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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감독 교체, 그리고 떠오르는 옛 대구상고 멤버들의 '추억'

정동진 감독의 후예들, 내년에는 모습 보기 어려워

2014-10-25 11:51

▲삼성사령탑시절의정동진감독(사진좌)과선수시절의이만수(사진우).사진│삼성라이온즈
▲삼성사령탑시절의정동진감독(사진좌)과선수시절의이만수(사진우).사진│삼성라이온즈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대구 상원고등학교 박영진 감독은 고교야구에서 ‘실력파 덕장’으로 잘 알려진 지도자다. 모교 투수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 길에 들어선 이후 안지만(삼성)을 필두로 박 감독의 지도를 받은 현직 프로야구 선수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1977년 청룡기 고교야구 선수권대회에서 대구상고(대구 상원고 전신) 유니폼을 입고 선수로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2011년에 또 다시 모교 유니폼을 입고 감독으로서 우승을 차지했던, 꽤 진귀한 기록이 있는 인사이기도 하다. 그리고 당시 그와 함께 배터리를 이루었던 이가 이만수 전 SK 감독이었고, 같은 대구상고 팀 동료로서 훗날 삼성을 대표하는 에이스로 성장했던 김시진(전 롯데 감독)도 있었다. 그리고 세 친구는 모두 아마와 프로를 대표하는 지도자로서 나름대로 ‘성공의 이력서’를 썼다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의 성장과 프로 입단, 대학 입학을 최우선 과제로 해결해야 하는 고교야구와는 달리, 프로는 아무래도 성적을 제일 우선순위로 내세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박 감독은 간혹 필자와 만날 때에도 늘 프로야구 경기를 놓치지 않고 시청한다. 프로야구 감독으로 외로운 싸움을 펼치고 있는 두 명의 친구들을 멀리서나마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정동진, 그리고 떠오르는 옛 대구상고 멤버들의 추억

그래서 박 감독은 친구들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늘 조심스럽다. 이제는 전직 프로야구 감독이 된 이만수-김시진과 동창이면서도 가까운 친구 사이라는 점 때문에 자주 연락을 할 법하지만, 되려 박 감독은 “알아서 잘할 친구들이다.”라며 말을 아꼈다. 그것이야말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친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두 친구가 모두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야인이 되자 만감이 교차하는 듯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박 감독 역시 두 친구가 소속된 팀의 경기를 볼 때마다 ‘가족이 마음을 졸이는 것처럼’ 승패에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공교롭게도 세 사람은 정동진 전 삼성 감독과 동문이면서도 사제 관계라는 공통 분모를 지니고 있다. 대구상고 사령탑으로 재직중이었던 정 감독은 조직력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1977년 청룡기에서 모교를 우승으로 이끌었고, 이 과정에서 탄생한 황금 배터리, 박영진-이만수 듀오를 무리 없이 대학에 보낼 수 있었다. 잘 알려진 대로 이만수는 한양대 진학 이후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에도 선정되는 등 선수로써 꽤 많은 족적을 남겼다. 박영진 역시 성균관대 진학 이후 당시까지 대학 야구를 호령하던 연세대-고려대의 양강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시절을 떠올린 박영진 감독은 “왠지 모르게 내 자랑을 하는 것 같지만, 연세대/고려대와 경기를 하는 날이면 상대 타자들이 2루를 밟지 못했다. 그래서 당시 고려대 재학 중이었던 박종훈 NC 이사가 ‘아이고, 형님 때문에 밤새 얼차려 받았습니다.’라며 허허 웃기도 했다.”라는 말로 당시 활약을 설명하기도 했다. 삼성의 에이스를 거쳐 현대 유니콘스의 투수 왕국을 설립했던 김시진 전 감독의 이야기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세 친구는 한때나마 삼성에서 같이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이만수-박영진 배터리는 프로야구 원년부터 삼성 유니폼을 입었고, 당시 군복무중이었던 김시진 역시 1982년 세계 야구 선수권대회 우승 이후 이듬해부터 고향팀에 합류했다. 고교-대학시절부터 많은 공을 던졌던 에이스 박영진이 1984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났지만, 이후 삼성 2군 매니저를 맡으면서 인연의 끈을 이어왔다.

공교롭게도 세 이의 스승인 정동진 감독은 한국시리즈와 지독히 인연이 없었다. 1990년 삼성 감독에 오른 이후에는 당시 정규 시즌 1위에 올랐던 LG에 힘 한 번 써보지 못한 채 4연패를 당해야 했고, 태평양 돌핀스 사령탑에 올랐던 1994년에도 역시 ‘신바람 야구’를 캐치프라이즈로 내건 LG에 4연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이후 정동진 감독을 프로에서 볼 수 없었지만, 이만수-김시진 듀오가 스승의 뒤를 이어 프로야구 감독직을 수행한 바 있다. 그러나 내년 프로야구 감독직에서는 ‘옛 대구상고 멤버’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아직 고교야구 감독으로 일선에서 활약중인 박영진 감독이 가장 아쉬움을 표하는 부분도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일 것이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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