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 상도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 물론 이는 KIA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문제는 올해 보여 준 KIA 구단의 태도였다. 정규시즌이 끝난 이후 ‘기존 감독 재신임’과 ‘신규 사령탑 영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에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들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선동열 감독의 재신임을 발표했다. 한국 야구 위원회가 직접 주관하는 포스트시즌에 이에 맞먹는 뉴스거리가 제공된다는 점은 분명 유쾌한 일이 아닐 수 있었다. 남의 잔칫상에 재를 뿌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사령탑 선임 발표 시기’에 대해서는 사실 명확히 정해 놓은 규정도 없다. 말 그대로 해당 구단이 소신껏 정하면 그만이다. 그러한 만큼, 여기까지도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보여 준 KIA의 태도는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경기 전/후가 아닌, 경기 중반에 보도 자료를 통하여 선동열 감독의 자진 사임을 공식 발표했기 때문이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는 분명히 상도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 비유하자면, 남의 잔치가 한창일 때 그곳에 참가하고 있는 사람들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환기시킨 꼴이었다.


더욱 아쉬운 것은 KIA가 애초부터 이러한 일을 발생시키지 않아도 됐을 법했다는 데에 있다. 선동열 감독의 계약이 만료되었을 때 처음부터 선 감독을 재신임하지 않고 신임 사령탑 인선 작업에 들어가는 방법을 채택했어도 무방했다. 그것도 아니다 싶으면, 선 감독을 재신임하되, 그에 대한 책임은 모두 구단이 지겠다는 각오를 다졌어야 했다. 게시판에 선 감독이 직접 올린 글도 사실 구단에서 했어야 맞는 일이었다. ‘팬’들의 양해를 구하는 일을 하기 위해 프런트가 존재하는 것이다.

결국, 이 한 번의 오판으로 KIA는 상도를 어기면서도 자신들이 배출한 ‘레전드’를 스스로 떠나보내게 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됐다. 문제는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태가 향후 구단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KIA는 분명 위기다.

[eugenephil@daum.net]

▶ 앱으로 만나는 마니아리포트 '골프N' [안드로이드] [아이폰]
부킹 정보를 한 눈에 ☞ 마니아리포트 부킹 게시판 바로가기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