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2(토)

야구

'끝내기 역전승' LG, 12년 전 기적 재현할까?

정규시즌 턱걸이 4위 이후 거침없이 '한국시리즈행', 올해도?

2014-10-10 00:27

▲9일,잠실KIA전에서끝내기역전승리이후기뻐하는LG선수들.사진│LG트윈스
▲9일,잠실KIA전에서끝내기역전승리이후기뻐하는LG선수들.사진│LG트윈스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2년 전, 2002년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붉은 물결’ 그 자체였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축구 국가대표팀이 예상을 뒤엎고 4강에까지 오르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전 국민이 ‘붉은 악마’가 되어 히딩크 감독과 대표팀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이에 외신에서도 붉은 악마 군단에 대해서 ‘긍정적인 훌리건’이라 평가하면서 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축구가 있었기에 대한민국 국민은 행복한 여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드라마는 ‘2002년 월드컵’이 끝이 아니었다. 이어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야구 대표팀이 2연패에 성공한 데 이어 가을로 이어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서도 ‘각본 없는 드라마’가 쓰였기 때문이었다. 당시 드라마의 주인공은 정규 시즌 4위의 성적으로 간신히 준플레이오프 무대에 올랐던 LG 트윈스였다. 객관적인 전력상 준플레이오프에서 조기 탈락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던 LG였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전력의 100% 이상을 활용하며 한국시리즈 무대에까지 올랐다. 물론 한국시리즈에서는 삼성에 덜미를 잡히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지만, 당시 LG 김성근 감독과 맞대결을 펼친 김응룡 감독은 “야구의 신(神)과 경기하는 것 같았다.”라며 적장에 대한 최고의 예를 표하기도 했다.

2002년을 떠올리게 하는 LG 야구, ‘포스트시즌 진출 이상 무’

물론 당시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LG가 다시 가을잔치에 초대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11년이었다. 그동안 팀 창단 후 처음으로 최하위 자리에 오른 일도 있었고, 잦은 사령탑 교체로 선수단 운영에 안정감을 유지할 수도 없었다. LG 선수단과 팬들이 가을 잔치 진출이 확정됐던 지난해에 유독 많은 눈물을 흘렸던 것도 ‘가장 오랜 기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이라는 멍에를 벗어 던질 수 있다는 후련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난해 모습도 잠시, LG는 당초 ‘우승을 다툴 수 있는 전력’이라는 평가가 무색할 만큼 시즌 중반까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가을잔치 진출의 1등 공신이었던 김기태 감독이 돌연 자진 사퇴의 형태로 팀을 떠났다. 이에 LG는 한동안 사령탑 없이 경기를 치르면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야 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새로 취임한 양상문 감독은 LG만의 색깔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던 이였다. 그리고 이러한 인사가 최적의 결과라는 사실은 지난 9일, KIA와의 경기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다시 증명됐다.

재미있는 것은 5할 승률 복귀 과정에서 보인 LG의 팀 컬러가 2002년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점이다. 치열한 순위 싸움 끝에 4위를 유지했다는 점, 마운드에서 이렇다 할 스타 없이 짠물 투구를 펼치고 있다는 점 등이 그러하다. 또한, 12년 전 팀의 간판이었던 선수 중 일부는 여전히 현역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자못 흥미로운 부분이다.

일단, 당시 LG 선발 마운드 필두에는 외국인 투수 라벨로 만자니오가 있었다. 내일 모레 마흔을 바라보는 노장의 좌완 투수였지만, 이닝 이터로서 꾸진히 제 몫을 다 했다는 점까지 무시할 수는 없었다. 현재 LG 마운드에는 리오단이 그 역할을 대신해 주고 있다. 둘 모두 에이스로서 ‘리그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준 것은 아니지만,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기록하며 끝까지 시즌을 소화했던 이들이었다.

2002년 당시 신인이었던 박용택, 불펜의 핵이었던 이동현, 1997년 신인왕 수상 이후 꾸준히 스타 플레이어로 활약했던 이병규는 12년이 지난 지금도 현역으로 뛰고 있다. 롱 릴리프, 셋업맨, 미들맨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 활약을 선보인 이동현은 현재도 비슷한 역할을 하며 ‘불펜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신인왕 후보에도 오르며 신인답지 않은 타력을 선보인 박용택은 현재 ‘미스터 LG’로 불리고 있으며, 이병규는 지난해 최고령 타율 1위 기록을 세우며 여전히 클럽하우스의 리더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LG의 마무리 투수 자리가 ‘프랜차이즈 좌완 속구 투수’라는 점도 12년 전과 상당히 유사하다. 2002년 당시 LG는 ‘야생마’ 이상훈이 미국에서 국내로 복귀하면서 단숨에 마무리 투수 자리를 보강할 수 있었고, 그의 활약은 이듬해까지 이어졌다. 현재 팀에서 마무리를 맡고 있는 봉중근 역시 미국에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이후 유턴한 케이스로, 최근 3년간 단 한 번도 두 자릿수 세이브 기록을 놓친 일이 없다. 이상훈 이후 이렇다 할 마무리가 없었던 LG로서는 그 계보를 봉중근이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12년 전 당시 최고의 ‘깜짝 스타’는 오랜 기간 철저하게 무명으로 살아오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홈런포를 가동하며 주목을 받았던 내야수 최동수였다. 우타 거포형 타자로서 입단 당시까지만 해도 포수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으나, 1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한 이후 ‘LG의 암흑기’ 시절에 4번 타자로 꾸준히 제 역할을 다한 바 있다. 올해는 최승준이 ‘제2의 최동수’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최승준 역시 동산고 시절, 류현진(LA 다저스)과 배터리를 이루었던 포수 유망주였으나, 현재는 지명타자나 내야수로 출장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오랜 무명 기간을 극복하고 1군 무대에서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에서 최동수와 최승준은 꽤 닮은 점이 많다.

2002년 당시, LG 트윈스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과정 속에서 팬들은 그야말로 ‘야구에 미쳤던’ 기분 좋은 경험을 안고 있었다. 그런데 LG가 최근 거둔 4연승은 모두 끝내기, 혹은 역전으로 경기를 마무리한 경우였다. 이 과정 속에서 XTM 이효봉 해설 위원도 ‘LG가 팬들을 미치게 하는 야구를 한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은 바 있다. 팬들이 즐거워하며 기쁨의 눈물을 보이는 모습마저도 12년 전과 닮았으니, 말 그대로 시대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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