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NC도 사실 올 시즌의 또 다른 승자였다. 창단 이후 1군 진입 2년 만에 가을잔치 진출에 성공하면서 ‘신생팀 창단 최소연도 포스트시즌 진출’ 기록을 다시 썼다. 기존 프로야구 ‘형님’들을 제치고 리그 3위, 시즌 4위를 차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했다. 또한, NC는 아직 젊은 구단이다. 포스트시즌 경험이라는 부분은 어린 선수들에게 큰 자산으로 다가와 내년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향후 부산-경남지역 야구의 맹주 자리도 차지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매트로 시리즈’의 주요 관전 포인트는?
어쨌든 관록의 힘으로 NC를 이기고 올라온 LG는 플레이오프에서 ‘영원한 맞수’ 넥센 히어로즈와 만나게 됐다. 두 구단의 맞대결이 흥미로운 것은 전신을 포함하여 적지 않은 명승부를 펼쳐 왔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넥센의 전신 격인 태평양-현대 시절로 돌아가 보면 더욱 그러하다. 양 팀은 1994년 한국시리즈에서 첫 맞대결을 펼쳤는데, 당시 LG는 유지현-김재현-서용빈 등 그 유명한 ‘신인 트로이카’를 앞세워 태평양에 4승 무패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태평양은 이후 ‘현대 유니콘스’로 재탄생한 이후 1998 한국시리즈에서 또 다시 LG를 만나 4승 2패의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4년 전 스윕을 당한 데에 따른 앙갚음을 톡톡히 했다.
이후 두 팀은 2002년 준 PO에서 다시 만났다. 당시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섰던 현대는 최동수라는 의외의 복병을 만나면서 2연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준 PO 두 차례 경기에서 선취점을 내고도 역전패를 당했다는 공통분모를 안고 있다. 그랬던 두 팀은 현대가 넥센 히어로즈로 재탄생하고서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무려 12년 만의 만남이다. ‘엘넥라시코’로 불리는 양 팀의 라이벌 대결이 이제는 포스트시즌에서 이루어지게 된 셈이다.
양 팀의 대결이 자못 흥미로운 것은 메이저리그의 ‘서브웨이 시리즈’처럼 국내에서도 ‘메트로 시리즈’가 열린다는 데에 있다. LG의 홈구장인 잠실구장과 넥센의 홈구장인 목동구장은 꽤 멀어 보이지만, 사실 모두 한강 이남에 위치해 있어 자가용으로 30~40분이면 오갈 수 있다. 지하철로도 2호선 종합운동장역(잠실구장)에서 5호선 오목교역(목동구장)까지 50분이면 충분하다. 서울지역 야구팬들로써는 지하철 한 번에 양 구장을 오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쁨을 느낄 법하다. 이 과정에서 양 팀 팬심(心)이 어떻게 표출될지 지켜보는 것도 자못 흥미로울 것이다.
양 팀의 플레이 스타일이 서로 다르다는 점도 꽤 흥미롭다. 특히, 타선에서 넥센이 ‘포병(대포)’에 가깝다면, LG는 ‘소총수’에 가깝다. 넥센 타선의 포구 방향이 LG 마운드를 정조준할 경우, 제아무리 관록이 있는 LG 마운드라 해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경기에서는 오히려 ‘소총 부대’가 대포 못지않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이적생’들의 자존심 싸움도 얽혀 있다. 베테랑 내야수 정성훈과 포수 최경철, 좌완 스페셜리스트 윤지웅은 원래 넥센 소속이었으며, ‘홈런왕’ 박병호의 친정팀은 LG다.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이택근 역시 잠시나마 LG에 몸담으며 ‘외야 빅5’를 형성한 바 있다. 이른바 ‘옛 소속팀을 향한 복수 혈전’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팀 컬러는 서로 다르지만, 양 팀의 공통분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양 팀의 사령탑이 모두 ‘지략가’라는 데에 있다. 염경엽 감독은 ‘그라운드의 제갈량’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상황에 맞는 작전으로 팀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올 시즌 중 갑작스럽게 LG 사령탑에 오른 양상문 감독 또한 ‘공부하는 지도자’로 명성이 자자하다. 양 팀 사령탑의 지략 대결을 기대해 볼 만한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공교롭게도 두 감독은 사령탑 취임 이전, LG에서 코치를 역임했거나 프런트로 일했던 경력을 지니고 있다.
이렇듯 양 팀의 단순 비교만으로도 이번 플레이오프전은 ‘볼 것’이 많은 시리즈로 기억될 수 있다. ‘매트로 시리즈’로 명명할 수 있는 ‘포스트시즌 엘넥리시코’는 오는 27일(월) 오후 6시 30분부터 목동구장에서 제1차전이 시작된다.
[eugenephil@daum.net]
▶ 앱으로 만나는 마니아리포트 '골프N' [안드로이드] [아이폰]
▶ 부킹 정보를 한 눈에 ☞ 마니아리포트 부킹 게시판 바로가기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