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 잠실에서 열린 LG와 두산의 서울 라이벌전은 경기 전부터 꽤 많은 관심을 끌었던 매치업이었다. 두산은 이 날 경기에서 패할 경우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포스트시즌 진출 탈락이 확정되는 상황이었고, LG 역시 5위 SK와의 승차를 벌이기 위해서는 연승 행진을 조금 더 이어갈 필요가 있었다. 둘 모두 1승에 대한 절박함이 컸기에, 누가 기선 제압에 성공하느냐의 여부도 상당히 중요했다.
포스트시즌 탈락 두산, 정말 ‘허슬 두’의 정신을 보여 줬나?
이렇게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던 잠실 그라운드였지만, 경기 결과는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LG가 또 다시 8회에 ‘빅 이닝’을 만들어내며, 15-2 대승을 거두었기 때문이었다. 이 날 경기에서 패할 경우 그대로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임을 감안해 보았을 때, 1승에 대한 절박함이 더 큰 쪽은 사실 두산이었다. 그러나 점수 차이는 의외로 크게 벌어졌다. 이 과정 속에서 두산이 정말로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질 만했다.
물론, 기선 제압에 성공한 것은 두산이었다. 두산은 3회 말 공격서 투 아웃 이후 김현수가 선발 우규민을 상대로 선제 투런 홈런을 기록하면서 기분 좋은 선취점을 얻었다. 투 아웃 잘 잡아 놓은 이후 당한 일격에 우규민도 안타 두 개와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는 등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바로 이 때 두산은 우규민을 조금 더 밀어붙였어야 했다. 하지만, 후속타자 최재훈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이닝이 마감됐다. 달아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은 그대로 LG에게 ‘빈틈’을 보인 것과 마찬가지였으며, LG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스퀴즈 번트만 두 번 시도하는 등 4회에만 4점을 뽑아냈다. 그러나 두산 타선의 응집력을 고려해 보았을 때 두 점 정도는 얼마든지 ‘사정권’에 들어올 만한 점수 차였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4회 초 수비서 상대의 스퀴즈번트 작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두산 선발 마야가 LG 벤치를 향하여 ‘불 필요한 제스처’를 취한 데에서 비롯됐다. 이에 격분한 LG 양상문 감독이 직접 마운드로 향하는 등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다소 보기 드문 ‘감독/선수 간’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나기도 했다. 어떠한 의도였건 간에 이는 분명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었다. 결국, 그는 5회를 채우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고, 그를 대신하여 불펜 투수들이 갑작스럽게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순간적으로 분을 참지 못한 마야의 행동으로 두산은 ‘승부에서도 지고, 매너에서도 졌다.’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8, 9회 공격에서도 두산은 그들의 캐치 프라이즈인 ‘허슬 두’ 정신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일부는 삼진 아웃을 당하는 과정에서 심판의 콜도 듣기 전에 바로 더그 아웃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점수 차이가 벌어졌다 해도 끝까지 관중석을 지키고 있는 팬들을 위해 ‘두산은 포기하지 않았다.’라는 인상이라도 보여주었어야 했다. 그러나 8, 9회에 등장한 두산 타자들 중 ‘출루를 위해 안간힘을 쓴’ 선수들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러한 모습에 더욱 실망했기 때문이었을까. 9회가 시작되기 전, 1루 측 두산 응원석은 절반 이상 비워져 있는 상태였다.
결론적으로 두산은 ‘1승이 소중한 시점’에서 경기 자체를 잘 풀어가지도 못했고, 선발 투수가 상대팀의 작전에 대해 못마땅하다는 듯한 제스처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었으며, 점수 차이가 벌어지자 아예 포기하는 듯한 모습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승패를 떠나 ‘시즌을 잘 마무리 하는 것’도 프로가 해야 할 일임을 감안해 보았을 때, 두산이 11일 경기에 보여 준 모습은 적어도 프로다운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사실만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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